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부회장 정연주)이 잇단 재개발 비리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주요 재개발 지역의 조합임원들에게 시공사 선정을 대가로 뇌물을 살포했던 것이 최근 줄줄이 폭로되면서 된서리를 맞고 있는 것.

삼성물산은 올해 들어서만 수차례 재개발 비리혐의에 연루돼 사정당국에 적발되거나 조합원들과 갈등을 빚었고, 심지어 법원의 철퇴를 맞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서울 지역의 모 재개발 조합원들에게 협박성 공문을 보냈다는 주장까지 제기돼 물의를 빚는 상황이다.

삼성물산은 얼마 전 이건희 삼성 회장이 그룹의 건설ㆍ중공업 부문 계열사를 대상으로 “삼성전자처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만들라”고 주문한데 따라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을 위한 잰걸음을 옮기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글로벌 기업’도 좋지만, 그보다 앞서 내부단속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삼성물산이 재개발 사업 지역에서 잇따라 물의를 빚고 있다. 최근 관련업계 및 사정당국에 따르면, 시공사 선정을 목적으로 재개발 조합 간부들에 거액의 뇌물을 건넨 삼성물산 현장소장 및 회사 임원들이 검찰에 적발됐다.

시공사 선정 대가로 금품 살포

지난달 28일 서울 서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서영민)는 마포구 염리동 주택 재개발 시공사 선정을 대가로 10억원 상당의 뇌물을 건넨 혐의로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업소장 송모씨(52) 등 2명을 구속기소하고, 뇌물 공여에 직접 관여해 이를 최종 결재한 이 회사 이 모 전 부사장(60)과 정 모 상무(52)를 불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검찰은 이들에게 뇌물을 받은 재개발 조합장 이 모씨(73) 등 3명을 구속기소하고 관계자 2명을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006년 8월 마포 염리3구역 재개발사업이 시작될 무렵부터 2009년 7월까지 재개발 조합 간부 3명에게 “재개발 시공사로 우리가 선정되게 힘써달라”며 총 10억원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 삼성물산 관계자는 <시사서울>과의 전화통화에서 “아직 혐의가 사실로 드러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단 재판과정을 지켜볼 예정”이라고 답변했지만, 문제는 삼성물산이 최근 잇따라 재개발 비리 혐의로 곤욕을 치루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지난달 14일 서울북부지방법원 12민사부는 서울 노원구 상계2구역 재개발 시공사 선정을 대가로 조합원들에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GS건설 컨소시엄에 대해 ‘자격 박탈’을 명령 했다.

상계2구역 시공사선정무효대책위원회가 지난 2010년 8월 삼성물산 등이 상계2구역 재개발 시공권을 따내기 위해 조합원들을 상대로 식사 대접 등의 향응과 냄비세트 등 금품을 제공했다며 무효 소송을 제기 것에 대해 법원이 철퇴를 내린 것이다.

비슷한 사건은 수원 권선 113-6주택재개발 지역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삼성물산이 SK건설, 코오롱글로벌과 4:3:3 비율로 ‘삼성사업단’(옛 프리미엄사업단)을 이뤄 시공권을 따낸 이곳은, 현재 조합원 일부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총회결의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삼성사업단이 시공권을 따내기 위해 조합원들에 압력밥솥과 김치냉장고 등을 돌려 사실상 표를 ‘매수’했다며, 비대위가 시공사 선정 안건을 의결한 총회결의에 대해 효력 정지를 요청한 것. 이에 대해 삼성물산은 “(금품 등을)살포한 적이 전혀 없다”고 반박하고 있지만, 인근의 수원 권선113-5주택 재개발지구 비상대책위원회 역시 삼성물산의 금품살포를 폭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엔 삼성물산이 서울 지역 재개발 조합원에 협박공문을 보냈다는 주장도 제기돼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달 27일 유명 포털사이트 청원게시판엔 자신을 옥수12구역 재개발 조합원이라고 소개한 네티즌이 “삼성물산이 조합원들에 협박성 공문을 보냈다”며 공문 사본을 공개했다.

이 공문은 지난달 14일 삼성물산이 조합에 발송한 것으로, ‘총회가 성립되지 않는다거나 총회에서 추가 공사비를 승인하지 않을 경우, 공사가 지연돼 12월 예정이었던 준공이 무기한 지연된다’, ‘추가공사비 승인이 불가능하다면(승인되지 않으면) 당사가 조합과 기 합의한 공사비 84억원 계약을 철회하고 삼성물산이 처음에 제시한 287억으로 재청구할 것이며, 법적분쟁이 진행돼 추가 분담금이 발생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공문을 올린 조합원은 “조합 총회라 함은 조합원의 잔치이자 의사결정 회의인데 시공사에서 조합원에게 이런 협박성 공문을 보낼 수 있나”라며 “글로벌 기업을 자처하는 상위권 건설업체의 행동이라 할 수 있는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라고 분개했다.

그러나 삼성물산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시사서울>과의 전화통화에서 “총회가 무산되거나 추가공사비 승인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일어날 수 있는 문제점들을 고지한 것일 뿐, 이를 협박으로 바라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라며 “어느 조합이나 반대세력이 있기 마련인데, 그들 사이에서 (협박이라는 얘기가)나온 것 같다”고 해명했다.

김희정 기자  penmoim@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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