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를 둘러싼 맥주업계 오너들의 자존심 경쟁이 치열하다. 하이트진로가 지난해 사업부문 합병 및 영업처, 인사제도 등을 정비한 데 이어 올 4월을 기점으로 새로운 인사, 새로운 제품을 통해 재정비에 들어가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의 장남 박태영씨를 경영관리실장(상무)으로 신규 임명하고 자사의 맥스(Max)에 새로이 생맥주 브랜드 ‘맥스 生’을 4월부터 본격 브랜딩했다. 오비도 지난해 꾸준한 추격에 이어 마침내 점유율을 역전하고 여기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직접 맥주사업을 숙원사업으로 지목하면서 맥주시장이 양강체제에서 삼파전으로 벌어질 전망이다.

오비맥주,15년만에 1등 탈환, 아시아 노린다
하이트맥주,맥주의 진정한 맛으로 자존심 회복
롯데맥주, 유통망·영업력·맛까지 모두 커버 가능

매년 하이트진로 뒤를 바싹 추격을 해오며 선전하던 오비맥주는 마침내 2011년 5월부터 젊은 층을 공략한 카스로 하이트 맥주를 따돌리면서 업계 1위를 단독질주하고 있다. 지난해 월별 출고량을 비교해보면 5월 카스는 662만상자, 하이트는 609만상자였고 8월엔 격차가 더욱 벌어져 카스가 799만상자, 하이트가 570만상자를 기록했다.

역전의 주인공인 카스맥주는 오비맥주가 두산주류BG에 있었던 맥주브랜드로 1999년 11월 두산이 경영난으로 인해 오비에 매각했다. 2008년말 하이트가 약 60%, 카스가 40%로 뒤쳐졌지만, ‘톡 쏘는 맛’이란 개념을 앞세워 카스 후레쉬, 병목에 레몬을 끼워 마시는 멕시코 맥주 코로나처럼 신선한 레몬과즙을 첨가한 카스 레몬, 저칼로리 맥주인 카스 라이트 등 ‘젊은 제품 라인업’으로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20~30대 젊은 소비층의 입맛을 공략했다.

또한 3월 라거 맥주의 깔끔하면서도 진한 맛을 살린 OB골든라거도 시장 판도를 뒤집는 일등공신이었다.

한국주류산업협회 출고자료에 따르면 하이트진로의 맥주 시장 점유율은 매년 2%씩 떨어져 지난해 48.18%를 기록했다. 이는 2007년 59.15%에 비해 약 11% 추락한 수치다. 반면 오비맥주는 2007년 40.85%에서 2011년 51.82%로 4년만에 11% 급상승했다.

이에 대해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통합법인으로 출범하는 가운데 중복되는 사업부서를 통합하고, 영업망에 조정을 하면서 다소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현재 부산 등 일부 지역에 시범적으로 통합 영업망을 가동하면서 조정 단계에 있다. 이것이 끝나 가동을 개시하면 원래 위치를 찾을 것”이라고 전했다.

하이트진로, 잃은 자존심 生맥주로 회복

맥주시장에서 하이트진로 전환점은 4월부터 이뤄질 전망이다. 하이트진로는 생맥주 브랜드 ‘맥스生’을 4월부터 본격 브랜딩 했다. 기존의 생맥주 브랜드 ‘맥스 드래프트’에 ‘맥스 生’을 새롭게 런칭한 셈이다.

그간 생맥주 시장은 차별화된 브랜드 활동없이 영업사원과 점주 간 영업행위에서만 끝나고 차별화된 브랜드 활동이 없었다. 보통 주점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생맥주 브랜드를 가려가며 이용하지 않을뿐더러 묻는 사람도 없다. 생맥주는 싼 맛에 가볍게 즐기는 주류라는 인식 때문이다. 때문에 점주 측에서는 업소에 부가이익을 더 많이 주는 회사의 제품을 사용해 왔고 제조회사측도 특별히 소비자를 대상으로 생맥주 브랜드 활동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러한 인식의 틈을 타 일부 맥주업소들이 자가 맥주를 생산, 고급 브랜드 마케팅을 통해 인기를 끌며 틈새시장으로 부쩍 성장했다.

이에 하이트맥주는 지난해 최초로 한정판 생맥주 ‘맥스 스페셜 호프 2011 생맥주’를 출시하고 강화된 신선도와 품질로 국내 생맥주의 고급 브랜드 화를 추진한 결과 풍미와 맛 면에서 소비자들에게 높은 호응을 끌었다.

이에 하이트진로는 ‘맥스 生’ 심볼을 새롭게 디자인하고 ‘맥스 生’을 취급하는 업소에 POP광고물과 전용잔, 상방출기같은 기자재에 이용하며 소비자들에게도 ‘맥스 生’ 브랜드를 전달할 예정이다. 특히 맛을 위해 맥주 맛의 생명인 신선도 관리와 청결 등을 철저히 관리할 예정이다.

또한 하이트진로는 박문덕 회장의 장남 박태영씨를 경영관리실 총괄임원(실장)으로 임명했다. 박태영 실장은 영국 런던 메트로폴리탄대 경영경제학과를 졸업, 2009년부터 경영 컨설팅 업체 엔플렛폼(nPlatform)에서 책임자로 근무하며 기업체 M&A업무를 해온 바 있다.

박 실장은 서영이앤티의 1대주주로 서영이앤티는 2006년부터 그룹 내 계열사 지분을 증여받는 방식으로 지주회사 하이트 홀딩스의 지분을 흡수, 현재 27.66%를 점유하고 있는 2대주주로 올라산 회사이다. 현재 국세청은 이를 편법증여라고 보고 박 실장에 242억원을 부과하고 하이트진로는 개인증여가 아닌 법인증여라며 현재 증여세 취소 소송중에 있다.

오비맥주 복심은 아시아 1등 브랜드

15년만에 다시 1등 맥주로 올라선 오비맥주는 카스를 아시아 1등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입장이다.

이호림 오비맥주 사장은 취임 5주년 기념 기자간담회를 일본 프리미엄 맥주 ‘산토리 더 프리미엄 몰츠’생산공장이 있는 교토에서 가지면서 “카스를 아시아 1등 브랜드로 키우겠다”고 전했다. ‘산토리 더 프리미엄 몰츠’는 오비맥주가 프리미엄 맥주 강화를 위해 지난 2010년 12월부터 수입 판매하고 있다.

이 사장의 발언은 이미 더 이상 커지기 어려운 국내시장에서 탈피, 판로다변화를 위해 해외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이 사장은 카스의 톡 쏘는 맛이 국내 젊은 층은 물론 동남아 시장에서도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

전반적으로 소비침체와 성장둔화가 두드러지지만 여전히 규모가 만만치 않은 내수시장에도 가벼운 카스, 무거운 OB골드라거에 프리미엄 맥주를 추가해 모든 소비층을 공략할 전망이다.

노심초사하는 업계
급부상하는 ‘롯데맥주’

롯데그룹은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맥주업계에 지각변동을 가져 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롯데그룹은 3월 8일 국세청으로부터 맥주 제조업 허가를 받았다. 앞서 1월 충주시와 투자협약을 체결하고 충주 신산업단지에 33만㎡, 연산 5억리터 규모의 맥주 공장을 짓는 작업에 착수했다.

롯데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신동빈 회장은 일본에는 기린·삿포로·아사히 등 세계적 맥주가 있는 반면 한국에는 없는 것을 늘 아쉽게 생각해왔다”며 꼭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을 그룹 정책본부측에 지시했다고 한다. 충주공장 완공은 2017년으로 되어 있지만 롯데그룹의 의지에 따라 일정은 얼마든지 변경될 수 있다. 롯데주류BG측은 실제 ‘롯데 맥주’가 시장에 나올 시기에 대해 “결정된 것이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롯데가 식음료계에서 탄탄한 유통망을 가지고 있고, 맥주를 제외한 모든 주류에서 영업을 해본 경험이 있는 만큼 아사히로부터 기술제휴를 받는 롯데 맥주가 시장에 상륙하면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송기락 기자  sj.go@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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