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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병원 비자금 수사 박차의약품 납품가 부풀리는 리베이트 수법?
김희정 기자 | 승인 2012.06.28 18:13

연간 매출액이 500억원 규모인 D사는 차병원에 납품한 의약품이 회사 전체 매출의 70~ 8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차병원 그룹의 고위 인사 등이 의약품 거래를 대가로 D사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은 정황을 파악하고 이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또한 경기경찰청은 차병원이 의약품 납품업체로부터 납품가를 부풀리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는지의 여부에 대해서도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경찰은 차병원그룹이 지난 1998년부터 15년 동안 의약품 도매업체 D사로부터 의약품과 의료장비 등을 구매하면서 가격을 부풀려 결제한 뒤 차액을 비자금으로 돌려받았다는 첩보를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차병원그룹의 의약품·장비 구매를 총괄해온 이모 이사가 D사 소유의 에쿠스 승용차를 자신의 자가용으로 이용해온 사실 등에 주목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리베이트 관련 정보를 입수해 분석중이고 차병원과 D사 관계자를 불러 대가성 여부 등을 확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압수물 정밀분석 뒤 수사 대상자를 선정해 차례로 소환해 조사를 벌일 예정”이라며 “애초 2개월 정도 수사가 걸릴 예상이었으나 사안이 커진 만큼 수사인력을 보강해 수사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차병원 관계자는 “아직 경찰 압수수색 사실 이외에는 확인해 줄 수 있는 게 없다”며 “경찰 수사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또 “성광의료재단 구매팀에 국한된 일이 차병원그룹 전체로 확대됐다는 오해를 받고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리베이트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아

2011년 10월 쌍벌제가 시행됨에 따라 리베이트를 준 업체와 이를 받은 의사를 형사처벌하도록 되었지만 의료계에 퍼진 리베이트 관행은 사라질 줄 모르고 있다. 최근 서울성모병원의 한 교수가 리베이트 혐의로 조사를 받으며 사직한 적이 있어 이번 차병원 수사 결과에 따라 대학교수급 의료인의 처벌이 의료계의 주요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차병원그룹측은 내부 조사에서는 법적으로 큰 문제가 없는 사안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경찰 수사 결과 의약품 납품에 대한 대가성이 밝혀질 경우 리베이트를 받은 의료인은 행정처분을 면하기 어렵게 된다.

반면 이번 차병원 조사가 차병원그룹의 설명대로 의약품 납품 업무를 하는 구매팀 내부의 문제로 국한될 지에 대해 의료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형제간 내분 불씨 여전

차병원은 지난 1960년 현 차경섭 이사장이 서울 중구 스카라극장에서 개원한 차산부인과가 모태다. 국내외에 10개의 병원을 운영하고 있으며 성광의료재단과 CHA 의과학대학교도 두고 있다. 국내 최고의 불임 및 여성의학, 생명과학분야를 연구하는 기관을 보유하고 있으며 주력분야는 줄기세포이다.

현재 강남차병원, 분당차병원, 분당차한방병원, 분당차여성병원, 구미차병원, 대구여성차병원, LA 헐리우드 CHA 병원 등을 소유하고 있다.

그러나 굴지의 중견그룹으로 성장한 차병원그룹은 지난해 오너 일가 남매가 사업권을 둘러싸고 소송을 제기했다가 취하한 사실이 알려져 유명세를 톡톡히 치렀다. 차병원그룹 설립자인 차경섭 이사장(91)의 둘째딸 차광은 전 차의과대학 대외부총장(61)이 동생 차광열 차병원그룹 회장(59)이 경영하는 회사의 황영기 대표이사(전 KB금융 회장)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가 이틀 뒤 취하한 것이다.

이 사태는 차 이사장이 서둘러 둘째딸을 보직 해임하는 등 파문을 진화하면서 일단락됐다.

차병원은 이번 사건이 있기 전만 해도 후계구도가 어느 정도 굳어진 상황이었다. CHA의과대학 대외부총장인 누나 차광은씨는 차홀딩스컴퍼니와 차인베스트먼트 등을 맡고 있으며 동생 차광열 회장은 그룹 계열 코스닥 상장사인 차바이오앤과 성광의료재단, 성광학원 등 의료·교육 관계 회사를 맡아왔다.

그러나 누나와 동생이 투자사업을 확대하면서 갈등을 빚게 되었다. 차병원그룹은 최근 의료 관련 사업뿐만 아니라 차량용 블랙박스 제작이나 화장품 사업 등 다방면으로 영역을 확장해갔다. 해외에선 차병원의 의료관광 상품도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이렇게 해서 벌어들인 차병원그룹의 지난해 전체 매출은 1조8000억원으로 국내 종합병원 랭킹 1위다.

아들 차 회장측이 영입한 황영기 대표이사가 투자업에 의욕을 보이면서 딸 차광은 부총장측도 투자업을 하겠다고 나섰다. 차 회장은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을 직접 차병원그룹 부회장 및 그룹 산하 바이오기업인 차바이오앤디오스텍 대표이사 회장으로 영입하였다.

황 대표는 차 회장과 1952년생 동갑내기로 평소 친분이 두터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차병원측은 노화방지 사업 등 그룹이 추진하는 사업의 세계화 추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판단한다며 황 대표의 영입 배경을 설명했다. 황 대표가 금융권에서 오래 몸담아온 경력을 바탕으로 차병원그룹의 투자업을 주도한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차경섭 성광의료재단 이사장의 둘째 딸인 차광은씨가 차인베스트먼트를 통해 지난해 6월 블루젬디앤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13.46%의 지분을 확보하면서 내분이 불거졌다. 증권가를 중심으로 블루젬디앤씨 주식에 대한 투자 소문이 떠돌고 주가가 2배 가량 뛰자 동생측은 신문 두 곳에 차병원그룹 명의로 광고를 게재했다. 이 광고를 통해 차병원그룹은 차 전 부총장 소유의 ‘차홀딩스컴퍼니, 차인베스트먼트’와 전혀 무관하고 어떠한 계약이나 권한을 위임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이 광고는 의료법인 성광의료재단·학교법인 성광학원 차경섭 이사장과 차바이오앤디오스텍 황영기 대표 이름으로 실렸다. 동생측에서 누나가 경영권을 가진 회사들과 “아무 관련이 없다”고 알리며 선을 그은 것이다.

이에 차홀딩스컴퍼니측은 광고 게재 6일 후 황 대표를 명예훼손과 업무방해로 강남경찰서에 고소했다. 차홀딩스측은 고소장을 통해 “차홀딩스컴퍼니와 성광의료재단 사이에 업무용역 위탁계약이 체결돼 있는 만큼 두 회사는 차병원그룹과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다.

투자업에 대한 양측의 주장은 완전히 엇갈렸다. 황 대표이사측은 “우리는 차광은씨측과 투자 관련 계약을 맺은 적이 없다”면서 “코스닥 상장사인 차바이오앤을 둘러싸고 잘못된 소문이 나게 되면 선의의 투자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신문 광고를 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누나 차 전 부총장측은 자신들이 투자업을 하기로 하자 황 대표가 구상하는 투자사업의 입지가 위태로워져 의도적으로 허위 광고를 낸 것이라고 고소장에서 주장했다.

법정 소송으로 비화될 뻔했던 이번 사건은 송사가 언론에 보도된 후 차 전 부총장이 곧바로 소를 취하하면서 일단락됐다. 아버지 차 이사장이 직접 나서서 차 전 부총장을 보직해임하고 병원 경영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극약 처방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차 이사장은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자마자 곧바로 재단이사회를 개최해 “이번 사안은 재산 다툼이 아니라 ‘차인베스트먼트’가 이사회 의결이나 이사장 허락 없이 재단이나 학교법인(성광학원)과의 업무용역 위탁계약서를 위조한 데서 비롯된 범법행위가 핵심”이라고 결론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차 전 부총장측이 소송을 취하한 것도 차 이사장이 나서 계약서 위조에 대해 형사고발을 검토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차 이사장은 재산 문제 역시 “재산관계는 이미 유언장 공증을 통해 정확하게 정리된 상태인 만큼 더 논의될 여지가 없다”고 못을 박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차병원그룹측의 바람과는 달리 아들과 딸 간의 분쟁이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차병원그룹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차 전 부총장이 평소 사업 확장에 큰 관심을 보여 왔기 때문에 이번 조치에 적지 않은 불만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며 아버지 차 이사장이 그룹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는 상황이 오면 차 전 부총장이 반격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차 전 부총장은 여전히 차바이오앤디오스텍 등에 적지 않은 지분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희정 기자  penmoim@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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