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14억 중국시장의 빗장이 풀렸다.’, ‘우리나라 경제영토가 세계에서 세 번째 규모로 커졌다.’ 2014년 연말이 가까워 오면서 중국, 호주, 베트남 등 여러 나라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관련 소식이 연속보도 되고 있다.

그것도 마치 우리 경제에 대박이라도 터질 듯 TV나 신문 등 공중 매체를 통한 보도와 시사 논평이 요란스럽다. 2014년은 갑오년으로 행운과 성공의 상징인 청마의 해라고 덕담을 나누었는데 오히려 세월호 사건을 비롯하여 갖가지 힘들고 어려운 사건사고의 연속으로 지치고 힘들게 보내는 한해이었기에 그나마 FTA 협정 체결이라도 많이 해서 경제영토 넓히기에 희망과 기대를 걸고 싶은 심리적 작용이 큰지도 모르겠다.

가진 자원이 넉넉지 못하고 내수시장 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우리나라인지라 FTA를 통한 경제영토 확장과 무역촉진이 중요한 경제성장 전략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수긍이 간다. 뿐만 아니라 소비자 측면에서는 세계 각지에서 생산 되는 좋은 제품들을 보다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기에 반가워 할 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인 변화에 마냥 기뻐하기보다는 변화에 수반되는 부정적인 측면과 우려되는 사항에 대한 대비책들이 함께 수립되고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국제경쟁력에서 취약한 농업계의 반발과 세계 각지에서 쏟아져 들어올 농산물과 식품류의 안전성 확보 불안감이 그것이다. 여러 가지 면에서 불리한 여건에 놓인 우리나라 농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대책마련에 나선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정작 소비자들의 걱정거리인 경제영토 넓히기에 따른 먹거리 안전에 관한 논의나 대책은 어디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물론 이번 정부 출범 초기부터 불량식품을 우리사회 ‘4대악’ 중 하나로 규정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신설과 범정부 불량식품근절추진단을 통한 합동단속 상시화, 식품위해사범 처벌 강화 등 제도와 감시체제를 보강해왔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각종 불량식품 적발 소식과 함께 식품 안전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은 더욱 커져가고 있는 듯하다. 김밥, 도시락 등에서 검출된 대장균, 유통기한이 지난 육류 유통, 가짜 참기름과 들기름 등은 말할 것도 없고 한때 제과업계의 1위였던 어떤 대기업에서 식중독균이 검출된 제품을 유통시켰다가 문제가 발생하자 회수했다는 소식에 소비자들은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단속에도 불구하고 국내산 식품에 대한 불안감이 커져 가는데 FTA와 함께 저렴한 가격 때문에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각종 수입산 먹거리의 안전에 대한 우려는 오죽 하겠는가. 특히 우리나라와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중국산 식료품에 대한 불안은 더하다. 중국산 식료품에 대한 불신은 중국 국내에서 조차 잘 알려져 있고 중국 정부의 강력한 단속 강화에도 불구하고 불량식품 제조 및 유통은 수그러들 줄 모른다.

그곳의 불량식품 근절이 어려운 점은 중국인들의 식품 안전에 대한 인식문제로서 기회만 생기면 발생할 소지가 큰 난제로 여겨진다. 이밖에도 식품 위생과 안전에 대한 인식이 우리와는 다른 여러 나라로 부터 FTA 협정에 따라 저가 공세로 우리나라에 들어올 것이 너무 자명한 만큼 먹거리에 대한 위생 안전 불안은 넓어진 경제영토에 비례하리라 여겨진다. 따라서 FTA시대의 먹거리 안전 관리는 지금과는 다른 차원에서 이루어져야만 할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식품안전관리나 감독은 국내산에 치중되어 왔고 상대적으로 수입품에 대해서는 소홀히 해왔다. 한 가지 예로서 올 12월 1일부터 국내 배추김치 업체는 의무적으로  해썹(HACCP) 안전관리 기준을 도입해야하고 김치류에 대장균 규격 신설을 입법예고 하는 등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식당이나 대량 소비처에서 쓰고 있는 중국산 김치는 HACCP 인증도 적용하지 않고 수입과정에서 철저한 검사가 이루어지기에는 인력 등 여건이 좋지 않음이 국정감사에서 지적되고 있다. 오히려 2011년 관세청의 수입통관절차 간소화 영향으로 중국산 김치의 통관 및 검사절차가 더욱 허술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보따리상을 이용한 중국산 농산물의 불법반입과 유통은 우리나라 농업에 위협이 될 뿐만 아니라 먹거리의 안전에는 더욱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따라서 우리정부도 미국, 일본, 대만 등과 같이 우리나라와 같거나 이에 준하는 위생안전 관리를 할 수 있는 업체나 검사기준을 수출국에 요청하고 우리나라 검사관으로부터 위생관리 동등성(equivalency)을 인정받는 업체나 생산자가 수출국 정부로부터 수출 허가증을 받은 품목에 대해서만 수입을 허가하는 등 제도적 보완이 있어야만 하겠다.

유전자변형식품(GMO)의 수입에 대한 불안 역시 심각하다. GMO의 유해성 여부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하더라도 소비자들의 선택권은 주어져야한다, 이점에 있어서는 수입식품에 앞서 국내산에 대한 GMO 표시 제도가 유명무실한데 있다.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옥수수와 대두의 절반이상이 GMO인데도 이를 원료로 제조한 식품에는 GMO 표시가 거의 없다. 지난해 국내 대형 식품회사가 터키에 수출하려던 라면이 그 나라에서 시행하는 GMO 성분검사에 적발되어 13톤에 달하는 라면이 폐기 처분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처럼 수입 식료품 안전관리는 물론 소비자의 알권리와 우리 제품의 해외수출을 위해서도 국내법의 개정이 필요하고 이를 수입품에도 엄격하게 적용해야한다. 세계적으로 GMO 농산물 생산이 가장 많은 미국에 이어서 중국으로부터도 GMO 식료품 수입이 크게 확대될 가능성이 큰 만큼 이에 대한 법률개정 및 검역 뿐만 아니라 검사 및 감시를 위한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제도적인 정비와 보강에 따른 관리 및 검사인원과 예산의 증강이 없이는 실효성이 없는 전시행정에 그칠 수밖에 없다.

수입되는 식료품의 종류와 수량이 증가하고 유통이 복잡 다양하리라 예상되는 만큼 이에 따른 철저한 사전대책과 예산이 확보되지 않으면 먹거리에 대한 불안은 넓어지는 경제 영토만큼이나 더욱 증대될 것이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불량식품 감시에 앞장설 뿐만 아니라 필요한 사항을 정부나 해당기관에 요청함으로써 우리의 식탁 안전을 스스로 지켜나가야만 하겠다.
 

강창원  건국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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