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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시 읽기] 개죽음 '김상미'
구명숙 숙명여대 명예교수 | 승인 2024.04.15 10:20

[여성소비자신문] 개죽음은 개의 죽음이 아니다
개죽음은 개같이 죽는 것이다
어느 날 모든 일이 척척 잘 풀려
혼자서 느긋이 술집에 앉아
모처럼 흐뭇한 휴식 취하고 있을 때
느닷없이 뒷머리에 타타탕!
이유 없이 어처구니없이 죽어 넘어지는 것
그게 개죽음이다.
아무도 당하고 싶어 하지 않는
이 시대의 불운
개죽음은 도처에서 장소 불문하고
우리들에게 끼어든다
그것 피할 안전지대는 더 이상
어디에도 없다

우리는 모두 제로이다

죽음이 없다면 생이 어떻게 될까? 단 한 번뿐인 생은 죽음으로 인해서 비롯된다. 죽음 때문에 생이 일회성으로 끝나지만, 그렇기에 더욱 소중하고 진지하고 성실히 생에 대해 최선을 다하려는 집념이 일어나는 것이다.

죽음은 삶속에 함께 존재한다고 한다. 우리는 여러 죽음 중에 아무 가치 없이 무고하게 죽는 경우를 ‘개죽음’이라고 일컫는다.

김상미의 시「개죽음」은 미래가 불투명한 불확정성의 시대에 불안해서 방황하는 현대인의 삶을 ‘개죽음’으로 상징해 보이고 있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는 "자신의 죽음을 기억하라", "너는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 "네가 죽을 것을 기억하라"는 의미의 라틴어다. 고대 로마에서는 원정에서 승리를 거둔 개선장군이 시가행진을 할 때 행렬 뒤를 따르는 노예들에게 큰소리로 "메멘토 모리!"를 외치게 했다고 한다. 죽음을 생각하며 겸손하라는 경고이기도하다.

“아무도 당하고 싶어 하지 않는/이 시대의 불운/개죽음은 도처에서 장소 불문하고/우리들에게 끼어든다/그것 피할 안전지대는 더 이상/어디에도 없다“ 는 시인의 외침 속에는 거짓이 난무하는 어처구니없는 세상, 피할 곳도 없지만 어처구니없이 죽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것 같다.


구명숙 숙명여대 명예교수  k9350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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