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산하 시립병원들이 사용하지도 않을 고가 의료장비를 구입해 창고에 쌓아두거나 특정업체를 통해 수백억원 상당의 의료기기를 구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가 서울시의회 김기옥(민주통합당·강북1) 의원에게 지난달 제출한 '의료장비 구매실태 특정감사 결과보고'에 따르면 서남병원과 서북병원, 은평병원과 북부병원 등에서는 고가의 의료장비 수억원어치를 창고에 방치하고 있다 적발됐다.

특히 서남병원의 경우 원심분리기 등 임상병리용 의료장비 22점 4억300여억원치를 사들였으나 전문의가 없고 수술이 적다며 방치, 심지어 임상병리 검사를 위탁해 위탁검사비까지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외에도 1억3000여만원 상당의 초음파 전환기와 8000여만원 상당의 응급실용 장비, 그리고 기관지 내시경 장비와 결핵 검사용 장비 등이 방치돼 있었다.

보라매병원과 서남병원은 시로부터 교부받은 사업비로 장비를 위탁 구매할 때 지정되지 않은 업체를 통해 198억여원어치의 의료장비를 부당 구매한 것으로 확인됐다.

제3자가 낙찰 예정가격을 결정하는 것을 묵인해준 병원도 있었다. 보라매병원은 또 병원장이나 그 위임을 받은 자가 하도록 돼 있는 '예정가적' 결정을 의료장비 납품업체에 파견된 서울대병원 직원이 한 것을 알고도 이를 묵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밖에도 물품 거래실례가격 비교 등을 하지 않고 업체의 견적가격만 비교해 시장가격보다 세 배까지 비싸게 구입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의료장비를 살 때는 필요성과 효율성 등을 논의하기 위한 '의료장비심의위원회'를 통해 결정을 해야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 의원은 "의료행정은 전문성을 요구하는 업무인 만큼 위탁병원 및 직영병원에 대하여 보다 엄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시 감사관은 감사를 통해 이와 관련된 공무원 32명을 적발했다. 이들에게는 주의와 경고 등 징계가 내려졌다.

김희정 기자  penmoim@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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