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콜라 한 병,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7동 몇 호실로 배달되더니. 코카콜라 두 병, 헬스클럽 우리 사모님. 목구멍에 아사달달 넘어가더니, 헤야 디야 기분이 나네. 살기 좋은 이 세상에 잘 태어났네”

다음은 안치환의 노래 ‘코카콜라’ 중에서 발췌된 가사이다. 돈이 없으면 죄가 되는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극에 달한 한국 사회에서 일어나선 안 될 비극이 다시 터졌다. 노래가사처럼 비극은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에서 기어이 벌어졌다.

입주민의 폭언을 수시로 듣는 등 비인격적인 대우를 받아오던 경비 노동자 고 이만수 씨가 견디다 못해 분신을 감행 후 지난 6일, 끝내 세상을 등졌다. 11일에는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에서 그의 노제가 치러졌다.

박문순 서울일반노조 사무처장에 따르면, 고 이만수 씨는 분신 이후 1~2주일 정도 정신이 있는 상태에서 간간히 말을 했다고 한다. 그에 따르면 “분신한 당일, 가해자가 ‘병x같은 놈’이라고 말했다더라”면서 “폭언이 나오기 전 고인이 어떤 모멸적인 상황에 있었을지는 안 봐도 뻔하다”고 전했다.  

근로기준법 63조를 살펴보면, 경비노동자는 ‘근로시간과 휴식·휴일 규정을 적용하지 않도록 한다’는 예외노동자로 규정하고 있다. 최저임금법 5조 역시 마찬가지이다. 경비노동자를 ‘법정 최저임금과 다른 금액으로 최저임금액을 정할 수 있는 자’로 규정한다.

이처럼 미비한 법적 체계와 감정노동자를 사지로 내모는 사회풍토 속에서 경비노동자들은 입주민들의 일상적 언어폭력에 시달리기 일쑤이다. 고용불안 탓에 저항은 그들에게 어느새 사치로 전락했다.

지난 2012년에는 60대 경비원들이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 굴뚝 위로 올라가 농성을 벌이는 사태가 빚어졌다. 당시 경비와 건물관리를 맡은 한국주택관리㈜는 아파트 동대표 회의서 경비직의 상한 연령을 65세에서 62세로 낮추는 결정을 내리자 60세 이상 경비원들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당시 법이 개정되면서 경비원 임금이 최저임금의 90%까지 올랐지만, 해고 통지를 받을까봐 경비노동자들은 입주민들에게 더욱 허리를 숙여야만 했다.

경비노동자 대부분이 24시간 연속 근무에 하루를 쉬는 격일 근무제로 근무한다. 주당 평균 근무시간은 61시간. 법정 근무시간을 초과해 손에 쥐어지는 한 달 임금은 백만 원에서 백오십만 원선이다.

이들의 임금은 최종적으로 아파트 관리비에서 비롯되는데, 단 몇 퍼센트에 지나지 않는 관리비 납부 권리를 행사키 위해 몇몇 입주민들은 이들의 인권을 유린한다.

한번쯤 우리는 스스로 질문해야 할 것이다. 자본의 논리에 따라 기괴한 시스템이 오작동하는 한국 사회에 수상한 기여를 조금씩 하고 있던 것은 아닌지. 경비이기 전에 한 아버지이자, 청년시절 고군분투했을 그의 삶을 조금씩, 천천히 외면해오고 있던 것은 아닌지 말이다.

최문희 기자  moon@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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