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경림 교수

[여성소비자신문=김수정 기자] '독수리의 눈 사자의 마음 그리고 여자의 손' 이라는 제목의 책이 있다. 이 책을 보면서 한 사람이 떠올랐는데 그 분이 바로 한경림 교수님이다. 한경림 교수님은 이화여대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고려대 의학박사를 마친 후 아주대학교 신경통증클리닉 교수로 재임했다. 당시 한교수님의 명성은 대단했고, 또한 카리스마까지 겸비한 한 교수님 한 마디에 환자들은 고개를 '끄떡'거리며 그녀를 신뢰했다.

한교수는 '순간이 모여 미래를 만든다'라는 말을 삶의 모토로 삼으며 의사생활을 하고 있다. 그녀에게 특별히 통증의학과 전문의가 된 계기에 대해 물었다. 그녀는 "의과대학을 가야겠다고 결심한 때는 중학교 때다" 라며 "당시에는 단순히 여자로서 전문적인 직업을 가져야 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라고 말했다.

한 교수는 어릴 적부터 사람에 대해 관심이 많았고 인간의 신체와 정신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다. 그녀는 의과대학을 다니면서도 의료가 너무 세분화되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의학은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으나 실제로 의사로서 환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은 한계가 너무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의사생활을 하면서 대부분의 의사들은 환자를 대할 때 질병으로 고통 받는 한 사람으로서의 환자를 보는 것이 아니라 환자가 가지고 있는 질병만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러면서 마취통증의학과에서 수련하게 되고 수련과정 중 신경 차단술을 이용한 부위마취의 신비함에 매료되며 신체의 신경을 차단하는 술기로 부위별로 통증을 못 느끼게 하는 술기에 관심이 생기게 되었다. 이러한 술기로 통증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통증전문의의 길을 걷게 되었다.

통증의학,
환자들을 질병으로 고통받는 하나의 인격체로 바라 보게돼

한경림 교수는 "통증의학을 공부하게 되면서 환자들을 질병으로 고통받는 하나의 인격체로 바라보게 되고, 환자가 질병과 통증으로 병원을 찾게 되기까지 그들의 삶의 무게를 들여다보게 된다"고 말했다.

통증을 치료하는데 있어 나무를 보는 것이 아닌 숲을 보는, 통증을 일으키는 질병을 보지만 질병으로 고통 받는 한사람의 환자를 보는 의사의 길을 가고 있는 한경림 교수.

그녀는 지금의 위치까지 오르면서 영향을 준 인물이 누구인지에 대한 질문에 '남편 과 스승'이라고 답했다. 그녀는 통증 전문의로 일하는 18년 세월동안 힘들어 할 때마다 항상 한결같은 용기를 주고 나를 지지해 주고 있는 남편이 있었던 것. 뭐든지 믿고 맡겨주시고, 신경차단술의 술기를 가르쳐주시고 전문가가 가져야할 도전과 책임의식을 보여주시는 스승이 계셨기 때문에 오늘에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통증클리닉, 어떤 환자들이 가장 많이 내원 하나

병원의 특성상 안면통, 특히 삼차신경통 환자와 대상포진 환자들이 가장 많다. 또한 어떤 검사에도 이상이 없는데 여기 저기가 아픈 섬유근육통이나 기능성 흉통, 복통 환자들이 많이 내원한다. 물론 척추 디스크나 협착증, 오십견, 관절염 등 일반적인 퇴행성 통증 질환 환자들도 많이 내원한다.

특히 여성들이 통증클리닉을 찾게 되는 원인은 '만성 질환'이다. 많은 만성 질환이 대부분 여성에서 더 많이 발생하는데 중년여성들에게 많이 발생하는 섬유근육통증, 젊은 직장인에게 많은 근근막증후군 혹은 스트레스가 많은 사람에게 잘 발생하는 비전형안면신경통이나 기능성 복통, 기능성 흉통 환자들을 들 수 있다.

통증의학 전문가로서 만나게 된 많은 환자 중 신경차단술 한방으로 밥도 못 먹고 말도 못하던 삼차신경통 환자가 통증으로부터 해방될 때, 그리고 고령으로 척추 압박골절이 일어나 통증 때문에 몇 달 동안 꼼짝도 못하고 누워지내던 환자에게 척추체성형술이라는 시술을 했을 때 시술 다음날부터 혼자 거동하는 모습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는 한경림 교수.

그녀에게 통증의학과 전문의로 생활하면서 특별히 어려움은 없는지 물었다. 하지만 그녀는 통증의학이 무궁무진하게 공부할 것이 많고 환자들의 고통을 함께 하는 것에서 삶을 배우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어려움보다는 배울게 많다고 답했다.

한경림 교수님은 환자와 진료를 보는 동안에는 눈과 귀와 마음을 열고 환자 말을 경청하고 환자에게 내가 알고 있는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최대한 진솔하고 정확하게 조언을 해준다. 가끔은 환자에게 소리치고 야단을 치기도 하지만 항상 솔직하게 환자들을 대하는 것을 환자들이 알기 때문에 그녀에게 고개를 '끄덕' 거리며 신뢰하는 것 같다.

의사 앞에 '여'자를 부치는 것을 싫어한다는 한경림 교수

한 교수는 의사로서 환자를 본 지 25년째이지만 여자의사라고 해서 힘들다고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그리고 한 교수는 인터뷰에서 의사 앞에 '여'자를 부치는 것을 아주 싫어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의사라는 직업은 여성에게 더 적합한 직업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며 "환자의 질병을 보는 것 뿐 아니라 질병으로 고통 받는 환자의 마음을 읽고 헤아리기에는 남자보다는 여자의 심성이 더욱 적합하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한 교수는 "나의 경우에도 집안 식구들의 도움과 배려로 사회에 나와서 일 할 때, 여자이기 못했던 것은 없었다."고 언급했다.

처음 '독수리의 눈 사자의 마음 그리고 여자의 손' 이 책제목을 보면 가장 떠오르는 사람이 바로 한경림 교수라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그녀는 냉철한 독수리에 눈으로 환자의 통증을 파악하고 사자의 마음으로 환자를 품고 바라본다. 또한 섬세한 손으로 그 가느다란 신경하나를 찾고 그 신경을 차단해 통증을 없앤다.

워킹우먼, 우먼이라는 생각을 머리에서 없앴으면…

한경림 교수에게 일과 가정 일의 병행이 힘들지는 않은지 물었다.

그녀는 "물론 두 가지를 모두 다 잘 하는 것은 아주 힘들다"며 "적어도 여자의 경우 가족들의 도움이 없다면 일을 최상으로 수행하기 어려울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 교수의 경우, 헌신적인 시부모님들과 같이 지낼 수 있었고, 아이들 정서안정에도 많은 도움을 주셨다. 또한 한 교수의 일에 대한 어려움을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지지해 준 남편이 있었기 때문에 두 가지 일을 병행 할 수 있었다.

향후 통증전문 병원 확대와 특히 삼차신경통과 같이 극심한 통증 환자에게 신경차단술 한번으로 통증을 없앨 수 있는 술기를 외국환자들에게 소개해 세계적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한경림 교수.

그녀는 최근 "좋은 통증 나쁜 통증"이라는 책을 발간했다.

한 교수는 오랫동안 통증 환자를 진료하면서 환자의 가족, 의료진들 조차도 환자의 통증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과 통증이 매우 주관적이라 객관적으로 표현될 수 없다는 것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통증에 대한 바른 이해와 올바른 대처 방안을 알 수 있게 해주기 위해 책을 냈다고 한다.
 

김수정 기자  ksj891212@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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