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박영준 기자] “차라리 관피아가 낫겠다. 관련 경력도 없고 전문성도 떨어지는 인물이 정치권의 ‘보은인사’식으로 오면 제대로 된 업무처리가 이루어질 수 있겠나”

IBK기업은행 관계자가 최근 신임 감사로 선임된 이수룡 기업은행 감사를 두고 한 말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관피아(관료+마피아)나 모피아(재무부, 기재부 출신 관료) 등 낙하산 인사로 한차례 내홍을 겪은 금융권이 이제 ‘정피아(정치권 출신) 논란에 휩싸였다.

현재의 정피아 논란은 금융권 공기업을 시작으로 심심치 않게 흘러나오고 있다. 관피아가 떠난 자리를 정피아들이 채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피아 논란의 불을 지핀 건 지난 10월 10일 우리은행의 신임 감사로 임명된 정수경 변호사다. 정 변호사는 지난 2008년 총선 당시 친박연대 대변인을 맡았으며 2012년 총선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를 받은 경력이 있다.

이밖에도 기업은행 감사로는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에서 일한 이수룡 전 서울보증보험 부사장이 선임됐고, 기술보증기금에서는 박대해 전 새누리당 의원이 감사를, 강석진 최경환 부총리 전 비서실장이 상임이사를 맡고 있다.

이처럼 외부의 시선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으면서도 실속을 차릴 수 있는 감사·사외이사 위치에 이들 정피아가 적잖게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감사나 사외이사 자리가 최고 경영자(CEO)처럼 눈에 잘 띄지는 않는 것에 비해 연봉이나 복리후생 등 좋은 처우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은 대표적인 낙하산 인사 코스가 되는 이유다.

문제는 정피아보다 정피아가 가진 능력에 있다. 현재까지 지적된 정피아들은 유관 경력이나 전문성이 거의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 감사는 법인의 회계 및 경영상황을 감시·감 독하고 내부 비리·부조리를 적발하는 직무감찰 기능을 하며, 사외이사도 이사회에 참석해 기업 경영활동을 감시한다. 충분한 경험과 경력이 뒷받침될 때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는 자리인 것이다.

차라리 감사원 출신이나 유관기관의 관피아가 낫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흘러나오는 지금, 정피아까지 번진 낙하산 인사의 관행이 없어지지 않는 한 금융권 혁신은 멀기만 하다.

박영준 기자  jun343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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