▲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상임대표

춘추전국시대 중국 송(宋)나라에서 여러 마리의 원숭이를 기르는 저공(猪公)이라는 사람이 살았다. 그는 먹이를 줄이기 전에 원숭이들을 달래려고 "아침에 세 개를 주고 저녁에 네 개를 주겠다"라고 말했다. 여러 원숭이가 불같이 화를 냈다. 이에 저공이 "그렇다면 아침에 먹이를 네 개 주고, 저녁에 세 개 주도록 하겠다"라고 하니 원숭이들이 저공에게 엎드려 절하며 좋아 했다. 여기서 조삼모사(朝三暮四)라는 말이 나왔다. 어리석은 사람을 속임수로 속아 넘기는 것을 의미하는 말로 쓰인다. 

정부는 “증세는 없다”며 2013년 8월 소득세법을 바꿨다. 하지만 이것이 조삼모사(朝三暮四)식 ‘꼼수’ 증세라며 서민들은 단단히 ‘뿔’이 났다. 특히 유리지갑인 직장인들이 아우성이다. 연초에 연말정산으로 두둑한 보너스를 기대하던 월급쟁이들의 ‘13월의 월급’이 오히려 세금을 추징당하는 ‘13월의 폭탄’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연봉 3450만원 이상의 중산층 근로자에게 세금을 더 걷어 자녀장려금과 근로장려금 등 복지재원으로 쓰겠다며 2013년 세제개편안을 밀어 붙였다. 증세가 아니라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고 공제혜택을 축소하거나 폐지해 ‘정상화’하는 것이라며 ‘꼼수’를 썼다.

2014년도 연말정산은 근로소득자 1638만9770명 가운데 938만4119명(57.3%)이 1인당 평균 48만원 정도를 돌려 받아 총 4조5339억원을 환급했었다. 그러나, 올해는 1조3000억원(정부는 9300억원으로 추산)이 줄어든 3조2000억원 정도만 환급해주어 환급금액이 크게 줄거나 세금을 더 내야할 판이다.

연초에는 한 갑에 2000원하던 담뱃값이 4500원으로 2배 이상 엄청나게 올랐다. 담뱃값은 출고가(원가+마진) 1182원에 소비세 1007원, 지방교육세 443원, 건강증진부담금 841원, 개별소비세 433원으로 제세공과금이 3318원이나 된다. 출고가의 2.8배의 세금을 붙어 4500원에 판매하는 것이다. 담뱃값을 올려서 정부는 약 2조8000억원의 세금을 더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담배는 주로 중소서민들이 많이 피우는데 이 부담은 고스란히 이들에게 전가된다. 직장인들이나 애연가들은 대부분 중소서민들이다. 정부는 증세는 없다고 말하며 중소서민들에게 세금 폭탄을 날린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법인세 감세(최고세율 25%→22%) 로 2년전 부터 직장인들이 내는 소득세 수입이 기업들이 내는 법인세 수입을 넘어섰고, 격차도 매년 크게 벌어지고 있다. 국가의 세수 기반을 법인세가 아닌 소득세 인상으로 메웠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통틀어 법인세 실효세율은 2008년 18.26%에서 2013년 14.68%로 줄었고 소득세 실효세율은 2008년 4.02%에서 2013년 4.48%로 늘어난 것을 보면 수치로 알 수가 있다. 한편, 10대 대기업들은 전체 법인세의 13%를 내면서 조세감면 혜택은 46%나 받아가는 부익부 구조이다. 또한, 앞으로 10년간 55조원을 국민의 세금으로 메꾸어야 하는 공무원연금의 개혁은 시작도 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서민들에게는 꼼수 증세를 하고, 부자들의 법인세와 공무원연금은 손도 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은 조삼모사(朝三暮四)에 속는 원숭이가 아니다. 정권은 한 순간 위기를 모면하거나 피해 갈 수 있을지 모르지만 결국에는 진실을 알게 되므로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꼼수에 불과한 악수(惡手)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상임대표  kicf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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