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최문희 기자]'아우슈비츠 이후 서정시를 쓰는 것은 야만'이라는 아도르노의 언급이 한국 사회에서는 여러 차례에 걸쳐 악용되고 있다.

아도르노는 시인의 입장에서, 다음과 같이 자신의 반박을 오해하는 이들에게 해명했다.

'나는,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표현할 수 있는 한, 그리고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말할 수 있는 한, 계속 서정시를 쓸 것이다. 다만, 이 같은 야만의 세상에서 도대체 왜 예술을 해야 하는지에 관한 질문을 방기하지 않을 것이다"

방기하지 않은 이 임무는 사실상 인문학에서 비롯된다. 예술 전반에 걸친 모든 물음과 테제는 인문학에 깊숙한 뿌리를 둔다.

헌데, 최근 들어 대학들이 줄줄이 인문대 통폐합을 나서면서 취업률이 저조하거나 인기가 없는 학과는 대거 ‘삭제’ 시키는 행보를 내보이는 수순을 밟고 있다.

특히, 지난 2008년 이후 두산그룹에 의해 인수된 중앙대는 크나큰 변화를 겪어야만 했다. 2010년에는 18개 단과대학 77개 학과가 10개 단과대학 64개 학과로 통폐합되면서 입학 정원이 대폭 축소되는 고난을 겪어야만 했다.

통폐합 대상이 된 곳은 다름 아닌 취업률이 저조했던 인문·예체능 학과들. 비교민속학과와 아동복지학과 등 비인기학과가 폐지 행보를 밟으면서 중앙대 학생들은 2010년, 크레인에 올라 고공농성을 벌였고 이후 유기정학 처분을 받았다.

이처럼 인문학을 이공계 학과와 같은 인기 학문의 보조학문으로 전락시킨다는 학생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중앙대 이사장이 최근 조선일보에 ‘인문학이 바로서야 대학이 산다’ 칼럼을 발표해 공분을 사고 있다.

그는 칼럼을 통해 “공학이 만들고 경영학이 팔고 인문학이 비판한다는 세 단계를 줄일 필요가 있다”면서 앞서 내보였던 인문학 통폐합 구조조정에 관련한 개연성을 피력했다.

문제는 이처럼 대학들이 인문학을 융성한다고 표면적으로는 의견을 표출하면서, 실질적으론 관련 학과들이 처참하게 붕괴되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대중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인문학 돌풍이 사실상 일시적인 유행성에 그칠 뿐, 인문학 인재 양성이 점 점 전무해지는 형편이다.

인문학의 위기가 도래한 지금이야말로 정부의 교육개혁을 비롯한 지원이 급선무한 시기인 셈이다.

인문학이 실용학문의 근본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그 근본이 무너지면, 실용학문 또한 발전할 수 없다는 맹점을 대학들은 짚고 넘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

경제학에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인 마르크스 역시, 본래 철학을 바탕으로 당대의 사회적 문제를 돌파하고자 했던 인문학자였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최문희 기자  moon@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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