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큐텐그룹 산하 티몬과 위메프를 둘러싼 정산금 미지급 사태의 파장이 확대되고 있다. 이날 현재까지 파악된 티몬과 위메프 미정산 규모만 2100억원대에 총 피해액이 1조원대 이상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이커머스 업계 안팎의 이목이 모이고 있다.

31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현재 티몬·위메프사태의 미지급 금액은 약 2134억원으로 집계돼 있다. 각각 티몬 1280억원, 위메프 854억원으로, 이는 전체 대금정산 대상금액(일반상품 판매 75%, 상품권 위탁판매 25%) 중 지난 25일까지의 지연금만 추산한 것이다.

티몬과 위메프가 고객의 결제 대금을 보관했다가 50~60일 뒤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영돼 온 만큼 정산기한이 남은 6~7월 거래분까지 포함하면 8~9월 중 미정산액은 약 1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양사의 유동성 부족과 재무 건전성 악화가 누적 중첩되면서 불거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업계 안팎과 정치권 등에선 티몬과 위메프가 지난 수년간 자본 총계보다 부채 비율이 높은 완전 자본잠식 상태였음에도 ‘판매대금 돌려막기’ 방식을 사용해 물품 판매를 지속해 온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들어 △이같은 ‘돌려막기’마저 불가능한 상황이 되면서 입점 셀러에 대한 대금 지급이 중단됐고 △물건을 판매하고도 대금을 받지 못한 입점 셀러들이 기존 판매된 재화 및 서비스에 대한 배송 등을 중단 △가격을 지불했음에도 상품을 받지 못한 소비자들에 대한 환불 중단 흐름으로 이어진 것이란 해석이다. 

이에 더해 티몬·위메프가 최근 선불충전금 티몬캐시와 해피머니 상품권을 선주문 후사용 방식으로 실제 사용가능 금액 대비 저렴하게 판매한 점이 피해를 소비자 키운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고물가 시기 티몬캐시를 최대 10%, 해피머니 상품권을 약 8% 가량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 주목받으면서 소비자 결제가 몰렸으나 이번 사태로 상품권 이용 및 환불이 불가능해지면 피해가 확대되고 있다. 

한편 검찰은 티몬과 위메프 측이 일련의 과정에서 업체나 소비자에 대한 대가 지급이 어렵다는 사실을 인지하고서도 물품 판매를 지속했는지, 대금 지급 여력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고의로 입점 셀러에게 알리지 않았는지 등을 살펴볼 전담 수사팀을 꾸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사기, 횡령 및 배임, 기망 등 혐의 적용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티몬·위메프는 지난 29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상태다. 법원은 회생절차개시신청을 접수받은 만큼 재판부를 배당하고 대표자 심문을 거쳐 오는 2일 회생절차 개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정부는 판매대금을 받지 못한 중소기업·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해 중소기업진흥공단·소상공인진흥공단을 통한 긴급경영안정자금 2000억원, 신용보증기금·기업은행 협약프로그램 3000억원을 포함해 총 5600억원+α(알파) 규모의 유동성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힌 상태다.

금융당국은 티몬·위메프 판매자들의 미정산액을 한도로 보증부 대출 프로그램을 다음달 중 출시하고, 미지급된 1조원 규모의 판매대금을 추적하는 한편 구영배 큐텐 대표 등 경영진의 불법 여부를 조사할 것으로 전해졌다. 

구영배 큐텐 대표는 지난 29일 입장문을 통해 “피해자들에게 사죄하고 개인 사재 등을 동원해 피해를 수습하겠다”고 밝히고, 이어 30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해 “그룹이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은 800억원 수준이지만 중국에 묶여 있어 당장은 정산 자금으로 쓰일 수 없다. 현재 큐텐 지분 38%를 갖고 있으며, 가진 모든 것을 다 내놓겠다” 등 입장을 밝혔다.

한지안 기자  hann923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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