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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시 읽기] 최승자 '중구난방이다'
구명숙 숙명여대 명예교수 | 승인 2023.03.13 15:18

[여성소비자신문] 중구난방이다.

한없이 외롭다.

입이 틀어 막혔던 시대보다 더 외롭다.

 

모든 접속사들이 무의미하다.

논리의 관절들을 삐어버린

접속이 되지 않는 모든 접속사들의 허부적거림.

생존하는 유일한 논리의 관절은 자본뿐.

 

중구난방이다.

자기 함몰이다.

온 팔 휘저으며 물 속 깊이 빨려 들어가면서

질러대는 비명 소리들로 세상은 가득 차 있다.

그리고 그 속에서 한없이 외롭다.

신앙촌 지나 해방촌 지나 희망촌 가는 길목에서.

‘중구난방’은 막기 어려울 정도로 여럿이 마구 지껄임을 이르는 말이다. 뭇사람의 말을 이루 다 막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어느 새 3월도 중순을 넘어가고 있다. 어제와 똑같은 사람들이 같은 장소에서 살고 있건만 날마다 중구난방으로 많은 일들이 터져 나온다. 참으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세상이 되었다.

산더미처럼 쌓이는 말들 속에서 진실을 찾기는 쉽지 않다. 그러므로 최승자의 시 「중구난방이다」는 “한없이 외롭다. 입이 틀어 막혔던 시대보다 더 외롭다”고 비탄한다. 비명들로 가득 찬 세상에서 각자는 외롭기만 하다.

입을 꽉 닫는 게 상책일지도 모른다. 그 속에서 “생존하는 유일한 논리의 관절은 자본뿐.” 이라고 조롱을 하면서도 그 파도에 빨려 들어가고 만다. 중구난방이다.

봄꽃들이 산에 들에 새 희망의 꽃망울을 터뜨리며 웃는다. 이제 중구난방을 지나  좀 더 성숙해진 희망촌을 향해 힘차게 나아가라 하는 듯.

구명숙 숙명여대 명예교수  k9350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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