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연체율이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자 가계경제 부실의 또 다른 뇌관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최근의 카드 연체율 증가 문제는 수입은 제한된 반면 경기침체와 고물가 부담이 커지자 신용카드 대금을 제때 갚지 못하면서 발생한다는 점에서 어느 때보다 '악성'으로 분류된다.

빚을 내 생활비를 충당하다가 경기 불황이 지속되면서 더는 버티지 못하는 가구가 늘고 있다는 의미.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3월말 현재 KB국민카드를 제외한 6개 전업카드사(비씨·신한·삼성·현대·롯데·하나SK)의 연체율이 2.09%를 기록했다. 지난해말(1.91%)에 비해 0.18%포인트 높아졌다. 카드 연체율은 세계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말 2.23%까지 치솟았다가 이후 1%대를 유지해왔다.

항목별로는 신용판매 연체율이 1.05%로 전년(0.96%)보다 0.09%포인트 상승한 수치를 나타냈고, 카드대출 연체율이 전년(2.69%)보다 0.22%포인트 높아진 2.91%로 크게 늘어났다.

은행권 가계대출 문턱

카드대출 연체율이 급증한 직접적인 원인은 '높아진 은행 대출문턱'이 1차 원인.

서민들은 최근 금융권의 깐깐해진 대출 관리로 돈줄이 막히자 '지갑 속의 외상'인 카드 대출을 선택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지난 3월 현재 전업계 카드사의 카드론 총액은 5조2908억원으로 전년(4조7966억원)보다 10.3% 증가한 수치를 나타내 연체율 뿐만 아니라 사용액도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김해철 여신금융협회 선임조사역은 "저축은행 사태로 서민들이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적어지자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카드론을 집중적으로 이용하는 것 같다"며 "금리도 10% 중반대로 은행과 대부업체 사이여서 급한 자금이 필요한 서민들이 애용하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신용카드 연체율 상승 여파는 곧 바로 개인 신용관리에 치명타.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제2금융권 대출도 막힐 수 밖에 없어 마지막엔 30%이상의 고금리를 받는 대부업체로 내몰리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된다.

전문가들은 '신용카드 연체-> 개인 신용등급 하락-> 카드사 부실-> 1금융권 부실'로 연결될 경우 금융시스템 전반의 위기를 촉발할 수도 있다고 경계하고 있다.

리볼빙 서비스 간과

카드사들은 현재까지 연체율 상승에 대한 걱정을 '기우'라고 일축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2%대의 연체율은 카드사들의 예측 가능한 범위 수준"이라며 "카드대란 때와 같이 가계부실에 엄청난 영향을 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하지만 카드사가 빼놓고 있는 변수 하나. 리볼빙 결제 서비스. 3월말 현재 6조400억원(작년말 5조5000억원)에 달해 불과 3개월만에 5000억원가량 급증했다.

결제 시점에 일부만 갚고 나머지 대금은 다음달로 이월시킬 수 있는 서비스다. 고객 입장에선 일시 상환 부담이 줄고, 카드사는 대출자산이 남아 있어 자산운용 효과가 높아지는 장점이 있지만 본질은 '제한적인 연체'다.

카드사 연체율 통계에는 리볼빙 결제서비스 금액이 포함되지 않는다.

리볼빙서비스의 이자는 이용금액이나 개인 신용도에 따라 5.9~28.8%의 수수료가 적용되는데, 리볼빙서비스의 이용이 극히 적은 신용등급 1~2등급의 고객만이 한자리 대의 수수료를 적용받을 수 있고 서비스 이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3등급 이하의 고객들은 10%이상의 고금리를 적용받게 된다.

실제로 서비스 이용자들의 평균이자가 20%대를 넘어서고 있어 사실상 고금리 대출이 아니냐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리볼빙서비스를 받는 소비자들은 대부분 카드사용금액을 한꺼번에 갚을 수 없기 때문에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라며 "이들에게 20%대의 고금리를 받게 되면 매달 사용하는 신용카드 결제금액이 더해져 결제해야하기 때문에 부채 상태가 악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와 관련, "리볼빙과 관련한 (가계부실 등의)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카드사를 지도감독하고 있다"며 "소비자들도 리볼빙서비스를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만 사용하고 갚은 여력이 생기면 즉시 갚아 빚이 늘어나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고승주 기자  sj.go@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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