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가 오르고 양육비에 대한 부담, 노후에 대한 불안감 등으로 다시 사회로 진출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결혼과 육아 등으로 인해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이 일할 곳이 많지 않아 이들을 위한 정부의 현실적인 지원과 대책은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현재 여성가족부는 경력단절여성을 위한 새로일하기센터(이하 새일센터)를 통해 교육 및 취업알선을 하는 등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막상 경력 단절 여성들의 말을 들어보면 큰 도움은 되지 않고 있다.

대학 졸업 후 7년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결혼한 김모(37)씨는 이후 딸이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에야 직장을 다니기 위해 결혼 전 일했던 경력으로 일자리를 찾아 나섰다.

그러나 수십 통의 이력서를 넣어도 돌아온 것은 ‘불합격’ 통지뿐이었다. 10여 곳 중 한 곳에서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을 받아도 결국 듣는 말은 “저희 회사와는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라는 말이었다. 오랜 기간 일을 하지 않았는데 적응할 수 있겠느냐는 말도 들어야 했다.

김 씨는 “경력이 단절됐다지만 사회적응까지 단절됐던 것은 아니다”라며 “아무리 교육을 받아도 막상 취업할 곳이 없어 자격증만 쌓이고 있다”고 토로했다.

결혼과 육아 등으로 일의 공백은 있지만 일에 대한 능력까지 떨어진 것은 아니라고 여성들은 말한다. 당장 현장에 투입된다 해도 잠깐의 적응기간을 거치면 얼마든지 예전과 같은 업무 능력을 펼칠 수 있다는 것.

또 다른 여성은 “정부의 취업교육을 받은 뒤 취업을 하려 했지만 단순 업무를 하는 일자리밖에 없었다”며 “몇몇 지원되는 전문직으로의 취업은 여전히 벽이 높았다”고 말했다.

이에 여성가족부 경력단절여성지원과 이은희 과장은 “현재 여성가족부에서는 새일센터를 통해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에게 취업교육훈련과 취업 연계를 해주고 있다”며 “교육훈련을 받은 구직자 17만명 중 11만 7천여명이 취업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또한 경력단절 여성을 위한 취업교육을 받아도 취업할 수 있는 단순 업무를 하는 곳은 단순 업무를 하는 곳뿐이라는 질문에는 “단순업무와 전문직이 정확히 어떤 것을 가리키는지 모르겠지만 교육 프로그램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다양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며 “단순 실직자가 전직을 하기 위한 프로그램이 아니다. 여러 상담 끝에 취업을 원하는 (경력단절)여성에게 맞는 곳을 연계해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 6월 25일 서울시에서 발표한 서울여성 경제활동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서울 여성 취업자 중 40~50대의 비중이 45.3%를 차지했다. 교육비, 노후자금 마련 등을 위해 다시 경제활동에 참여하게 되면서 20~30대 취업자 통계 비중을 추월한 것이다. 그러나 취업 분야를 살펴보면 20~30대가 전문․관리직 및 사무직에 69.7% 취업한 반면, 40~50대는 서비스․판매직 등 단순업무가 56.3%를 차지했다.

이 과장은 교육 후 취업에 성공한다 해도 텔레마케터 등 단순업무에 배치된다는 여성들의 불만에 “여성가족부 뿐만 아니라 지자체, 지역 단체 등 다양한 곳에서 교육과 취업을 연계하고 있다”며 “단순업무에 국한되는 취업자리는 이런 지역 등에서 연계해 주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답했다.

이러한 여가부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막상 취업에 성공한 여성들은 업무의 격차 뿐 아니라 취업 후 차별 문제도 심각하다고 말한다. 취업에 성공한 이후, 경력이 단절됐다는 이유로 업무적으로나 직장 내 적응 문제 등 여러 차별이 존재한다는 것.

나이에 대한 벽도 높았다. 대부분의 경력단절 여성은 30, 40, 50대로 새로운 진로를 찾아 취업하기엔 조직 내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기 쉽지 않다. 또한 경력이 존재도 걸림돌로 작용한다. 이전 경력과 같은 직종으로 취업에 성공했을 경우 조직 내에선 경력으로 봐야할 지 신입으로 봐야할 지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 과장은 “취업 후 직장에 적응하기 어렵다고 토로하는 여성들이 있어 인턴사업을 진행 중이다”라며 “새일여성인턴제를 통해 직장적응과 함께 사업체에서도 경력단절 여성에 대한 선입견을 없앨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6개월 동안 50만원씩 지원하고 있다”며 “인턴제를 이용하는 경력단절 여성 중 일을 잘하는 분들은 회사에 채용도 유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력단절 여성들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사실 사회적 인식 변화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 변화는 단기간 내에 끝낼 수 없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여가부는 여성들의 경력이 단절될 수밖에 없는 사회적 구조를 문제점으로 꼽았다. 이 과장은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여성들 경력이 단절되지 않도록 복지나 정책을 강화하는 것”이라며 “현재는 육아를 위해 여성들이 직장을 그만 둘 수밖에 없는 사회 구조 때문에 경력단절 여성이라는 새로운 구직자가 생겨난 것 같다”고 꼬집었다.
 

정효정 기자  hj@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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