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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대한항공 수송보국의 꿈, 지원도 필요하다
한지안 기자 | 승인 2023.03.27 18:33

[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3년째 합병으로 향하는 험로를 뚫고 가는 모양새다. 

정확히는, 높은 부채비율로 인수·합병 협상이 한차례 무산됐던 아시아나항공을 끌어안고 가겠다는 대한항공이 가시밭길을 가는 듯 하다.

최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바라보는 여론의 시각이 심상치 않다. 앞서 대한항공이 이전 발표했던 마일리지 개편안을 예정대로 추진한다고 밝히자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눈물의 감사 프로모션을 하지는 못할망정...”이라고 지적한 이후 부터다.

당시 개인 SNS를 통해 “항공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동의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밝혔던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최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대한항공이 실제 경쟁력 있는 노선을 제시하는데 최선을 다하는지 엄격한 시선으로 보려 한다. 합병 심사를 통과한 후 입장이 돌변할 가능성에 대한 경계를 늦추면 안 된다”고 말했다.

원 장관은 대한항공의 슬롯 포기에 따른 손실 관련 질문을 받고 이같이 답했다. 아마도 그의 의도는 대한항공이 국내 유일 대형 항공사(FSC)가 된 후 저비용항공사(LCC)들의 경쟁력과 국민의 선택권이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정부가 인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국토, 교통 분야에서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고 관련 정책을 이끄는 것이 그의 의무인 만큼 원 장관을 탓할 수는 없다.

다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난기류를 헤쳐가고 있다는 사실도 어느 정도 참작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거의 거론되지 않고 있지만, 당초 아시아나항공 인수자로 나섰던 기업은 HDC그룹이었다. HDC그룹은 인수 추진 과정에서 “계약 체결 시점보다 부채 비율이 크다”며 실사를 요구했고, 결국 아시아나항공의 부채 비율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인수 작업도 중단 및 무산됐다. 

자칫 아시아나항공이 자회사 분리매각으로 조각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던 당시 한진그룹이 대한항공을 앞세워 인수전에 ‘등판’했다.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마비됐던 2020년 11월, 채권단 관리하에 있던 아시아나항공이 당장 1년 내에(2021년 말 까지) 갚아야 할 부채만 4조7979억원에 달하던 상황이었다.

최초로 거론된 아시아나항공 ‘통매입’ 비용 규모가 2조원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말 그대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태였던 것이다. HDC현산과 수차례 실사-재실사 등 논쟁을 빚은 끝에 인수 무산을 야기한 아시아나항공의 당해 2분기 기준 부채비율은 2291%였다. 이는 지난해 3분기 3781%로 확대됐으며, 에어부산·에어서울을 포함해서는 10298%로 10000%를 넘겼다.

대한항공 입장에선 코로나19 기간 유급휴직에 따른 비용 부담(국가 지원을 받았다고는 해도), 좌석 판매 수익이 없는 상태에서 기약 없이 투입된 여객기 관리 비용 등 위기 요인을 지났음에도 국제 친환경 연료 전환 흐름에 따라 예정돼있는 연료비 상승, 마일리지 등 자체 부채, 영국 등 경쟁 당국의 슬롯 축소로 요구로 인한 불이익 속 아시아나항공 경영 정상화 비용과 같은 문제가 여전히 산적해 있는 상황이다. 최근 LCC업계의 장거리 노선 취항과 서비스 고도화로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 

어쩌면 정부가 한진그룹 수송보국(輸送保國)의 역사를 돌이켜 봐야 할 시점인지도 모른다. ‘러시아 영공을 지날 수 있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항공사’, ‘의전에 강한 조양호 회장의 서비스 정신이 녹아있는 항공사’로 칭찬받던 대한항공은 2014년 땅콩 회항으로 초거대 위기를 겪었고, 이후로도 크고 작은 풍랑이 이어졌다.

2019년에는 고(故) 조양호 회장이 타계했고, 2020년에는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다. 상속 및 경영권 분쟁을 겪던 와중 조원태 회장이 여객기 좌석을 뜯어내 화물을 운송하고 나서면서 국내 항공사 중 가장 빠르게 실적을 회복했지만, 엔데믹을 맞고 나니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둘러싸고 국내·외에서 견제가 들어오고 있다. 

이 시점에 자국 항공사 보호를 위해 대한항공 슬롯을 깎아낸 영국 경쟁 당국의 요구가 눈에 들어온다. 미국·일본·EU 경쟁 당국이 자국 항공사 경쟁력을 높일 방안을 모색 중이라는 소식도 들린다. 

통합 항공사가 무사히 출범하게 된다면 사측은 물론 고객 권익을 최우선 해야 할 것이다. 특히 대한항공이 로마 등 유럽 노선의 '비즈니스석 가격 대비 서비스' 면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 좌석을 판매해야 하는 입장인 만큼 매력적인 마일리지 제도와 철저한 서비스 정신으로 중무장해야 위기를 헤쳐나가 비로소 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정부도 자국 기업 보호에 나서주기를 바란다. 외국 정부들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을 계기로 자국 항공사 지원에 나서는 가운데, 우리 정부의 통합 대형항공사 육성 의지는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한지안 기자  hann923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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