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도심 재개발 시행에 나섰다가 미분양으로 인해 수백억원도 손실이 빚어지자 입주민들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지난 6월부터 서울 마포구 신공덕동에 지어진 주상복합아파트 펜트라우스 입주한 주민 40여명은 사업시행자인 LH를 대상으로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6월 공람 공고를 마친 관리처분계획(조합원 자산평가 및 주택 배정·정산) 변경안에 반대하면서 LH가 사업손실 400억원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LH는 금융위기 후 부동산 침체 등 예측 불가능한 요인이 있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은 LH가 주거안정과는 동떨어진 수익성 재개발 사업에 뛰어든 것부터가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2004년 ‘마포로 제1구역 52지구 도시환경정비사업’에 의해 서울 마포구 신공덕동 18-2 일대에 재개발 사업이 추진되었다. 조합은 다른 재개발 사업장에서 부정, 비리, 늦장 사업 등 여러 가지 부작용을 감안해 LH의 전신인 대한주택공사를 시행자로 선정, 사업을 맡겼다.

공기업이 정비사업 시행자로 나설 때는 시행사가 조합을 구성하지 않고 주민대표회의와 협의해 사업을 추진하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당시 주택공사는 실제 투입된 사업비만 정산하고 개발 이익을 주민들에게 돌려주는 ‘주민참여형 원가정산 방식’을 도입했다.

하지만 부동산경기가 장기침체로 들어가자 사업성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2009년 12월 LH는 펜트라우스 263채를 일반 분양하면서 입주민들에게 펜트라우스 분양 이익금 약 840억원을 주민들에게 돌려준다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하지만 건설업계 불황 등으로 미분양건이 대량 발생하고 이에 따라 자금이자가 증가하자 손실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LH는 분양가격을 3차례에 걸쳐 약 24%나 할인하면서 분양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지만 입주한 지 1년이 지났음에도 총 800억원에 달하는 중대형 80여가구가 빈집 상태에 있다.

LH는 마포구청에 제출한 관리처분계획 변경안을 제출하면서 수습에 나섰지만 주민들은 더 이상의 손실을 감내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주민 비상대책위원회 최모씨는 “관리처분계획 변경안은 비례율(주민 자산평가액 대비 개발 보상가액의 비율)을 161%에서 135%로 낮추면서 400억원의 손실을 주민들에게 떠넘긴 채 엘에이치가 사업에서 손을 떼겠다는 것”이라며 “사업을 망친 엘에이치가 손실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114㎡에 입주한 최씨의 경우 135%로 떨어진 비례율에 따르면 애초 관리처분계획 안보다 1억2000만원을 더 부담해야 하는 처지다.

이에 대해 부동산업계는 부동산 거품이 가시화되던 차에 공기업과 토지주가 제대로 된 수익성 판단도 없이 개발사업에 뛰어 든 것이 모든 문제의 시발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3.3㎡당 평균 2365만원의 고분양가를 책정한 것도 수익성과 미분양 사태를 야기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LH관계자는 “LH는 주민들의 요청에 의해 사업을 시행하게 되었을 뿐이고 사업자체가 주민참여형 원가정산 방식으로 이루어져 LH가 주민을 무시하고 사업을 진행할 수도 없었을뿐더러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도 아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분양가 책정 및 지연도 주민들과 협의 하에 한 것이고,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해 건설자금이자가 당초 예상분보다 더 증가한 것도 LH는 물론 주민들도 예상하지 못했던 악재였다”고 전했다.
소송건에 대해선 “사업이 LH개별적이 아니라 주민이 참여하는 원가정산 방식으로 이루어진 탓에 손익보전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고승주 기자  sj.go@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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