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상품의 허점을 파고 들어 이익은 늘리고 손해를 회피하는 일명 스마트 컨슈머에 대해 은행권과 카드사에서 난색을 표했다. 속칭 풍차돌리기 수법에 대해서도 “처음 들어봤다” “그렇게 해서 최종이익이 얼마나 남겠느냐”며 의문을 표하기도 했다. 그 실체가 무엇인지 추적해봤다.

금융 소비자들 가운데서 정기예금 상품을 여러개 들어 최종 금리를 끌어 올리는 이른바 풍차 돌리기 수법이 화제가 되고 있다.

정기예금 상품은 적금처럼 만기시 매월 일정 예금을 납부하면서 인출이 비교적 자유로운 상품. 은행입장에선 다달이 일정 금액의 예금이 쌓이기에 일반 예금 상품보다 높은 이자를 댓가로 활발하게 홍보하고 있는 상품이기도 하다.

개인사업가 A씨의 경우 2억4000만원의 여윳돈을 정기예금 상품에 투자했다. A씨가 고른 상품은 연 3.8%의 이자를 주는 정기예금. 우대금리까지 더 하면 최종 금리는 4.2%까지 늘어나는 상품이었다. A씨는 월 2000만원씩 만기 2년짜리 정기예금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방법은 달랐다.

1개 계좌에 예치하지 않고 정기예금 상품을 12개 가입해 예치한 것이다. 이른바 풍차돌리기 수법을 사용한 것이다. 이를 통해 A씨는 매월 69만원씩 연간 824만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 경우 정기예금의 이익을 늘이면서 계좌를 해지해서 급전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에 자금 유동성에도 이익이라는 것이다. 특히 온라인뱅킹이 보편화되면서 계좌 개설 및 해지가 편리해진 점도 이러한 풍조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각에선 은행입장에서 매월 2000만원의 예금을 예치받지만 1개 정기예금 상품을 운용할 때보다 계좌가 12개로 늘어나 업무량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은행권의 반응은 달랐다. 풍차돌리기 수법에 대해 “들어 본 적도 없다”며 생소하다는 입장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연 4% 금리를 주는 예금 상품이 있는데 2억4000만원을 통째로 예치할 경우 총이자수익은 960만원에 달한다”며 “세금을 떼더라도 풍차돌리기로 인해 얻는 800여만원의 이자수익보다 높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억단위의 자금을 운용하는 고객이 그다지 높다고 볼 수 없는 이자수익을 위해 그런 일을 할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예전엔 대다수의 고객들이 계좌 한 두 개를 운용했지만 최근엔 고정지출이면 고정지출, 공과금이면 공과금, 여윳돈 보관용이면 보관용, 이런 식으로 용도에 맞게 계좌를 개설하는 것이 트렌드”라며 “은행권도 용도에 맞는 다수 계좌 운용을 적극 장려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은행권은 풍차돌리기의 사례가 많지 않아 대책을 세우거나 업무에 부담을 느낄 정도는 아니라고 답변하고 있다. 또 1인당 예금상품가입에 제한을 걸 정도의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차후 진행상황을 보고 대처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고승주 기자  sj.go@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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