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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원적 기능 농정으로 양곡법 논란 종식을
강창원 건국대학교 명예교수 | 승인 2023.05.25 09:14

[여성소비자신문] 금년 3월 국회가 통과시킨 양곡관리법(양곡법) 개정안에 대해 윤 대통령이 재의 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함으로서 양곡법 논란이 뜨거워졌다. 논란의 핵심은 과잉 생산된 쌀에 대한 정부의 의무 매입에 있다.

국내 수요에 비하여 과다하게 생산되어 남아도는 쌀을 정부가 국민의 혈세로 모두 사들이는 ‘쌀 강제 매수법’은 농업인과 농촌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 포퓰리즘 법안이라는 것이다.

전국쌀생산자협회에 따르면 코로나 펜데믹이 야기한 고물가 덕분에 2022년 쌀 생산비가 40% 가량 폭등했으나 쌀의 시장가격은 오히려 하락하였으며 초과 생산량을 정부에서 의무적으로 매입함으로서 농민이 안정적으로 쌀 생산을 계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은 물론 상당수 농민들조차 개정안에 대해 부정적이다. 정부의 남아도는 쌀 의무 매입은 쌀 초과 생산량의 계속적인 증가를 불러오고 이로 인한 정부의 재정적 부담의 지속적 증가는 물론 쌀의 시장 가격의 하락과 다른 농작물 재배 감소로 농업의 불균형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개정안이 시행되면 장기적으로 건강하고 균형있는 농업발전을 해친다는 주장이다. 의무 매입보다는 지금까지 해온 대로 정부의 재량에 따라 쌀 시장 여건을 감안하여 적절한 가격으로 시장 격리를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역사적으로 우리는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 즉, 농업이 세상 사람들이 살아가는 원동력이고 나라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힘이라는 정서적 표현 속에 살아온 민족이다. 농업 중에도 국가 유지의 원동력이 되는 것은 곡물이었고, 특히 주식으로 삼아온 쌀을 국가 통치를 위한 정치적 수단으로 여겨 왔다.

그러나 품종개량 및 농사기술의 발전으로 단위 면적당 쌀 수확량이 증가되고 육류 소비 증가와 같은 식생활 변화로 소비량이 감소 되고 있다. 그결과 ‘보릿고개’ 라는 단어는 전설이 되고 쌀이 남아도는 시대를 살고 있다.

최근 통계를 보면 연간 20만톤 가량의 쌀이 남아돌아 잉여분 매입에 1조원 이상의 재정투입과 매입비에 버금가는 미곡보관비가 예상된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쌀의 초과생산분 의무매입은 정권이 바뀔때마다 논란을 불러 일으키곤 했다.

이번에 개정안을 통과시킨 야당은 자신들이 여당이었던 문재인 정부 아래에서는 정부가 의무 매입을 통한 시장 격리에 반대하였고 이에 동조하여 국회에 발의한 개정안을 통과시키지는 않다.

그러나 여당에서 야당으로 입장이 바뀌자 이번에는 자신들의 주도로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우리나라 양곡법과 같은 농산물 가격 유지를 위한 정부의 개입은 여러 선진국에서도 시행착오를 많이 겪어온 논란이 많은 정책이다.

유럽은 1960년대에 버터, 소고기 등의 최저가 보장 정책을 실시하자 생산과잉, 가격하략, 농가소득 감소를 가져왔다. 일본은 1960~70년대에 뉴질랜드는 1970년대에 실패를 맛본 정책이었다. 태국은 2011년에 쌀 의무매입 정책으로 엄청난 재정적자를 낳았고 이것이 경제 파탄으로 이어져 쿠데타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고 한다.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주도하는 농업정책은 매우 중요하다. 우선 식량안보 차원에서 농산물 특히 양곡의 안정적 공급이 보장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자연보호와 지속 가능한 농업 생산을 위해서 그리고 산업 발전에 따라 도시와 농촌의 경제적 문화적 격차가 심화되기 때문이다.

지역사회와 지방의 경제적 발전을 촉진시키고 지역간 불균형 해소를 위해서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배려가 요청된다. 논란 중인 양곡법의 해법 또한 장기적으로 농민의 소득과 식량안보 및 환경보호를 지켜내는 다원적인 농업의 기능 속에서 찾아야 한다.

즉, 쌀 생산량 과다에 따른 사후적 대응책을 세우는 생산주의 농정에서 벗어나 농업이 지닌 여러 가지 기능을 증진 시킴으로서 장기적인 농업 발전 속에서 농민소득이 보전되어야 한다.

미국이나 유럽연합(EU), 일본 등 선진국들도 과거의 개별 농작물이나 축산물의 생산성이나 효율성에 주력하는 생산주의 농정에서 벗어나 농가소득과 경영의 안정장치를 강화하고 환경을 보전하려는 농업의 다원적 기능 강화에 역점을 두고 있다.

스위스는 헌법에 자연보호나 아름다운 전원풍경을 유지한다는 생산과 연계된 농업의 기능까지도 명시하고 있다. 우리 농업도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한 생산성이나 생산효율 증진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소비자, 지역경제, 환경, 고용창출과 같은 통합적이고 다원적인 기능 증진을 도모할 수 있도록 농업정책에 사고의 전환이 이루어져야 하겠다.

이를 위해서는 농작물이나 축종별 가격보장, 의무 매입 등에 과도한 재정 투입을 하기보다는 지역이나 환경에 걸맞는 농업의 다원적 기능 발굴과 지원에 재정투입이 이루어져야 한다.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품질과 적정 가격 결정을 위한 수요공급 정보 제공으로 경영안정장치 또한 중요한 농업정책으로 시행되어야 한다.

과잉 생산으로 피해가 발생한 타조사육, 블루베리, 버섯, 샤인머스캣 포도 재배가 주는 교훈이 헛되지 않아야 한다.

외국에 수출되어 호평을 받고 있는 우리나라 스마트팜 기술이 국내에서도 더욱 활성화되어 소비자들의 연중 수요에 대응할 뿐아니라 농산물의 수출로서 농가소득 증가 및 젊은이들의 고용창출 등 농업이 주는 다원적 기능 농정이 시대적 요청이다. 생산주의 보다는 다원적 기능 농업정책이 양곡법 논란의 종식을 가져오리라 기대한다.

강창원 건국대학교 명예교수  kkucwka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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