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소망화장품 등이 나노기술을 접목한 화장품을 판매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미장셴’은 나노 테라피 스프레이를, LG생활건강의 ‘이자녹스’는 피부노화를 개선시킨다는 ‘이자녹스 녹스랩 5종’을 판매하고 있다. 또, 소망화장품의 ‘다나한’은 나노 플라센타 콜라겐70 크림 등을 선보이고 있다. 이들은 ‘국내 최초 기능성 주름 소재 나노메디-A 함유’, ‘나노기술을 접목해 피부 침투율 극대화’, ‘나노섬유기술로 만들어진 고밀착 나노 직조 소재’ 등 나노기술의 장점을 부각시키며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첨단 과학기술 나노테크놀로지를 접목해 유효 성분의 피부 흡수율을 극대화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 업체들이 홍보하는 것과는 달리 화장품의 유효 성분을 피부에 깊숙이 침투시킬 수 있다는 나노기술의 장점이 오히려 인체엔 독이 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고려대 안산병원 피부과 손상욱 교수가 발표한 ‘나노 화장품의 안전성에 관한 보고서’에 따르면, 화장품의 경우 인체에 전혀 해롭지 않던 원재료도 나노 물질로 가공되는 과정에서 인체에 해를 끼치는 물질로 바뀔 수 있다. 이에 손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도 나노 화장품의 안전성에 대해 관심을 가질 때가 됐다”고 지적했다.

 

또한, 국제환경단체인 ‘지구의 친구들’도 화장품에 사용되고 있는 나노입자들이 피부나 호흡기를 통해 인체에 침투해 신경세포를 손상하는 등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뿐만 아니라 유럽 소비자제품과학위원회 ‘사이언티픽 커미티 온 컨슈머 프로덕츠(SCCP)’도 2007년 12월 그 동안의 연구결과들을 바탕으로 발표한 화장품용 나노 재료의 안전성 평가 보고서를 통해 “나도 입자들이 피부나 호흡기를 통해 인체에 흡수돼 혈액순환에 따라 돌아다니기 때문에 반복 사용하면 인체에 아주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더 나아가 국립보건환경영향연구소(NHEERL)의 벨리나 베로네시 박사팀은 “실험결과 크림 종류에 사용되는 이산화티타늄 나노입자가 피부 깊숙이 스며들 경우 신경세포를 손상시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특히 나노기술을 접목한 자외선 차단체를 사용할 때는 나노입자가 자외선에 의해 손상된 피부에서 더 잘 침투할 수 있어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그러나 국내 화장품 회사들은 나노기술의 장점만을 부각시킬 뿐 나노기술이 이 같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국내 환경 단체 자원순환연대가 지난 2월 발표한 ‘나노물질 사용 생활용품 유해성 정보제공 및 소비자 인식여부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시판 자외선차단제 등 나노기술 적용 생활용품 중 92%가 설명서 내 주의사항을 언급하지 않았고 나노물질의 유해 가능성에 대해 언급한 제품은 2%에 불과했다.

 

실제로 기자가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홍보실 등에 자사 나노화장품 제품 여부와 나노 기술의 안전성 결여 문제를 인지하고 있는지를 물어 봤다. 그 결과, 홍보실 직원이 자사 브랜드 제품 중에 어떤 제품이 나노기술을 접목했는지 모르고 있었을 뿐 아니라 나노 화장품의 안전성 결여에 대한 문제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판매실적만을 위해 나노기술의 안전성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될 만하다. 실적보다는 소비자의 안전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판매자의 책임감이 요구되는 때다.

 

또, 나노기술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계속 제기되고 있는 만큼 나노화장품 역시 설명서에 나노물질이 어디에 어떻게 사용됐는지 명확하게 알 수 있도록 표기해 소비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필요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