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시민모임(이하 소시모) 김자혜 회장(63·사진)은 그간 소비자운동을 하면서 주택할부 금융피해 소송, 수입유모차 가격인하, 어린이용 물티슈 안전기준 마련 등 의미 있는 성과를 이끌어냈다.
 
최근에는 홈쇼핑, 전자상거래 등 새로운 채널 등장에 따른 피해, 의료광고 모니터링, 건축물에 대한 감시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속고, 손해 보는 소비자를 지키기 위한 투쟁의 산물이다.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 기업의 과대광고와 리베이트에 현혹되지 않는 소비문화를 만드는 것. 이것이 그가 소비자운동을 하는 이유다.

 

김 회장은 2001년부터 소비자시민모임(이하 소시모) 사무총장으로 활동하다 2013년 4월 12대 회장으로 선출됐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이하 소협) 부회장직도 겸하고 있는 김 회장은 현재 통일준비에 대비한 소비자단체 활동에도 주목하면서 유난히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소비자’란 개념조차 생소한 북한사회 특수성을 감안해볼 때 지금이라도 소비자단체의 역할을 고민해보는 첫걸음에 의의를 두는 것이다.
 

소비자운동은 변화하는 사회적, 경제적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소비자의 선택과 권리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다. 소시모의 경우 1983년 전문 소비자단체로 설립돼 상품테스트, 소비자피해 구제 활동, 리포트 발간 등 다양한 방면에서 소비자 권익증진운동을 벌이고 있다.

한 예로 1986년 소시모는 의료환경이 열악했던 시절,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환자의 권리선언’을 주장했다. 2000년대 들어 공급자 측면에서 제공해왔던 의료서비스를 의료 소비자 관점에서 평가하고 그 결과를 낱낱이 공개했던 것.

그 결과 공정한 경쟁이 의료의 질을 높이고, 의료소비자가 병원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의 신장으로 이어진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러한 소비자단체의 활동을 통해 많은 제도와 법률이 만들어졌고, 어느새 시장에서는 블랙컨슈머를 규탄할 정도로 나름 균형 있는 형태로 발전돼왔다.

하지만 김 회장은 여전히 소비자가 ‘을’이라고 말한다. 소비자 안전정책의 대부분은 기업 중심적이라는 것이다.
 

기업·정부의 무관심 속에 사고가 발생했고, 소비자 불만이 제기돼야만 뒤늦게 피해규정이 만들어지는 지금의 시스템으로는 소비자 안전을 100% 보장할 수가 없다는 것. 그럴수록 소비자운동에 적극 참여하고, 감시활동을 강화해야 진정한 의미의 소비자 정책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안전테스트 기준이 없는 기업을 감시해 압박하고, 기준이 미약할 경우 강화하라고 정부에 건의하는 것이 소비자단체의 역할인 셈이다. 이렇게 소비자운동이 활발해져 기업에 더 좋은 제품, 더 안전한 제품을 만들라고 요구하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선순환이 이뤄지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김 회장은 소비자도 적극적으로 정보를 활용하고 불만사항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라고 강조한다. 소비자 스스로 움직이고 요구해야만 소비자 중심의 정책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사회가 발전하면서 소비트렌드는 빠르게 변하는데 안전기준과 품질, 정책 등이 미비하다 보니 막상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기업들이 소극적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며 “소비자운동을 통해 공정하게 품질을 입증하고 스스로 경쟁력을 확인해야 스마트한 소비가 확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안전한 사회, 공정한 사회, 지속가능한 사회가 조성되는 것이다. 김 회장은 이러한 소비자의 인식이 성숙해져 윤리적인 소비로 이어지기를 바라고 있다.

윤리란 말 자체는 ‘사람으로서 마땅히 행하거나 지켜야 할 도리’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무얼 어떻게 소비해야 하는 걸까? 김 회장을 만나 소비자운동의 현재와 미래의 큰 그림을 들어봤다. 다음은 김 회장과의 1문1답.

 

“소비자운동은 변화하는 사회에 대한 대응이다. 새로운 기술 발달은 소비자에게 편리함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안전성, 건강과 자연에 주는 영향 그리고 사회경제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야 한다.

또 새로운 기술과 관련해 ‘누가 이것을 통제해야 하느냐’는 것이 중요하다. 소비자운동은 이러한 질문에 응답해야 한다. 예를 들어 몬산토 회사의 유전자조작 식품의 경우 자유로운 시장에서의 판매는 보장되지만 그것이 소농의 이익이라든지 소비자 안전성을 고려한 것은 아니다.

소비자단체는 바로 이에 대응하는 것이고, 이런 의미에서 소비자운동은 권력으로 인해 파생되는 소비자피해를 어떻게 막아내고 예방하느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소비자들이 현명해지면서 가치소비, 불매운동 등 소비자운동을 자발적으로 형성하고 있다. 다만 기성세대가 해온 소비자운동을 젊은 세대에게 자연스럽게 이어줘야 하는데 소통의 불협화음 등으로 젊은 층이 소비자운동으로 흘러들어오지 못하고 있다.

환경 변화에 따른 새로운 소비자운동을 하려면 동참하는 활동가들이 젊어져야 한다. 새로운 인터넷 기술을 가진 젊은 활동가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함께 현장에서 뛰는 활동가들의 경제적 수준과 복지가 향상돼야함은 물론이고, 보람 있는 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 선배들의 노력도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사회 어두운 곳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감시하는 활동을 통해 조금씩 변화되는 제도와 법 그리고 소비자의 의식변화가 가장 큰 결실이다. 그러나 아직도 멀고 먼 길이다. 새로운 소비자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비자피해보상 규정이 해마다 추가되고 있지만 규정이 생겼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또 다른 문제가 나타나게 된다.”

 

“소비자권익증진기금시대에 맞는 소비자단체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

앞으로 주권을 실현하는 소비자운동의 전개에서 20대, 30대, 40대 연령에 맞는 맞춤형 운동을 전개하려면 ‘무엇을 어떻게?’라는 것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통일을 대비해 소비자단체의 역할도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결국 소비자가 깨어야한다. 소비자가 유통매장에 가서 꼼꼼하게 살펴보고 가격 대비 품질을 검토해보고 구매해야 한다. 그런데도 문제점이 있다면 반드시 그냥 넘어가지 말고 단체를 통해 문제제기를 해야 세상이 변하고 시장도 변한다.”

 

“산후조리원 비용에 대한 불만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산후조리원이라는 신종서비스가 제공될 때부터 (비용)문제는 안고 태어났다.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있지만, 해결되지 않는 문제 중 하나다.

가격과 서비스 내용은 산모들이 산후조리원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인데도 불구하고 서비스 내용이 공개되지 않고, 평가 자체도 없는 것은 큰 문제다. 평가시스템의 기준을 공개적으로 정하고, 이에 맞춰 평가한 결과를 소비자와 시장에 내놓아야 한다. 소비자가 선택을 할 수 있게끔 투명해져야 한다는 말이다.”

 

“여성의 합리적인 소비가 자리 잡는다면 이 나라도 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사회는 지속가능한 소비를 생각해야할 시기다. 지속가능한 사회로의 방향은 우리 모두가 살 수 있는 사회의 목표가 됐다.

에너지 자원의 97%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의 한정적인 자원으로 볼 때, 에너지를 절약한다든지 하는 환경 친화적인 소비운동은 이미 우리 생활 깊은 곳에 내재돼 실제생활에 나타나고 있다.

소비자단체들은 녹색가게, 녹색캠프 운영, 과대포장 감시활동, 알뜰장터 운영 등 다양한 방법으로 소비자들이 친환경적인 소비생활에 익숙해지도록 적극적인 실천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여성소비자들도 공정무역제품 구매, 가치공유, 착한소비 등 윤리적인 소비가 실천으로 연결됐으면 한다.

그동안 미처 둘러보지 못했던 환경을 생각하고, 지역사회를 생각하고, 열악한 생산 환경에서 최소한의 인간적 대우도 받지 못하는 제3세계 노동자를 생각하자는 소비운동이 바로 그것이다. 머리로는 의식하고 있지만 실천으로 가느냐의 문제가 남았다. 행동하는 ‘실천’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