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넷 카페 '아띠맘' 회원 100여명이 지난 19일인천시청 앞 미래광장에서 최근 일어난 '인천 송도 어린이집 원아 폭행' 사건을 규탄하고 재방 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경찰이 확보한 영상에는 보육교사 A씨가 먹다 남은 음식을 뱉어낸 원생의 뺨을 때리는 장면이 포착됐다. 뺨을 때리는 동시에 원생의 몸은 한달음에 나자빠졌다. 가벼운 질책이라고 보기에는 힘든 정황이다. 8일 낮 12시 50분쯤 발생한 이 사건은 원장과 교사의 자격정지와 함께 업소 자진폐지로 일단락됐다.

이같이 어린이집에서 일어나는 아동학대 사건은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과거에도 아동학대 사건으로 보육교사가 처벌받거나, 처벌받지 않은 사례는 숱하게 이어져왔다.

아동학대가 벌어진 인천 연수구 송도의 어린이집은 결국 폐지됐다. 19일 인천시에 따르면, 지난 16일 연수구 송도의 어린이집 원장 B씨가 어린이집 시설 폐지신청서를 연수구에 제출했다. 이에 따라 연수구는 시설을 폐기처분했다. 원장과 아동학대혐의로 구속된 보육교사 A에 대해서는 자격정지 조치가 내려졌다.

당시 문제의 영상을 살펴보면, 학대를 당한 원생의 어깨 너머로 다른 원생 10여명이 나란히 앉아 있다. 이들은 교실 한 쪽에 무릎을 꿇고 전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넘어진 아이의 등 뒤로 미동도 하지 않던 자그마한 얼굴들에는 ‘공포’가 서려 있었다.

“습관 고치려는 훈계 차원이었다”
 
경찰은 13일 진행된 1차 조사에서 보육교사 A씨가 혐의를 인정한 만큼 추가 폭행 사실이 있었는지 집중 조사했다. 이와 함께 해당 어린이집 동료 보육교사 4명도 조사에 들어갔다. 전날 어린이집 학부모 16명이 제출한 자녀들의 피해 진술서 중에서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진술서를 제출한 아동 4명과 이들의 부모들도 조사에 임했다.

아동 4명의 피해진술서에 따르면 ‘선생님이 엉덩이를 때렸다’, ‘친구가 선생님한테 맞는 장면을 봤다’는 내용이 담겨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1차 조사에서 “습관을 고치려는 훈계 차원이었다”고 변명했다. 

헌데 정작 문제의 어린이집은 지난해 평가인증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 연수구 등에 따르면, 연수구 송도동에 위치한 문제의 어린이집은 지난해 한국보육진흥원 실사 결과 95.36점의 높은 점수를 받았다.

다시 말해, 평가인증(100점 만점에 75점 이상)을 획득한 셈이다. 평가인증 유효기간은 3년. 해당 어린이집의 유효기간은 2017년 6월 14일까지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어린이집 평가인증 점수의 산정 기준에 대한 의문도 일고 있는 형국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평가인증 항목은 어떻게 될까. 현재 어린이집 평가인증 항목에 올라가 있는 기준들은 총 정원 준수를 비롯해 회계서류 구비, 안전사고보험 가입, 보육실 설치, 행정처분 전력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인증과정에서 보육교사의 폭행 사실 등을 상세히 검증하고 있는 항목은 빠져 있다. 보육교사의 인성이나 자질을 알아볼 수 있는 어떠한 검증 도구가 전무하단 설명이다.

한 어린이집 관계자는 “평가인증이 의무 사항은 아니지만 평가인증을 받은 어린이집의 경우 부모의 신뢰성이 높아진다”면서 “어린이집에서 직접 신청을 해 평가인증을 받으려고 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 '어린이집 원생 폭행' 사건이 일어난 인천 연수구 송도동의 어린이집 입구에 사과문이 부착돼 있다.

일각에선 CCTV(폐쇄회로) 미설치에 따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거세게 일고 있다. 인천 관내 어린이집 상당수가 CCTV 설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인천시에 따르면 인천 관내 어린이집 가운데 약 36%만 폐쇄회로(CC)TV를 갖춘 것으로 조사됐다. 인천지역 총 2308개 어린이집 가운데 CCTV를 설치한 곳은 단 835곳에 불과했다. 1개 어린이집 당 CCTV 개수는 8개였다. 이마저도 대부분 교실과 복도, 현관문 등에만 배치돼 있었다.

 비단 인천지역 문제만이 아니었다. 사실상 전국 어린이집에서 CCTV가 설치된 곳은 5곳 가운데 한 곳 꼴로 추산되고 있다. 아동 학대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CCTV 의무화가 ‘단골 해법’으로 이슈화됐지만, 어린이집 단체의 반발로 인해 10년째 법안은 통과되지 못했다.

2005년에는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2013년에는 박인숙, 홍지만 새누리당 의원과 안민석 새정치연합 의원 등이 어린이집 내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을 제출했지만 결국 처리되지 못했다.

이같은 반대 의견은 인권 침해 소지가 높다는 데서 비롯된다. 현행법상 CCTV가 의무화된 곳은 지하 주차장과 교도소 등인데, 보육교사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노인 요양원, 학교 등을 비롯한 성격이 유사한 타 시설과의 형평성 문제로도 이어지는 것 역시 걸림돌로 작용한다.

CCTV 설치 이행에 앞서 보육교사들의 환경 개선을 우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대다수 보육교사들은 평균 12시간이 넘는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 1인당 맡고 있는 아이들의 숫자도 과도하게 많다.

반면 보육교사들에게 지원되는 교육 수당은 터무니없이 적은 편이다. 이에 대해 인천보육교사협회 등은 “폭력을 행사한 보육교사를 구속한 것은 당연한 조치”라면서도 “보육교사 1인당 아동 수를 재설정, 돌봄 노동으로 인한 만성적인 스트레스 관리 대책도 필요하다”고 실효성 있는 근본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아동학대 근절과 안심보육 대책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인 남인순 의원도 “CCTV 설치 의무화 등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라며 CCTV 설치 의무화에 강력하게 반대했다.

남 의원은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범죄와 연관이 없는데도 CCTV를 열람하게 한다면 논란이 될 것”이라면서 “아동학대 문제는 처벌과 규제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실제 18일 인터넷 포털 사이트인 다음 아고라에는 ‘저희는 보육교사입니다. 쓰레기x가 아닙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그는 “발전 없는 보육현장에서도 묵묵히 5년, 10년 이상씩 일하는 건 단지 일할 곳이 필요하고 돈벌이가 필요해서가 아니다”라면서 “아이들과의 하루하루가 재미있고 맞벌이 부모님 밑에서 (자라면서) 12시간을 어린이집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을 안쓰러운 마음으로 보듬어 주고 싶어서”라고 호소했다.

그는 “보육교사 중에는 열약한 보육환경 속에서 주말을 반납하거나 퇴근 후 자기 개발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선생들도 많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제대로 된 관리와 복지 시스템이 정착되지 못한 보육환경 속에서 빚어진 아동학대 사례는 넘쳐나고 있다. 2012년 서울에 위치한 한 어린이집에선 원생이 밥을 먹다가 토하자 쏟아낸 음식을 다시 먹으라며 보육교사 C씨가 훈계를 내리거나 발로 원생들의 다리를 걷어차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또 2013년 다른 어린이집에선 우유를 제대로 먹지 못한다며 14개월 아이의 입속으로 우유를 쏟아 붓고 이를 토하자 입에 거즈를 물리는 등 학대를 일삼은 보육교사 D씨가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최문희 기자  moon@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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