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오피니언 칼럼
오펜하이머, 시대의 아픔과 지식인의 시대정신
강창원 건국대학교 명예교수 | 승인 2023.08.24 12:39

[여성소비자신문] 핵분열과 핵융합, 공포의 핵폭발 장면이 교체되며 시작되는 영화 ‘오펜하이머’가 금년도 광복절을 기해서 전국의 극장에서 개봉되었다.

“이제 나는 죽음이자 세상의 파괴자가 되었구나”라는 원자폭탄의 아버지로 존경받는 미국의 천재 물리학자 오펜하이머(J. R. Oppenheimer)의 고뇌에 찬 독백이 오랫동안 뇌리에 맴돈다.

세계 최초로 성공한 핵폭탄 트리니티(Trinity)의 엄청난 버섯구름을 보고 핵폭탄이 가져올 공포스러운 살상과 파괴를 예상하며 두려움과 개발 책임자로서의 자괴감을 힌두교 경전 한 구절로 표현한 것이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원자폭탄을 3년 만에 완성한 그를 세계 제2차 대전의 종식을 바라는 전세계인들이 영웅으로 환호하였다.

그러나 그에게는 이것이 오히려 커다란 고통이고 두려움이었다. 결국 그 후 그가 벌인 평화, 반전운동과 그의 젊은 시절에 참여했던 공산주의 운동 경력을 문제삼은 정치적 마녀사냥에 시달려 정신분열 증세를 나타내 보이는 어려움도 겪는다.

그는 탁월한 과학자로 양자역학(Quantum physics) 연구에 정진하며 미국 캘리포니아의 UC버클리 대학(University of California, Berkley)에서 교수로 평안한 삶을 누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처한 그 시대의 아픔을 바라만 보는 방관자 지식인으로 남기보다는 두렵고 고통스럽지만 고난의 길인 원자폭탄 개발을 위한 맨해튼 프로젝트(Manhattan Project)의 책임자로 나섰던 것이다.

그 시대의 가장 큰 아픔은 독일, 이태리, 일본 3국의 파시즘(Fascism) 즉, 극단적 민족주의, 반자유주의, 전체주의 신봉자들이 일으킨 세계대전으로 인한 살상과 파괴이었다. 게다가 자신이 유대계 미국인이기에 독재자 히틀러(A. Hitler)에 의한 600만 유럽계 유대인 탄압(홀로코스트, Holocaust)에 더욱 큰 아픔을 느꼈다.

특히 과학이 발달한 독일이 먼저 원자폭탄을 개발할 경우 가져올 상상하기조차 싫은 상황을 크게 우려했던 것이다. 결국 그는 그 시대의 지식인으로서의 소명인 시대정신 즉, 국민과 국가가 지향해야 할 가치와 가치규범을 따르기로 했다. 그의 고뇌에 찬 시대정신 덕분에 원자폭탄이 개발되고 오펜하이머의 예상대로 일본 땅에 20여만 명의 희생자가 발생하자 세계대전은 종식 되었다.

그 당시 우리 민족의 가장 큰 아픔은 나라 잃은 슬픔이었고 이 아픔을 치료하기 위한 항일 독립운동이 그 시대의 지식인들의 시대정신 이었다. 그 후 오펜하이머에게 닥친 이념 갈등의 아픔처럼 우리 민족에게도 공산독재와 자유민주 간의 이념 투쟁이 있었다.

그 결과는 남북한 분단국가이었고 이 아픔은 현재 진행형이다. 오펜하이머의 원자폭탄 이후 78년의 짧지 않은 기간 동안 남한과 북한에 커다란 변화가 있었다. 남한의 자유주의 경제 발전 속도가 경이적이어서 세계 최빈국에서 이제는 10대 경제 대국으로 위상이 높아졌다. 북한 경제와 비교해볼 때 남한의 GDP 규모가 북한의 100배를 초과했다.

이와 같은 체제의 우열에서 대한민국 국민은 누구나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신뢰와 긍지를 가질만 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실패한 이념 체제에 대한 그릇된 환상과 민족주의라는 편협된 사고에 매몰된 주체사상파(주사파)가 사회적 분열과 갈등을 일으키며 시대의 아픔으로 남아 있다.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에 비해 비핵보유국인 우리의 안전보장은 미국과의 군사동맹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시대의 아픔이 있다. 캘리포니아 대학 제라드 다이아몬드(J. M. Diamond) 교수에 의하면 나라와 사회의 운명을 바꾸는 힘은 ‘총, 균, 쇠’에 있다고 한다. 1532년 스페인의 정복자 파사로는 당시 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크고 발전된 아타훌파(Atha hualpa)와의 전쟁에서 스페인 군인 168명으로 8만 대군을 무찌르고 아타훌파왕을 생포했다.

손도끼와 칼, 가마로 등장한 원주민들은 말과 총으로 무장한 스페인 군대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이러한 역사적 교훈을 읽고 들으면서도 우리나라 일부 지식인들 중에는 남한에서 미군이 철수함으로써 한반도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하며 국론을 분열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군인 수가 많고 전차나 대포등 무력이 북한보다 우수하다는 것이다. 핵무기가 갖는 무력의 사고전환(페러다임)을 무시하는 이들은 오펜하임의 시대정신을 배워야 할 것이다.

이 시대가 겪는 또 하나의 큰 아픔은 출산율 0.78이 보여주듯 저출산율에 따른 인구 감소이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된다면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사라질 나라가 대한민국이 될 것이라는 논문이 수두룩하다. 뿐만 아니라 생산가능인구(15-64세)의 급감으로 노인 인구증가에 따른 노년부양비가 가중된다.

출산율 저하의 가장 큰 요인은 서울과 수도권에 인구가 집중되어 교육비의 증가에 있다는 분석이 많다. 그러나 출산 장려금으로 수백조원을 쏟아부어도 출산율은 계속 감소하고 있다. 미혼 남녀 70%가 결혼은 선택이며 안해도 된다는 젊은 세대의 가치관의 변화가 더 큰 원인인 듯하다. 특히 해외 유학 등 학력이 높은 전문직 여성에게 결혼 및 출산 기피 경향이 높다는 보고도 있다.

오펜하이머를 비롯한 유대인들이 세계 각 분야에서 시대정신을 이해하고 헌신적인 지도자로 일하는 것은 유대 민족사상인 티쿤 올람(Tikkun세상, olam고치다)이 있기 때문이다. 어린아이가 13세가 되어 성인식을 가질 때 랍비는 “사람은 왜 사는가?”라는 질문을 한다.

어린이는 ‘티쿤 올람’ 즉, “세상을 개선하기 위해서요”라고 답한다. 하나님이 창조한 이 세상을 더욱 완전하게 만들어 나가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며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홍익인간(弘益人間) 즉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라’는 단군의 건국이념이 있다. 나만을 위한 이기적인 생각을 내려놓고 홍익인간을 실천하려는 우리 모두 특히 지식인들의 시대정신의 회복이 필요하다.

강창원 건국대학교 명예교수  kkucwkang@empas.com

<저작권자 © 여성소비자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