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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메달의 그림자: 대한민국 스포츠의 결과지상주의를 넘어서"
김예은 변호사 | 승인 2024.06.11 10:17

[여성소비자신문] 대한민국의 스포츠는 오랫동안 금메달 지상주의, 즉 결과지상주의 문화에 깊이 빠져 있었다. 올림픽이나 아시안 게임 등 국제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이 국가적 자부심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었던 과거 세대를 지나, 근래에는 메달리스트들을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후원과 지원을 아끼지 않는 기업들이 늘어났다. 자본주의가 결과지상주의에 날개를 달아준 셈이 된 것이다.

더군다나, 대한민국은 인적 자원만으로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 냈던 나라이기에, 전반적으로 경쟁이 치열한 문화 풍토가 자리 잡아 왔음은 짐작할 만하다. 이러한 문화는 가시적이고 직관적인 성과를 확인할 수 있는 스포츠 분야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었다.

이는 선수들에게 더 나은 미래와 생활을 꿈꾸게 하는 계기가 됨과 동시에, 필연적으로 과도한 경쟁과 압박을 유발했다. 이로 인하여 선수들의 권익 보호가 소홀히 다루어졌으며, 민사적, 형사적 법률관계에서도 선수들은 대부분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되었다.

이처럼 스포츠계 내에서 발생하는 각종 문제에 대해 선수들이 법적 보호를 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선수 간 또는 지도자와의 관계에서 성폭력이나 폭행과 같은 심각한 범죄가 발생했을 때, 피해 선수들은 일반적으로 신속한 법적 대응에 나서기 어렵다.

스포츠계 내에는 분명히 권력 관계가 존재하며, 선수들이 섣불리 행동을 하였다간 자신의 선수생활 자체 또는 그 수명에 불리한 작용을 받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권력의 비대칭 사이에서 일부 코치나 감독은 좋은 성과를 위해 선수들을 신체적, 정신적으로 학대하는 행위를 정당화해왔다. 스포츠의 개념상 점수나 순위를 매기고 선수들 간 우열을 가리는 것이 그 핵심임은 부정할 수 없으나, 선수의 권리가 침해되는 현상은 근절되어야 한다.

이는 스포츠의 본질을 훼손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스포츠는 ‘공정한 경쟁’과 ‘스포츠맨십’을 지향하여야 하는 활동이지만, 일부 지도자들은 성과를 위해 이러한 가치를 희생시킨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이러한 태도는 선수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줄 뿐만 아니라 스포츠 발전을 저해한다.

주객전도 현상이라는 표현에 주목해보자. 이는 본래의 목적과 수단이 뒤바뀌는 상황을 지칭한다. 전문체육의 본래 목적은 운동선수가 자신의 신체적 능력 내지 기술을 훈련하여 대회에서 이를 선보이고, 정신적으로 성장하며, 스포츠를 즐기는 것이다.

그러나, 스포츠의 수단과 성과의 자리가 뒤바뀐다면, 금메달이나 우승만을 목표로 하여 무리한 훈련과 심리적 압박을 가하는 것이 본래 목적을 압도하게 된다. 이는 선수의 부상 내지 정신 건강 악화를 유발하고, 즐거움과 성장을 추구해야 할 스포츠가 언젠가부터 고통과 부담으로 변모하여 선수는 운동에 대한 흥미를 잃게 될 수 있다.

선수들은 스포츠를 이루는 가장 중요한 구성원으로서 그들의 권익이 보호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선수들이 건강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운동할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선수의 권익 보호를 위한 체계적인 제도 개선과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체육인들에 대한 ‘형식적인 법률 적용 및 집행’에서 더 나아가 그 이후의 권리 침해 여부에 대한 관리 및 감독 시스템, 즉 ‘애프터 서비스 제도’까지 마련되어야 누구든지 마음 놓고 법조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선수들이 건강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운동할 수 있도록, 또 우리 사회가 이들을 보고 다시 행복감과 희망을 얻을 수 있도록, 스포츠계의 재구조화에 관심을 가질 것을 촉구한다.

김예은 변호사  mitotow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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