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의 보험사기는 1923년에 발생했다. 보험외판원이 계약자와 짜고 허위로 사망신고해서 5000원을 받았다가 발각된 사건이다.

보험사기란‘보험회사를 기망하여 보험회사로부터 보험계약상 지급받을 수 없는 보험금을 취득하는 행위’로서 형법상 사기죄로 처벌되는 범죄행위로 정의된다.

이러한 행위는 고의로 보험사고를 발생시키거나, 발생하지 아니한 보험사고를 발생한 것처럼 조작하거나, 이미 발생한 보험사고의 원인, 시기 또는 내용 등을 조작하거나 피해의 정도를 과장하여 보험금을 받는 행위이다.

보험사기는 선의의 보험계약자가 납부하는 보험료를 편취하는 행위이며, 이로 인해 선량한 계약자의 보험료가 올라가게 되며, 보험제도의 존립기반을 약화시킨다. 보험사는 보험사기와 전쟁이라도 치루는 듯 열을 올린다. 보험사기를 잡아내고자 형사 출신을 채용하여 보험금 지급심사에 투입시키기도 한다. 심지어는 선량한 소비자를 ‘보험사기범’으로 몰아 곤경에 빠트리게 하기도 한다.

그런데! 보험사가 당연히 약관상 지급해야 할 보험금을 소비자를 속여 지급하지 않았다면, 이것 또한‘보험사기’가 아닐까? 상상하기도 어려운 그러한 일이 실제로 발생했다.

금융감독원이 작년 8월 I생명 감사에서 약관상 보험금을 지급해야 됨에도 지급하지 않은 사실을 적발했다. 재해사망특약 보험금을 청구한 계약 중에 90여건에 대해 200억원의 보험금이 미지급 된 것이다.

생명보험 상품은 자살의 경우 2년이 경과하면 ‘일반사망보험금’을 지급하나, 재해사망특약은 일반사망보험금이 없이 재해사망보험금만이 있어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면‘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

대부분 생명보험회사의 재해사망특약의 약관은 가입 2년 이후의 자살 시 에는 재해사망보험금이 지급되도록 되어 있었다. 생명보험업계는 2010.4월부터 이 특약을‘자살보험금’이 지급되지 않도록 고쳤다.

설사‘약관이 잘못 만들어 졌다’해도 대법원 판례에 비추어 봐도 이 특약은 당연히 보험금을 지급해야 마땅하나 생명보험사들은 계약자를 속이고 지급하지 않온 것이다. 즉, 소비자를 상대로 보험사기를 친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다른 생명보험사들도 동일한 상황이라는 것을 밝혔다. 하지만, 생보업계 전체적으로 수조원에 달할 것으로 업계에 미칠 파장이 엄청나게 크고,‘보험료율에 반영이 안됐고, 약관이 실수로 잘못된 것이다’라는 업계의 로비에 부딪혀 없던 일로 하고 덮어두려 했다는 의혹이 무성했다.

이 미지급 자살보험금은 알고도 숨긴‘기망 행위’로서 민법상 청구권소멸시효 10년을 적용하면, I생명만 1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생보업계 전체를 추산하면 대략 2조원이 넘는다.

생명보험사들이 고의로 계약자들에게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보험사의 보험사기’를 적발하고도 금융감독원은‘은폐’한 것이다.

생명보험사들이 계약자를 속이고‘약관’대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은 ‘보험사기’에 해당한다. 더욱이 업계 전체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으려 금융감독 당국에 ‘로비’ 활동을 벌였다는 사실은 온 국민의 지탄을 받아야 마땅하다.

보험사가 당연히 지급해야 할 보험금을 주지 않는 것도 보험사기에 포함시켜야 한다. 보험사의 보험사기도‘형사 처벌’시켜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금융소비자연맹 조연행 상임대표  kicf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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