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신세계, 현대 백화점 등 유통 업계 3대 백화점이 패션 제조업까지 뛰어 들어 백화점 MD를 두고 각사 브랜드에만 특혜를 주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 롯데는 대현의 계열사로 여성복 ‘나이스클랍’을 전개해 온 NCF를 인수한 뒤 지난 봄 두 번째 여성복 ‘티렌’을 론칭했다. 백화점 내 GF 사업부문을 통해 다수의 패션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으며, 자체 디자인연구소를 통해 세계 시장을 겨냥한 SPA 브랜드도 준비 중이다.

 

신세계는 여성복 ‘보브’와 미국 SPA브랜드 ‘갭’, 이태리의 대표적 럭셔리 브랜드 ‘아르마니’ 전 컬렉션을 전개하고 있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을 통해 국내외 브랜드를 섭렵 중이다. 2007년에 여성복 ‘지컷’을, 지난해는 ‘톰보이’를 인수했고, 올 봄에는 ‘어그 오스트레일리아’와 ‘디젤 언더웨어’ 등을 전개 목록에 추가했다. 이마트가 PB로 전개해 온 ‘디자인유나이티드’, ‘자연주의’ 등도 직접 관장하게 되면서 빅3 중 패션 사업 규모가 가장 크다. 게다가 최근엔 프랑스의 럭셔리 브랜드 지방시의 국내 독점 판매권까지 인수했다.

 

현대도 올 초 현대홈쇼핑을 통해 여성복 브랜드를 최다 보유하고 있는 한섬을 전격 인수하며 패션 제조업에 뛰어들었다.

 

이에 롯데, 신세계, 현대 등 유통 빅3는 패션 사업을 놓고 기 싸움이 한창이다. 백화점 점포 당 MD,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패션 부문은 외형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이들 3사에게 양보할 수 없는 사업 군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20일 새로 문을 연 신세계백화점 의정부점에 현대백화점이 보유하고 있는 한섬의 전 브랜드가 신세계 의정부점에 입점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이 그동안 한섬이 계속 전개해 온 ‘지방시’ 본사와 파트너십을 맺고 올 F/W부터 독점 전개하게 된 것에 대한 견제 성격이 짙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들 3사의 패션 기싸움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다른 중소업체들은 이런 추세가 백화점 MD변수로 까지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패션 제조업까지 섭렵한 백화점들이 자사 브랜드를 키우기 위해 매장 내에서 타 브랜드보다 더 좋은 위치에 배치하는 등 특혜가 있을게 뻔 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추구하는 주요백화점들이 내셔널브랜드의 비중은 줄이고 고가의 해외 브랜드만을 집중 유치시키고 있어 이들의 위기감은 더 고조되고 있는 실정이다.

 

롯데백화점은 자사 GF 사업부에서 도입하는 해외 브랜드 외에 관계사인 비엔에프트레이딩에서 이번 시즌에만 2개 브랜드를 도입, 본점 핸드백 존과 명품관 에비뉴엘에 입점시켰다. 지난해 말 합작법인을 통해 론칭한 일본 직수입 핸드백 ‘사만사타바사’는 본점 핸드백 존에 좋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엄청난 매장 면적이 요구되는 글로벌 SPA 브랜드들까지 내셔널 브랜드의 입지를 더욱 좁게 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국내 패션 중소업체 관계자는 “일방적으로 높은 수수료를 받아오던 백화점들이 이제는 자사 브랜드와 해외 브랜드에만 특혜를 주는 등 횡포가 지나치고 있다”며 “복합문화시설이 소비 라이프스타일의 주를 이루는 현 트렌드에서 고가 브랜드 판매에만 매달리는 백화점도 변하지 않으면 후퇴할 날이 곧 올 것이다”고 우려를 표했다.

 

앞으로 대형 유통업체들과 국내 중소업체들을 둘러싼 패션 기 싸움이 어떤 식으로 펼쳐질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