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이 최근 전기요금인상안을 정부에 다시 제출하면서 한동안 물밑으로 가라앉았던 '전기요금 연료비연동제'가 전력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16일 지식경제부 및 전력업계 등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 10일 지경부에 전기요금인상안을 다시 제출하면서 '연료비 연동제'를 적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전은 인상안에서 기본 인상분으로 10.7%를 제시하고 6.1%는 총괄원가와 전기판매수입을 산정해달라고 요구했다.

근거는 있지만 무기한 시행이 연기됐던 제도를 들고나오자 정부가 완연히 당황하는 기색이다.

정부는 2010년 석유와 가스 등 연료비의 변동분을 정기적으로 전기요금에 자동 반영키로 했다. 이를 위해 전기요금산정기준과 전기요금약관 계약사항에 이를 명시했다.

'기본요금+전력량요금'인 기존 전기요금 체계를 '기본요금+전력량요금+조정요금'으로 변경키로 한 것.

연료비 연동제의 근거를 마련한 후 지난해 2월 모의시행을 거쳐 우여곡절 끝에 그 해 8월부터 시행키로 결정했지만 급격히 진행된 석유가격 고공행진이 발목을 잡았다.

석유 가격을 연료비에 연동시키면 물가에 심대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실제 적용은 무기한 연기됐다. 당시 국내 유가는 2011년 6월 둘째주 리터당 1917.41원까지 떨어졌다가 7월 첫째주에는 1932.69원, 8월 둘째주에는 1957.97원까지 상승하는 등 물가당국을 긴장시켰다.

여기에 지난해 8월1일을 기해 전기요금이 4.9% 인상된 것도 연료비 연동제 실시의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경부 관계자는 "전기요금이 인상됐던 시기라 연료비 연동제를 시행하기에는 적당치 않았다"고 말했다.

정부 일각에서는 정치권의 중단 압력도 있었다고 토로한다. 지경부측은 "여러가지 요인이 있었다"며 에둘러 해명했다.

발전업계는 장기적 안목에서 연료비 연동제 도입이 국민들의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부담을 분산시키고 전력 사용을 억제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며 하루빨리 시행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요자별로 전체적인 적용이 힘들다면 그동안 원가이하로 전기를 공급받은 산업용에만이라도 연동제를 적용시켜 전기요금으로 인한 물가상승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는게 발전업계의 주장이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추진한 산업화로 재벌들이 30년동안 전기요금에서 혜택을 봤으니 이제는 국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며 "같은 의미에서 연료비 연동제는 충격을 덜어 주면서 요금 조정을 유도할 수 있는 제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명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정부와 업계의 절충상황으로 연료비 연동제 적용이 검토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 연구원은 "한전이 요청한 요금인상안을 정부가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정부와 한전의 요청안 차이가 너무커 절충선을 찾아야할 것"이라며 "타협안의 하나로 연료비 연동제 적용시기에 대한 논의도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기락 기자  songgirak@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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