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한고은 기자] 삼성전자가 정부가 조성하는 부지에 300조원을 투자해 경기 용인시에 세계 최대 규모의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를 만들기로 했다. 

정부는 2042년까지 이 일대 710만㎡ 부지에 첨단 반도체 제조공장 5개를 비롯해 관련 소재와 부품, 장비기업과 연구기관 등 모두 150곳 이상을 유치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기존 삼성전자 공장이 있는 경기도 기흥과 화성, 평택 등을 모두 합친 것보다 20% 정도 더 큰 면적으로, IT기업들이 모인 판교까지 연계될 경우 대규모 클러스터가 만들어질 전망이다.

정부는 15일 열린 ‘제14차 비상경제 민생회의’에서 수도권에 세계 최대 첨단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내용을 포함한 첨단산업 육성 전략을 발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300조 원에 달하는 대규모 민간 투자를 바탕으로 수도권에 세계 최대 규모의 신규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회의에 참석한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은 "신규 단지를 기존 거점들과 통합 운영해 최첨단 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미래 첨단 산업의 혁신과 발전을 위한 글로벌 전진기지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경기 용인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20년간 300조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클러스터에는 첨단 반도체 제조공장 5개를 구축하고 소재·부품·장비 기업,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 등 150곳을 유치한다.

300조 원의 직접 투자로 세계 최대 반도체 단일 단지를 조성하는 게 목표다. 간접 생산유발 효과는 약 400조 원, 고용유발 효과도 약 160만 명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2019년 서울대 경제연구소 연구 결과에 따르면 반도체 라인 1개 건설시 약 128조 원의 생산 효과가 유발된다. 또한 47조 원의 부가가치와 37만 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기대된다. 

수도권에 산업단지가 집중된다는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서 비수도권 지역 14곳에도 각 지자체 중점 산업을 연결한 첨단 국가산업단지들을 조성한다.

최근 미국, 중국, 일본 등이 정부 지원을 내세워 자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에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는 점은 의미 있다는 분석이다.

생산시설이 완공되면 파운드리 1위 경쟁사인 대만 TSMC와 본격적인 점유율 경쟁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생산 부족으로 TSMC에 점유율을 빼앗긴 삼성전자의 새로운 성장 모멘텀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 본부장은 "지난해 기준 TSMC의 설비 투자는 47조 원, 삼성전자는 15조 으로, TSMC 대비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며 "삼성이 TSMC와 경쟁을 위해서는 캐파(생산능력) 확대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외신 "한국정부, 삼성과 글로벌 반도체 리드 목표"

미국 블룸버그는 이번 투자 계획을 "기술 패권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한국 정부의 가장 공격적인 노력"이라고 평가하면서 "삼성의 투자는 글로벌 반도체 제조를 리드하겠다는 한국의 야망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국 로이터는 "삼성과 SK하이닉스가 있는 한국은 현재 TSMC와 인텔이 주도하는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주요 플레이어가 되기 위해 공급망 안정성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니케이는 "삼성전자가 미중 갈등으로 불거진 반도체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의식해 한국 정부의 지원을 받으며 자국 내 거액 투자를 단행한다"면서 "삼성이 생산 규모 확대와 함께 최첨단 반도체 연구개발에도 주력하며 TSMC에 맞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고은 기자  h9@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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