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현대제철과 포스코가 중국법인을 매각하는 한편 인도네시아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중국 베이징법인 매각을 추진 중이다. 포스코는 지난해 중국 사업 구조조정을 단행한 바 있다. 중국사업을 지속하면서도 체질개선을 위한 조치에 나선 셈이다.

한편 현대제철과 포스코가 새롭게 주목하는 시장은 인도네시아다. 현대제철은 인니 정부의 에너지 전환 기조에 주목하며 LNG생산해양플랜트용 강재 수주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는 누산타라 신(新)수도 건설 참여를 추진하는 한편 인니 국영 철강기업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현지 생산능력을 확대한다. 

이날 철강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최근 중국 베이징법인(Hyundai Steel Beijing Process Co., Ltd)의 매각을 협상을 벌이고 있다. 중국내 수요 둔화로 적자폭이 심화되면서 베이징과 텐진으로 나뉘어있던 현지 법인 통합에 나선 것이다. 

앞서 현대제철은 지난 2002년 현대차와 기아 베이징공장 인근에 스틸서비스센터(SSC)를 설립했다. 해당 법인은 현대제철 국내공장에서 들여온 자동차강판을 재가공해 현대차와 기아에 납품하는 공장으로, 지난 2016년까지는 매년 100~2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거두는 등 안정적인 실적을 올렸다.

그러나 2017년 중국이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에 나서면서 현대차·기아·현대제철 실적이 하락한 점이 문제가 됐다. 2017년 이후 현대차와 기아의 현지 점유율은 △2018년 3.4% △2019년 3.1% △2020년 2.3% △2021년 1.8%로 하락했고, 현대제철 베이징 법인도 지난 2021년 49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유탄을 맞았다. 

현대제철은 지난 2022년 베이징 공장 가동을 멈추고 매각 절차에 돌입했다. 업계에선 매각이 순탄하게 진행되면 올 상반기 청산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대제철은 베이징법인 매각 후 텐진법인을 중심으로 중국사업을 전개할 예정이다.

포스코는 지난해 중국 사업 구조조정을 진행하며 중국 광둥성 차량용 강판 생산 법인(광둥CGL)을 중국 하북강철과 세운 합작법인인 하강포항 측에 매각한 바 있다. 이 외에도 포스코의 지난해 중국 사업은 녹록지 않았던 분위기다.

지난 1월 발표된 포스코홀딩스의 2022년 경영실적에 따르면 포스코의 해외사업 영업이익은 글로벌 철강시황 악화로 인해 전년 대비 1조원 감소한 4740억원을 기록했다. 4분기 기준으로는 적자전환했다. 인도네시아, 인도, 베트남 등에서 영업이익 대폭 감소를 면치 못했고, 특히 중국에선 스테인리스 생산법인 장가항STS이 적자로 전환하는 등 타격이 컸다. 

이 가운데 현대제철과 포스코는 인도네시아를 신시장으로 낙점하고 해외 사업 강화에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인도네시아는 4조원 규모 누산타라 신수도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발전 속도를 높이는 가운데 철강 수요가 확대되는 글로벌 주요 시장으로 꼽힌다. 

현대제철은 지난달 2022년 실적 발표후 이어진 콘퍼런스 콜에서 “올해 인도네시아 액화천연가스(LNG) 생산 해양플랜트용 강재 수주 등 해외 시장에서 실수요 중심 판매 비중을 높이겠다”는 전략을 공개한 바 있다. 

한국과 인도네시아 정부는 지난 2021년 10월 우리 해양수산부와 인니 해양투자조정부의 ‘해양플랜트 서비스산업 협력 업무협약(MOU)’을 체결 이후 해양플랜트 해체 및 재활용 시범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해왔다. 지난해 11월 한국 기업들이 인니 동부 칼리만탄 해역에 위치한 노후 해양플랫폼 1기(ATTAKA EB)를 성공적으로 해체하고 인공어초로 재활용하는 성과를 이뤘다.

인도네시아 내 해양플랜트는 약 600여기에 달하며, 이 중 100여기 정도가 노후돼 해체가 필요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일부 철거에 성공한 가운데 인니 정부는 에너지전환을 위해 LNG 인프라 구축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이같은 전략에 투입될 강재를 수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제철은 이 외에 대만 해상풍력 프로젝트 하부구조물 제작용 후판을 수주하는 등 에너지프로젝트 관련 안정적인 판매 물량 확보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H CORE 프리미엄 건설용 강재·핫스탬핑강 등 전략 강종 판매도 확대한다.

올해 글로벌 자동차 강판 판매 목표도 전년 대비 34%확대한 110만t으로 잡았다. 현대제철은 또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유럽과 미국 중심의 전기차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체코 핫스탬핑 공장 투자 및 미국 전기차공장 전용 SSC1 건설 등 투자도 이어간다. 

포스코는 인도네시아 스마트시티 관련 신수도 건설 사업 참여한다는 전략이다. 포스코는 앞서 지난해 7월 인도네시아 투자부 및 인니 국영철강사 크라카타우스스틸과 ‘철강 생산능력 확대 및 인도네시아 신수도 건설 사업 참여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포스코는 크라카타우스와 손잡고 향후 5년간 35억 달러를 공통 투자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크라카타우포스코(PT.KRAKATAU-POSCO) 공장 제2고로 건설·냉연공장 신설 등을 추진해 연간 조강량을 600만톤(t) 이상으로 늘리는 한편 자동차강판 생산설비를 현지에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인니 투자부는 포스코의 철강사업 확대 및 신수도 건설 사업과 관련해 행정 절차를 지원하고 투자인센티브를 제공할 방침이다.

포스코는 2010년 크라카타우스틸과 7:3 비율 출자로 일관제철소 크라카타우포스코를 설립하고 현지 시장에 진출한 바 있다. 크라카타우포스코는 수도 자카르타 북서쪽으로 100km 거리의 찔레곤(Cilegon)에 위치해 있다. 현재 연산 3백만톤 규모의 고로 1기와 후판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이외에 포스코는 포스코건설 등 그룹사와 함께 인도네시아의 신수도 건설 사업에도 나선다. 포스코건설은 송도국제도시 프로젝트 수행 경험을 기반으로 인니 신수도 내 인프라 건설 수주전에 참전한다는 전략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시장이 발을 뺄 수 없는 주요시장인 만큼 우리 기업들도 중국 사업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면서도 "해외 수익 창구 다각화도 핵심 과제로, 특히 빠르게 확대되는 동남아 고급강 시장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우선 한국과의 업무협약이 활발히 이뤄지는 인도네시아를 발판으로 아세안 시장에 진출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지안 기자  hann923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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