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정감사에서 연일 생보사의 자살보험금 지급거부에 대해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도 지급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도 생명보험 재해사망특약 2년 이후 자살보험금 미지급 건에 대해 지급 지시를 내렸다.

한국소비자원 분쟁조정위원회에서도 지급결정을 내렸다.

2년전 아버지가 자살했으나 재해보험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줘야한다’는 최근 언론보도를 접하고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했던 한 소비자는 느닷없이 ‘채무무부존재소송’ 소장을 받았다.

황당한 마음에 어찌해야 할 줄 몰라 소장을 들고 단숨에 금소연에 찾아와서 생보사들이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가? 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런 소비자들이 한둘이 아니다.

회사들이 금융감독원에 ‘자살보험금 지급거부’를 신고한 건은 2647건, 미지급보험금은 2179억원이라고 했다. ING생명이 471건인데, 삼성 713건, 교보 303건 한화 245건으로 신고됐다. M/S를 고려할 때 숫자가 너무 적다. 아마 ING생명은 감사에 적발된 건수이고, 나머지는 자진신고해서 숫자에 차이가 있다고 관측된다.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을 것이다. 

현대라이프와 에이스생명을 제외한 ING, 삼성, 교보, 한화, 동양, 동부, 알리안츠, 농협, Met, 신한생명 등 10개 생명보험사가 담합해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고 있다.

보험사들은 보험금을 신청한 소비자들에게 오히려 소송을 걸고 있다. 생보사들끼리 짬짜미해 ‘지급을 거부’하기로 하고 소비자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생명보험사들은 가입 2년 이후 자살사고에 대해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겠다고 정한 약관을 2010년까지 수백만명의 소비자에게 판매해 왔다. 자살사고에 대해 재해사망보험금은 속여 주지 않고 절반 이하인 일반사망보험금만 지급해 왔다.

보험약관은 생명보험사와 계약자 간에 이행하기로 한 ‘약속’이다. 하지만 이제 와서 “실수였다”, “자살을 부추긴다”라며 지급하지 못하겠다고 하는 것은 보험소비자를 상대로 보험사가 보험사기를 친거나 다름없다.

생명보험사는 신뢰가 생명인 업종으로 소비자와 약속은 생명과 같이 지켜야 한다. 생명보험사 스스로 '소비자와의 신뢰'를 깨버리는 행위는 보험사이기를 포기한 것과 마찬가지이다.

금융당국이 사실상 지급명령을 내렸음에도 생명보험사들이 따르지 않고 오히려 정부와 소비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하는 것은 생명보험사들이 소비자를 얼마나 우습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생명보험사는 소비자를 무시하고 주주의 배만 채우려는 믿을 수 없는 보험사이다. 소비자의 신뢰를 저버리는 이런 회사에 보험을 들면 다음에 어떤 핑계라도 대고 보험금을 안 주려고 할 것이다.

소중한 우리의 자산을 믿고 맡길 수가 없는 셈이다. 이런 회사는 보험을 들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만 소비자를 무시하지 못하고 소비자가 무서운 줄 알 것이다. 지금부터 생보사들이 자살보험금을 지급할 때까지 생명보험 불매운동이라도 전개해야 할 것이다.

금융소비자연맹 조연행 상임대표  kicf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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