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지난해의 가뭄, 폭우, 폭염 등 이상기후에 이어 올해도 지구촌이 기후변화로 인한 몸살을 앓고 있다.

올 봄부터 우리나라에 시작된 고온과 잦은 강우 등 이상 기온이 여름 장마철 폭우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극한 호우는 농촌 마을과 농경지 침수를 가져와 직접적인 피해를 겪는 농민들의 어려움은 말할 것도 없고 수퍼마켓의 채소류 품귀 현상에 이어 식당의 탁자에 오르는 상추와 채소류가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는 비바람으로 인한 과실류 흉작으로 사과의 값이 높게는 10배까지 치솟기도 했다. 지리적으로 지구 반대편 서부 아프리카의 기후 악화로 코코아 가격이 뛰면서 인스턴트 가공식품에 사용되는 커피와 오렌지주스 가격도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지구촌 이상기후로 인한 농산물 공급 감소 및 이에 따른 가격상승은 우리의 밥상 불안에 그치지 않고 다른 물가에도 영향을 미치는 경제 불안을 초래하기 마련이다.

이처럼 농산물 가격의 오름으로 인하여 일반 물가도 상승하는 경제적 현상을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이라는 신조어로 표현하고 있다. 농업(agriculture)과 물가상승의 영어 표기인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이다.

농산물 가격상승으로 초래되는 일반 물가상승 즉, 애그플레이션의 원인에 대해서는 농업 경제학을 공부하지 않아도 쉽게 알 수 있는 것들이다. 즉, 기후변화, 도시 및 산업화로 인한 농지감소, 농업인력 부족, 인구증가와 경제 발전으로 인한 수요 증가, 에너지 가격상승, 전쟁 및 국가간 분쟁으로 인한 무역 제한 등이 있다.

특히 곡물 자급률이 낮고 도시화와 산업화율이 높은 우리나라에서는 기후변화로 인한 농작물의 작황 부진 및 농촌인구 감소가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러기에 글로벌 정치 경제 분석기관인 EIU(Economist Intelligence Unit)가 조사발표한 세계식량안보지수(GFSI) 순위에서도 우리나라는 조사대상 113개국 중 39위로 평가되었다.

자연환경이 우리나라보다 열악한 것으로 알려진 카타르나 아랍에미리트와 같은 중동국가 보다 더 낮게 평가되고 있다. 국내의 경제 전문가들도 우리나라는 OECD 국가중 기후변화로 인한 식량 위기에 가장 취약한 국가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2022년도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46% 정도이다. 여기에 사료용 옥수수 등을 포함하면 곡물자급률은 20%대로 낮아진다고 한다.

앞으로 정부는 2027년까지 식량자급률을 55.5%로 상향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는 있지만 목표 달성을 위한 정책이 뚜렷하지 못하여 회의적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좀 더 거시적인 안목에서 실현 가능성이 높고 효율적인 농업정책이 수립되어야 할 것이다.

기대되는 애그플레이션 대책으로는 세가지를 들 수 있겠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농업기술(애그테크, AgTech)의 활용도를 높이는 것, 식량안보를 위한 효율적인 농지관리 및 해외 농업자원 확보가 필요하리라 본다.

기후변화에 따른 우리나라의 온난화는 피하기 어려운 자연현상이다. 과거 대구에서 생산하던 고품질 사과의 재배단지가 기후 온난화로 점차 북상하고 있다.

농촌 진흥청에 의하면 이러한 온난화 추세라면 2090년대에는 국내에서는 현재의 고품질 사과 재배 가능지가 없어질 것으로 예측된다고 한다. 이러한 변화는 배, 감귤, 단감 등 노지에서 장기간 재배하는 과수작물에 주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따라서 기후변화에 따른 신품종 개발과 재배 시스템에 대한 연구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과거 우리나라 통일벼가 그러했고 현재 말레이시아 농업을 대표하는 팜유 산업이 좋은 사례이다. 말레이시아 국가 경제(GDP)의 4.6%를 차지하는 팜유(palm oil)산업은 야생 기름 야자나무를 품종 개량함으로써 이루어진 것이다.

키가 큰 야자나무를 작업하기 쉽도록 관목처럼 낮게하고 열매가 많도록 육종함으로써 단위 면적당 해바라기 기름 생산의 6배, 콩기름의 10배가 되는 높은 식용유 산출량을 얻게 된 것이다. 육종에 더하여 폭염과 가뭄 그리고 극한 호우 등의 이상 기온에 대비한 물관리가 더없이 중요해진다.

자연 보호라는 낭만적인 환경운동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수질과 수량을 동시에 관리할 수 있도록 환경 정책의 변화가 요청된다. 아울러 도시화로 줄어드는 농촌인구에 대한 대책 또한 기후변화 못지않게 중요하다, 오랫동안 젊은이들의 귀농을 위한 노력과 투자가 있었으나 아직은 투자에 비해 효과는 미미하다.

따라서 젊은이들의 창의와 도전이 요청되는 스마트팜(Smart farm)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 농업에 정보통신기술(ICT)이 융합된 첨단 농업생산 방식은 일자리 창출은 물론이고 기상 재해에 대비한 농업기술의 접목으로 과일과 채소류는 물론 곡물 재배마져 자동화 할 수 있어서 우리나라 농업에서 가장 치중해야 할 분야이다.

두 번째는 지역에 따라 효율적이고 융통성 있는 농지관리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농업정책은 식량안보 강화와 식량자급률 제고에 집중되어 있다. 그러나 정책 수행을 위한 구체적인 농지관리 목표나 제도적 규정은 미진한 편이다. 그러는 사이에 매년 쌀 소비량은 줄어들고 대체 곡류인 밀이나 사료용 옥수수는 폭증해왔다.

따라서 이제는 일본처럼 전국적인 농지관리 목표 면적 확보와 광역 자치단체 간에 합리적 역할 분담을 통하여 농지의 생산적 이용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끝으로 어차피 국내 생산이 어렵거나 충분하지 못한 농산물 공급을 위해서는 해외 농지를 확보해야 할 것이다.

농산물도 해외 지하자원처럼 농산물의 지속적인 공급원확보를 위해 투자와 해외 협력이 요청된다. 특히 아프리카 국가들과 우호 관계를 수립하고 농업기술 이전과 자본투자를 통하여 원활한 농산물 생산과 공급을 위한 협력으로 애그플레이션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절실한 때이다.

건국대학교 명예교수 강창원  kkucwka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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