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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근로자 숨통 죄는 성희롱, 당신의 직장은 안녕하십니까직장 내 성희롱 외면하는 행위는 ‘사회적 타살’ 공모하는 일
최문희 기자 | 승인 2014.10.27 16:23

   
 
[여성소비자신문=최문희 기자]출판사 쌤앤파커스 상무의 성추행 사건, 박희태 전 국회의장의 골프장 캐디 성희롱 파문, 성추행 사실을 윗선에 보고했지만 해고당한 뒤 스스로 세상을 달리한 중소기업중앙회 여직원 사건 등 요즘 들어 주요 뉴스에는 ‘성희롱’이라는 단어가 빈번하게 등장한다. 

특히, OECD국가 중 자살률 1위에 빛나는 대한민국의 비극을 보여준 것이나 다름없었던 중소기업중앙회 성추행 사건은 많은 이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젊은 여성이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진실을 밝히려 막다른 길을 선택했지만, 해당 단체가 자살 사건의 내막을 축소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이번 사건은 단순히 자살이 아닌 사회적 타살”이라며 “중기중앙회장이 직접 나서 국민에게 사과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당시 A씨는 초과 근무와 주말 근무가 잦았다. 하지만 조금만 참으면 정규직이 될 수 있다는 희망에 갖가지 애로사항을 참아왔다. 세상을 등진 그의 이메일을 살펴보면, 교육프로그램이 끝난 회식 자리에서 아버지뻘 되는 기업인이 몸을 더듬거나 입에 담기 힘든 성희롱 발언을 수시로 들었던 사실이 드러났다.

상사들에게 성추행 사실을 알렸지만 A씨는 2년 계약이 끝난 8월 말, 해고 통보를 받았다. 그리고 해고 26일 만에 생을 마감했다. A씨는 유서에 “정을 쏟고 미래를 그려나갔던 경험들이 날 배신하는 순간, 그동안 겨우 참아왔던 내 에너지들이 모조리 산산조각 나는 것 같더라”고 절규했다.

한국여성노동자회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이 불안정한 고용형태 속에서 성희롱 피해에 더욱 노출돼 있다는 것이 상담 사례를 통해서도 확인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올해 1~8월까지의 평등의전화 상담 사례 1964건 중, 성희롱 상담은 13.9%인 273건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상담사례는 236건으로 전체 상담의 8.9%를 차지했던 것과 비교할 때 성희롱 상담이 급증한 셈이다. “조금만 참아라”고 권하는 왜곡된 직장문화 속에서 여성 근로자들은 정신적 고통을 감내하며 지옥 같은 출근을 수시로 반복해야 하는 것이다.

이같은 암울한 현실 속에서 가해자는 반성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현재까지도 “고인의 사인이 우울증과 집안형편 때문”이라며 유가족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 그들은 차가운 도시 속 젊은 청년이 품었을 법한 꿈이나 바람에는 한 톨의 관심조차 없다.

자신의 자리를 보전하거나, 내 생사를 지키기 위해 우리 사회가 한 사람의 인권을 무참히 외면하고 수탈해온 것은 아닌지 반성하고 목소리를 내야 할 시점이다. 한 사람의 ‘삶을 누릴 권리’를 침탈하는 직장 내 성희롱은 이제 공식적인 자리서 논의되고 개선점을 강구해야한다.

그 전에 우리는 가장 처음 주변을 둘러보고 직시해야 할 것이다. 당신들의 일터는 안녕한지, 당신들의 동료는 과연 안녕한지 말이다.

최문희 기자  moon@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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