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그룹 조석래 회장이 차명재산을 둘러싸고 친익척과 소송에 휩싸인 배경에 대해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불과 임야 1필지 3억원대의 부동산을 놓고 전경련 회장을 역임한 조 회장이 수년째 친인척과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는 이유는 뭘까. <여성소비자신문>이 되짚어봤다.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 두미리 산39-15에 있는 임야 6만 8596㎡의 부지는 1989년에 이 모씨(69)가 매입한 부지다. 이 토지에 관한 등기필증은 처삼촌인 조석래 회장이 보관한 가운데 토지세를 비롯한 각종 세금은 이 씨가 직접 부담해왔다.
 
10년 동안 이 같은 상태를 유지한 것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지난 2004년부터 조 회장이 회사 직원들을 통해 수차례 이 부지에 대한 소유권 이전등기를 넘겨줄 것을 요청하고 이 씨가 이에 대해 거절 의사를 표시함에 따라 이들 두 사람간의 문제는 소송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씨는 1977년 효성에 입사해 1997년 5월 상무이사직을 끝으로 퇴사할 때까지 조 회장과 오랜 시간 인연을 맺어온 인물이다. 2004년 토지분할 당시만 하더라도 이 씨는 별다른 이의제기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2009년 조 회장이 소송을 제기하면서부터 변화가 생겼다.

그동안 한 번도 세금을 내지 않았던 이 씨가 어떤 이유에서인지 직접 토지세를 내면서 적극적으로 권리를 행사하기 시작한 것이다. 조 회장도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세금을 납부해 현재는 중복 납부가 된 상태다. 2004년 이후부터 조 회장이 회사 직원을 통해 이 씨로부터 반환을 꾸준히 요구했으나 어떤 이유로 해결이 되지 않아 결국 법의 힘을 빌렸다는 얘기다.

2004년 당시 이 부지는 인근 골프장과 서로 필요한 부지를 교환하기로 하고 분할한 상태였다. 이 과정에서 이 씨는 전혀 이의제기를 하지 않았다. 소유권 이전등기를 둘러싸고 한 차례 갈등을 빚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분할 외에는 변동사항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그러다 2009년 돌연 조 회장이 소송을 제기하면서 법정다툼이 벌어졌다.

재판부는 두 사람의 관계와 세금납부 여부 등 여러 정황을 근거로 매매계약의 실제 매수인은 조 회장이며 등기 명의만 이 씨로 마친 관계로 보았다. 즉 조 회장이 이 씨에게 명의신탁한 것으로 본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민법 제162조 제1항에 따라 10년의 기간이 경과함으로써 시효가 소멸하고 조 회장이 부동산을 이 씨로부터 넘겨받아 점유하고 있다고 볼 만한 아무런 근거가 없고 그렇다고 하더라도 부동산실명법 시행에 따라 청구권은 소멸됐다”며 1심과 2심 모두 원고의 청구에 대해 기각 판결을 내렸다. 이에 대해 조 회장은 이에 불복해 대법원에 즉각 상고한 상태다. 효성 관계자는 이에 대해 “조 회장 개인적인 일이라 대법원에 상고한 사실 이외에 자세한 내용은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현재 소송 중인 땅 남쪽에 효성그룹 계열사인 두미종합개발이 두미CC를 짓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 필요한 땅이기 때문에 꼭 찾으려 하는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현재 소송중인 문제의 땅과 이에 맞붙은 두 필지는 모두 효성과 두미종합개발 소유로 되어 있다.

두미종합개발은 조 회장의 아들들인 현준(1.68%), 현상(49.16%), 현문(49.16%) 삼형제가 100% 지분을 가지고 있는 회사로 효성가 3세들의 경영승계와 관련해 회자되기도 했다.

본래 이 회사의 지분은 장남인 조현준 사장이 최대주주였으나 2006년 말 유상증자 과정을 거치며 차남과 삼남이 대부분의 지분을 갖게 되면서 재계에서는 ‘계열사 가르기’가 시작된 것이라고 풀이했다. 또한 소송이 마무리되지 않은 탓에 말을 아끼고는 있지만 이 씨 측에서도 “이 땅을 확보해야만 골프장 사업을 제대로 진행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일각에서는 77세인 조 회장이 후일을 위해 차명재산 정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차명재산의 속성상 실제 주인이 아니면 되찾기는 불가능에 가까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소송을 준비하기 시작한 2009년 무렵부터 1심 판결이 나온 2010년 9월까지 조 회장의 건강은 좋지 못했다. 2010년 7월에는 건강상의 이유로 전경련 회장직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2012년 1월 공시지가 기준 1㎡당 4400원으로 총 3억 원가량이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 씨는 지난 1989년 김 아무개 씨 등 2명으로부터 각 7262만 5000원에 매입했는데 20년 동안 4배가량 오른 수준이다.

이 땅은 근접한 토지의 공시지가와 비교했을 때도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가격이 낮다. 그리고 두미CC를 비롯해 골프장 3개가 그 땅을 둘러싸고 있지만 그 땅만으로는 뭔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는 상태다. 게다가 지금 그 땅을 내놔도 누가 살 사람도 없다.

하지만 이 씨 측은 이 땅의 가치가 공시지가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씨 측은 “누가 3억 원이라고 말했느냐”며 “단순히 공시지가로 계산했을 때야 그렇겠지만 골프장 이용 등 주변 여건을 고려했을 때 실제 가치는 10배는 넘을 것이다. 그렇다고 이 소송이 오직 돈 때문에 진행되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고 전했다.

이 씨는 분쟁이 되고 있는 땅의 소유권이 정확히 누구에게 있는 것인지에 대한 부분도 문제제기를 한 상태다. 이 땅이 조 회장의 개인소유라는 명확한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땅 매입금액의 출처부터 세금관리까지 효성그룹이 관계돼 있는데 이 때문에 조 회장보다는 효성그룹의 재산이라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이다.

이 씨 측은 “세금 정산도 효성그룹 본사 건물 인근의 은행에서 늘 이체됐으며 해당 부동산과 맞닿은 땅도 효성그룹이나 두미종합개발이 보유하고 있다. 부동산 분할 때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된 것이 아니라 골프장 사업과 관련이 있었다”며 “여러 가지 정황을 봤을 때 법인명의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조 회장은 효성그룹의 재산도 모두 개인소유로 보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지 않느냐”고 반박하고 있다. 현재 법원은 이에 대한 판단은 보류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씨 측은 이처럼 소송에 연루된 이유에 대해 “지금 상황에서는 말할 수 없지만 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다. 법정싸움을 하는 마당에 서로간의 왕래는 전혀 없다. 이미 감정의 골이 생겼지만 조정의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며 “법원에서도 여러 차례 조정의 기회를 마련해줬고 우리도 어느 정도 수용하고자하는 의지가 있었으나 조 회장 측에서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희정 기자  penmoim@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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