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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사람들 가까이 있을 때 잘 하라는 가르침의 대중가요 ‘있을 때 잘해’사업 실패한 오승근, 아내 권유로 취입해 히트...가수은퇴 17년만에 재기 북한사람들도 애창, 중국에서 활동하는 무역업자들 노래방 단골 인기곡
왕성상 언론인/가수 | 승인 2023.02.22 15:36

[여성소비자신문] 있을 때 잘해 후회하지 말고

(있을 때 잘해 후회하지 말고)

있을 때 잘해 흔들리지 말고

(있을 때 잘해 흔들리지 말고)

가까이 있을 때 붙잡지 그랬어

있을 때 잘해 그러니까 잘해

(있을 때 잘해 그러니까 잘해)

이번이 마지막 마지막 기회야

이제는 마음에 그 문을 열어줘

아무도 모르게 보고파질 때

그럴 때마다 너를 찾는 거야

바라보고 있잖아(있잖아)

사랑하고 있잖아(있잖아)

더 이상 내게 무얼 바라나

있을 때 잘해 있을 때 잘해

 

1984년 가요계 일 접고 아버지 사업 승계

‘소중한 것은 늘 가까이에 있다’는 말이 있다. 사람도, 행복도 그렇다. 그럼에도 우리들은 잘 모르거나 무심하게 넘기고 그냥 지나친다. 겨울에서 봄으로 가는 환절기 길목에 세상을 떠나는 이들이 많다. 신문 부음(訃音)기사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이를 때 떠오르는 노래가 있다. 대중가요 ‘있을 때 잘해’(이건우 작사, 박현진 작곡)다. 소중한 건 가까이 있으므로 평소 있을 때 잘 하라는 가르침의 노래다. 싱어송라이터(singer-songwriter)인 가수 오승근(1951년 12월 20일~, 대구출생)의 빅히트곡이다.

4분의 4박자 트로트리듬으로 노랫말이 귀에 쏙쏙 들어온다. 부모, 아내, 자녀, 친・인척, 연인, 벗 을 떠나보낸 뒤 뉘우치지 말고 노래제목처럼 “있을 때 잘 하라”는 일깨움의 가요다. 늘 가까이 있지만 잊고 지내는 것들의 소중함을 강조한다. 가고나면 아무 소용없다는 경고다.

이 노래는 1984년 가요계 일을 접고 아버지가 하던 사업을 이어받은 오승근이 가수로 재기, 오늘이 있게 한 수호천사 같은 곡이다. 북한사람들도 즐겨 부르는 ‘있을 때 잘해’는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북한무역업자들이 그곳 노래방에서 태진아의 히트곡 ‘사랑은 아무나 하나’와 함께 단골로 애창하기도 한다.

2001년 발표…‘성인가요 7주 연속 1위’

노래가 태어난 건 2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승근이 사업에 실패, 어려움을 겪던 2001년 어느 날 아내(고 김자옥 / 1951년 10월 11일~2014년 11월 16일, 부산출생, 1970년 MBC 2기 공채탤런트)가 한마디 했다.

“당신은 젊었을 때 노래를 했으니 노래를 다시 해보는 게 어떻겠느냐?”며 남편에게 가요계로 되돌아갈 것을 권했다. 때마침 김자옥이 태진아와 함께 ‘공주는 외로워’ 곡을 내고 연예계 활동을 하고 있던 때였다. 오승근은 아내 말을 받아들였다.

김자옥은 남편홍보와 더불어 노래 알리기에 나섰다. 태진아도 오승근을 적극 도왔다. 오승근은 “사업은 이제 죽어도 안 하겠다”며 취입한 노래가 ‘있을 때 잘해’다. 그가 사업실패 후 17년 만에 가요계로 다시 돌아오게 된 곡이다. 2001년 가을 음반이 나와 매스컴을 타고 무대에도 설 수 있게 됐다.

노래는 방송을 타자 반응이 아주 좋았다. 경쾌한 멜로디,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대중적인 노랫말로 빅히트한 것이다. 아이넷TV ‘성인가요 7주 연속 1위’ 기록을 남겼다.

오승근은 이 노래로 큰 인기를 얻으며 가수로서 제2의 전성기를 맞아 재기에 성공했다. 오랜 공백기가 있었지만 타고난 구성진 목소리와 성실함, 매너 있는 언행, 아내 등 가까운 사람들의 도움 덕분이기도 했다.

‘있을 때 잘해’ 노래가 히트하자 같은 제목의 TV드라마(장근수, 김우선 연출 / 서영명 극본)도 방영돼 노래에 날개를 달았다. MBC가 아침 프로그램으로 2006년 7월 17일~2007년 3월 9일 내보낸 이 드라마(169부작)는 닐슨코리아 발표 최고시청률(21.3%)을 기록했다.

외도한 남편으로부터 버림받은 주인공이 어려움 속에서도 새 사랑과 자아를 찾는 과정을 그려 여성시청자들로부터 공감대를 얻었다. 드라마는 여성들이 그늘에 가려진채 겪는 이혼과 그 후 문제점, 후유증, 맘의 상처를 짚었다. 부부가 서로 맞지 않아 갈라서는 건 결혼관계를 끝내는 것이지 둘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들과의 관계를 끝내는 게 아님을 보여줬다.

노래가 상종가를 치면서 “있을 때 잘 해는 평생 자기관리를 잘 하는 것”이란 교훈적인 글들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쏟아졌다. “석가모니는 사람은 3가지 착각과 교만에 빠져 살기 쉽다”고 지적했다.

▲젊었을 때 늙지 않을 것 같고 ▲건강할 때 병들지 않을 것 같고 ▲영원히 죽지 않을 것 같은 착각과 교만에 빠져 살기 쉽다고 했다. 따라서 젊었을 때 노후준비를 잘 해 건강하고 아름다운 노후를 맞도록 해야 한다. 이승에 살면서 영혼관리를 잘해 죽어서 갈 저승세계(영혼세계)를 준비해야 한다” 등의 글들이 이어졌다. 평소 자기관리를 잘하며 사는 게 ‘있을 때 잘해’의 지혜란 얘기다.

‘있을 때 잘해’ 노래는 순우리말 세 단어(있다, 때, 잘하다)가 키워드다. 우리는 언제, 어떻게 잘해야 할까. 그 자리에 있을 때, 그 사람이 있을 때 잘해야 한다. 줄 게 있을 때, 나눌 게 있을 때, 다가갈 수 있을 때 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노래 주인공 오승근은 일찍부터 가수의 길을 걸었다. 그는 영국의 인기 록밴드 비틀즈(Beatles)를 흠모해 가수를 꿈꿨다. 서울고 재학 때인 1968년 17세의 나이로 홍순백과 노래그룹 ‘투 에이스’를 만들어 가발을 쓰고 미8군 무대에 섰다.

1975년 임용재와 만나 그룹이름을 ‘금과 은’으로 바꿔 ‘비둘기 집’, ‘처녀 뱃사공’ 등을 불러 인기였다. 그는 MBC 10대 가수상, KBS 최우수 남자가수상 등을 받으며 전성기를 누렸다. 그러던 중 1979년 노래그룹 ‘금과 은’이 해체되면서 1980년 솔로가수가 돼 홀로서기를 했다.

직접 작곡․작사한 ‘사랑을 미워해’를 부르며 활동하다 2001년 ‘있을 때 잘해’를 발표, 트로트가수로 복귀했다. ‘빗속을 둘이서’, ‘떠나는 님아’, ‘장미 한 송이’, ‘잘 될거야’, ‘사랑하지만’, ‘내 나이가 어때서’ 등 히트곡들이 많다.

그는 1984년 인기배우 겸 가수 김자옥(가수 최백호 전 아내)과 재혼, 눈길을 끌었다. 오승근은 과거 전 부인과 결혼, 딸 1명(오지연 : 연세대 종교음악과 전자오르간 전공, 대학원 졸업)을 뒀으나 이혼하고 김자옥과 부부의 연을 맺은 것이다.

1997년 외환위기 때 70억원 빚더미

오승근은 김자옥과 부부가 되면서 가요계 은퇴를 선언, 또 한 번 화제가 됐다. 은퇴 후 결핵늑막염을 앓으면서 아버지의 건축인테리어사업을 물려받아 한동안 잘 나갔다. 3남매 중 막내인 그는 형이 일찍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졸지에 장남이 됐다.

아버지가 몸이 아파 사업을 이었으나 1990년대 초 업종을 여행 쪽으로 바꾸면서 내리막길을 걸었다. 1997년 외환위기 땐 70억원의 빚더미에 앉았을 정도였다. 신용불량자 신세로 무척 어려웠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08년 5월 우연히 받은 건강검진에서 오승근․김자옥 부부는 “몸에 문제가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 초기였던 대장암을 빨리 발견한 두 사람은 나란히 수술을 받아 오승근은 완쾌했다. 하지만 김자옥은 재발판정을 받아 6년간 네 번의 큰 수술을 받았다.

투병 때도 드라마, 연극, 예능분야까지 뛰었던 김자옥은 암이 폐와 임파선(림프선)으로 번지는 등 몸이 갈수록 나빠졌다. 보행보조기구 없이 움직일 수 없게 된 그는 결국 2014년 11월 16일 세상을 떠났다. 그해 방송 3사는 연말 연기대상 시상식 때 고인에게 공로상을 전달했다.

김자옥은 생전에 평소 말하는 걸, 오승근은 듣는 걸 좋아했다. 두 사람은 만난 지 3개월여 만에 부부가 돼 서로의 버팀목이 되며 30년을 함께 했다. 둘 사이엔 아들 오영환(캐나다 밴쿠버 음악전문대 졸업)이 있다.

2016년 1월 16일 방송된 KBS-2TV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 프로그램(오승근&조항조 편)에서 3인조 걸그룹 퍼펄즈(Purfles)가 ‘있을 때 잘해’를 선곡, 노래소개영상에서 오승근-김자옥 부부가 이 노래를 함께 부르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행복해 보이는 둘의 모습은 시청자들 눈시울을 적셨다. 김자옥의 막내동생 김태욱(1960년 7월~2021년 3월 5일) 전 SBS 아나운서와는 처남매형 사이다.

많은 중년층으로부터 인기를 얻어 트로트가수로 사랑받은 오승근은 한때 경기도 부평과 의왕시 백운호수 부근, 서울 논현동에서 라이브카페를 운영하기도 했다. 2003년엔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수완 아버지 역)에 출연한 적도 있다.

그는 지난해 한 방송에 출연, “중성지방, 콜레스테롤, 혈당 수치가 점점 높아지고 대동맥에도 문제가 생겨 스텐트시술을 받았다”고 말했다. 오승근은 ‘김자옥 추모관’ 건립예정지인 청주로 이사해 살고 있다. 

왕성상 언론인/가수  wavy08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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