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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 적자와 소송에 시름
송기락 기자 | 승인 2012.07.04 14:12

한전이 전기요금 인상안을 강행하면서 각 계에서 마찰을 빚고 있다. 조금만 늦추어달라는 지경부의 요청을 묵살했다. 지난해 두 번이나 올린 산업용 전기를 또 올리겠다는 것에 대해 재계도 일어섰다. 한전은 이같은 강행군에 대해 오죽 급하면 이러겠냐고 설명하고 있는데 누적된 적자와 막대한 보상금 등 실제로 한전의 안팎은 심각했다.

 

   
 

산업용 전기가 적자의 주범 vs 재계 “올리려면 다같이 올려라”
자회사들에게 거액의 배당금 요구, 유지 보수 비용은 ‘어떡해’

정부 따돌린 한전

[시사코리아=고승주기자]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가 전기요금 인상에 나섰다. 한전은 4월 11일 총선이 끝나자마자 다음날인 4월 12일 이사회를 열고 인상방안을 논의했다. 지식경제부에 알리지도 않았다. 지난해 12월 한 차례 기습 통보를 받은 바 있던 지경부에서 미리 한전에 “관련 의사회 의결을 늦추라”며 진행에 신중을 기할 것을 요청했지만 한전은 회의를 강행했다. 한전 이사회는 4월 26일 원가회수율(매출원가에서 판매단가가 차지하는 비중, 100%보다 아래면 원가보다 낮다) 조정과 이에 따른 필요인상률(13.1%)을 지경부에 보고했다.

지경부는 5~7% 인상안을 검토 중에 있지만 한전의 강경 행보에 대해선 불쾌함을 드러냈다. 한전의 인상안 통보는 요금은 결정하지 못해도 인상시기를 앞당기는 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과거엔 한전 혼자 이사회를 열고 인상안을 통보하는 것이 아니라 지경부와 기획재정부가 먼저 협의를 거친 후 한전이 이사회를 열어 인상안을 내놓았다.

이러한 정황은 지경부 고위 관계자의 전언에서도 드러난다. 이 관계자는 “물가안정에서 전기요금이 갖는 중요성을 감안해 인상안을 당장 내기보다 정부와 충분히 협의해 이사회 의결을 해주길 한전에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4·11총선 직후인 지난달 12일 기다렸다는 듯 이사회를 여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전했다.

한전의 강경행보에 불만이 있는 것은 이 관계자만이 아니다. 또 다른 정부관계자는 “원가 이하로 판매되는 전기요금 실태상 인상 자체를 반대하지 않는다”며 “그러나 김중겸 한국전력 사장이 이사회 뒤에서 일을 처리하는 것은 떳떳하지 못하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반발하는 재계 “우리가 봉이냐”

기습 인상안을 거듭 발표하는 이유에 대해서 한전측의 입장은 한결같다. 오죽 급하면 이렇게 진행했겠냐는 것이다. 한전 관계자는 <시사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누적되는 부채, 나날이 늘어나는 적자를 해소할 유일한 방법으로 전기요금 인상안을 꼽으며 “정말 절실하다. 일반 기업 같았으면 벌써 부도났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도 전기요금 인상의 필요성에 대해선 어느 정도 서로 공감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5월 16일 발표한 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안정적 전력수급을 위해서 전기요금 현실화가 필수이고 추가로 10기의 원전 건설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전기요금을 올려 발전설비를 확충하면서 이로 인해 과도한 현재의 수요를 낮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수요의 주원인으로 전체 사용량의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는 산업용 전기를 지목한다. 사용량과 비교하면 원가 회수율은 가정용보다도 낮았는데 여기엔 정치, 산업 간 역학관계가 반영되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1970년대 정부는 산업진흥을 위해 산업용으로 쓰이는 전기는 원가보다 훨씬 싼 값에 제공했다. 그리고 2000년이 넘어설 때까지도 줄곧 저렴한 전기를 사용해왔다. 그래도 한전은 어느 정도 평탄한 경영을 했다. 그러나 2008년 유가가 폭등하면서 상황이 돌변했다.

전기발전의 원료가 되는 원유가가 올라가면서 한전에 심각한 적자가 발생된 것이다. 2008년부터 4년간 적자행진을 진행한 결과 지난해 한전의 적자는 8조원 누적부채는 82조원에 달했다. 그러나 정부의 규제로 전기요금을 인상할 수는 없었다. 물론 한전은 공기업이기에 사익보다는 공익을 먼저 생각하고 손해도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한전측은 계속 부실과 적자를 견디면서까지 전체 에너지 사용량의 55%나 차지하는 산업용 전기를 공급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그 결과 한전은 지난해 산업용 전기요금은 각각 6.1%, 6.5% 인상했다. 전기요금은 1년에 두 번 올리지 않는다는 전례를 깬 것이다. 그래도 원가회수율은 92.4%에 그쳤다. 다시 올해 인상안에서 산업용이 중점적으로 부각됐다.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재계는 즉각 반발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대한상공회의소·중소기업중앙회 등 국내 핵심 18개 경제단체들은 5월 15일 공식적으로 산업용 전기 인상에 반대했다. 7%가 오를 경우 삼성전자, LG전자, 포스코 등 제조업체들은 연간 수백억원의 추가부담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또한 지난 10년간 주택용이 4.1% 인상되는 동안 산업용은 61.0% 인상되어 기업 경영에 부담을 주고 있으며 주택용 대비 산업용 전기요금 비율은 OECD 경쟁국과 비교해도 0.698로 미국 0.586, 영국 0.608, 일본 0.663보다 높아 타국에 비해 싸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경제단체들은 ‘불가피하다면 어쩔 수 없다’며 단서조항을 두었다. 올릴 경우 산업용만이 아니라 주택용, 일반용, 농업용 등 모든 전기요금을 인상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대신 요금 산정 방법 및 실태를 투명하게 밝히고 앞으로 얼마나 더 올릴 것인지 장기적인 계획도 내놓으라고 전했다.

반면 한전은 또 “10년간 산업용전기를 61%나 올렸음에도 원가회수율이 100을 넘지 못한다는 것은 그동안 얼마나 혜택을 받았는지 방증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국내 전기요금이 산업용, 주택용 구분 없이 OECD 회원국 중 가장 싸다고 반박했다. 201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산업용 전기요금을 100(㎾h당 0.058달러)으로 할 때, OECD 평균은 190이다. 주택용 전기요금도 국내를 100(㎾h당 0.083달러)이라 할 때, OECD 평균은 189이다. 한전은 “직전 11년간 산업용 전기를 원가 이하로 팔면서 산업계를 지원한 금액이 무려 14조4000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한전과 산업계의 요구에 모두 곤욕스런 입장이다. 2011년 9월 블랙아웃 당시 전력위기 대응 태스크포스(TF)를 이끌었던 이승훈 서울대 명예교수는 “TF에서 정전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전기요금을 최소한 원가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이 나왔지만 실제 인상 폭은 크게 못 미쳤다”면서 “선거를 앞둔 상황이라 정부의 부담이 컸기 때문”이라며 분위기를 설명했다.

소송가액 조단위 될 수도

한전의 쥐어짜기는 바깥만이 아니라 한전 안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 3월 한전은 10여개 자회사에서 총 7500억원의 배당금을 요구했다. 이는 순익의 70%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통상 순익의 20~30% 가져가던 과거와는 다른 결단이었다. 한전은 이 돈이 있어야 전기요금을 1.7% 인상할 수 있는 요인을 없애 국민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전했다.

이에 각 자회사 노조들은 그 비용을 빼가면 유지 보수 및 설비투자를 할 수 없다며 강력히 반발했지만 한전측은 이미 4조4000억원의 재원을 마련해 놓은 상태라 전혀 이상이 없다고 전했다. 현재 이 배당안은 통과된 상태다.

한전이 밖으로는 전기요금 인상, 안으로는 배당금 인상 등 총체적 쥐어짜기에 나선 것은 단순히 영업이익 저하외에 다른 요인이 있다는 분석이 있다.

일각에선 적자로 인해 4년간 배당을 받지 못한 한전 주주들이 김쌍수 전 한국전력 사장에게 소송을 건 것이 이사회 내부에서 압박으로 작용한 것이 아니냐고 분석하고 있다.

주주들은 2008년 유가 폭등에도 김쌍수 전 사장이 현실적인 전기요금을 인상하지 않았다며 거액의 소송을 걸였다. 또한 국가를 상대로도 7조2000억원의 소송을 걸었다.

외부 압박은 또 있다. 지난해 12월 6일 울산 석유화학공단과 용연공단에서 대규모 정전이 일어나 업계에서 수백억의 직접적인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 모든 업체들이 소송에 나설 경우 보상비용까지 합산하면 전체 소송가액은 조단위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한전 관계자는 “소송은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며 자세한 언급은 피했다.

업계 일각에선 전기요금을 인상해 손실을 메꾸는 것은 당연하지만 한전이 유지 보수, 투자는 드난시 하고 손실에만 주력할 경우 유지보수 및 투자 비용이 없어 전력공급 수급에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며 한전의 최근 광폭행보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송기락 기자  sj.go@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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