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2년 7월부터 19대 국회 전반기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으로 성평등 사회를 위한 제도개선과 의정활동에 힘써 오셨다. 임기를 마치면서 위원회를 이끌어 오신 소감이 궁금하다.

 

“18대 국회에서 여성가족위원회 민주당 간사와 19대 전반기 여성가족위원장을 맡아오면서 어느 것 하나 빠뜨리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특히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반영하기 위해 국회 상임위 차원에서 관련 단체와 활발한 소통을 하려고 노력했다.

 

지난 30여 년간 해온 여성운동을 바탕으로 성평등 정책을 위한 입법활동과 여성․가족․청소년 관련 현안문제에 대한 빠른 판단과 대책을 마련해왔다.

 

여성가족위원장 직무를 마무리 하는 시점에서 보람도 있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국회에서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여성들의 삶은 나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는 심각하다.

 

이는 국회에서도 문제가 된 바 있는데, 국회의 청소노동자에 대한 직접 고용이 아직 해결되지 못했다. 작년 세계여성의 날 간담회를 통해서 여가위 위원 중심으로 이 문제를 꼭 해결하겠다고 약속 드렸고, 국회의장도 적극 노력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반대로 국회운영위원회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크게 3가지 문제의 대책마련을 위해 노력했다. 첫째는 여성과 어린이에 대한 폭력문제 해결, 둘째는 한부모·다문화 가정·일하는 여성·여성노인 등 다양한 가족에 맞는 지원방안 모색, 마지막으로 성평등정책 추진체계의 혁신이다.

 

여성발전기본법이 전부 개정되면서 양성평등위원회, 실무 및 분과위원회, 각 부처의 담당관 지정 등 성평등 정책의 추진체계를 강화시켰다. 그런 측면에서 여성에 대한 인권 문제인 성폭력 및 가정폭력, 성매매관련 법안을 보완해왔고, 「아동청소년인권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또 사회적 약자인 한부모의 양육비 부담을 덜기 위해 ‘양육비 선지급 법안’도 제출해 「양육비 이행 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로 통합해 제정됐다.

 

2015년부터는 긴급 생계지원이 필요한 한부모 가정에 대해 일정 기간 동안은 양육비를 우선 지급받을 수 있게 됐다. 또한 성별영향분석평가, 성인지교육, 성별통계 생산 등 성주류화 조치의 법적 근거를 마련함으로써 정책 집행에 있어서 실효성을 가지게 됐다.

 

많은 변화를 한꺼번에 이룰 수는 없어도 한 단계씩 개선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여성가족부는 실질적으로 각 부처의 여성정책과 성평등정책을 총괄하고 조정하는 기능이 취약하다. 이런 구조적 문제는 예산에 그대로 반영돼 있다.

 

여성가족부의 예산은 중앙정부 전체 예산 중 0.15%에 불과하다. 사회 전반에 남아 있는 성차별 관행을 해소하고, 평등한 의식 확산이나 여성의 적극적 참여 확대를 위한 조치 등을 위해 사용되는 예산은 매우 적다.

 

가장 아쉬운 것은 청소년 분야다. 중요한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예산 배정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청소년활동프로그램 인증제, 위기청소년에 맞는 지원시설 확대는 미래세대를 위한 예산이라는 측면에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정책만 있을 뿐 이를 실현하는 수단인 예산 배정이 미흡한 실정이다. 이 부분에 대한 행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바탕으로 범정부 차원의 관심과 현실적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지난 10년 동안 여성의 경제참여율은 50% 내외에서 주춤거리고 있다. 여성의 비정규직 비율은 증가하고, 같은 직종이더라도 직급이 낮은 자리에 배치돼 있다. 전반적으로 유리천장이 깨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현상적으로 여성대통령을 배출하고 알파걸, 골드미스라는 신조어가 붙을 정도로 경쟁에 이긴 여성그룹이 표상화되면서 마치 성차별이 없어진 것처럼 인식되기도 한다. 그러나 여성정책은 여성만을 위한 정책이 아니었다.

 

이미 일·가정 양립을 위한 정책과 과정의 평등을 위한 적극적 조치를 마련하고, 인권 침해 피해에 대한 지원 정책 등이 대부분이었다. 그런 측면에서 여성정책은 성평등 정책으로 명명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아직도 깊게 남아있는 성차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모든 정책과 제도는 성평등 관점으로 분석되고 평가돼야 이를 개선할 수 있다. 이런 취지로 양성평등기본법으로 개정하게 되었다.”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는 최대의 과제임에 틀림없다. 이런 중요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여성에 대한 할당제’를 주장해왔고, 비례 후보 50%, 지역 선출직 30%를 노력 조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2014년 지방선거에서는 또 다른 복병인 ‘정당 공천제 폐지’논란으로 여성 할당제 기반마저 흔들거렸고, 결국 지방 선거 막판에 여성할당제를 지켜내지 못했다.

 

2010년 여성할당제로 지방선거에서 여성의 비율이 20%를 넘었고, 여성 정치인이 많아졌다. 그러나 일방적인 중앙당에 의한 여성할당제 조치는 일반 당원들에 의해 반감이 높아졌고, 특히 전문가 영입 등 여성 정치인 인재풀에 대한 확대방안에 대한 노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정당 경험이 전혀 없는 선출직 후보에 대해서 여성할당제는 설득력이 약했고, 결국 더욱 세심한 전략이 모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한 보완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 같다.”

 

 

“모두가 더불어 잘사는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로 만드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양극화, 고정관념, 획일적 정책 등으로 인해 출발선이 서로 다른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뛰는 과정만 보면 공정하게 보이지만 출발선이 달랐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심각한 차별을 받게 되는 것이다. 특히 여성, 아동 등 사회적 보호 대상에게도 그런 측면이 있기에 더욱 세심한 사회적 안전망과 복지체계가 보완돼야 한다. 이것은 단순히 ‘배려’ 차원으로만 이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선택의 순간에서 항상 공익적 관점을 지켜왔다고 생각한다. 사회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더 많은 사람과 집단을 위한 공익적 관점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왔다. 이런 태도야말로 정치가 가져야 할 자세라고 생각한다.

 

세월호 참사는 공공성의 실현을 위해 ‘정치’가 필요한 것이라는 것을 일깨우고 있다. 우리 사회가 보다 ‘더불어 잘사는 정의로운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정치가 제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