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8월 13일 청라자이 아파트. 지하주차장 입구가 무너졌다. 김미정(가명·50)씨는 "하마터면 딸이 사고를 당할 뻔했다"며 "하지만 GS건설은 사과나 상세한 설명은 없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인천 서구 연희동 청라자이 아파트 111동 입주민 김미정(가명·50)씨는 지난 13일에 있었던 일만 생각하면 가슴이 떨린다고 했다. 새벽 2시께 갑자기 지하주차장 입구 천장이 무너져 현장에 있던 딸이 사고를 당할 뻔했던 것이다. 이 아파트 입주가 시작된 날은 6월 30일. 즉 입주 45일 만에 주차장 입구 천장이 무너져 내린 것.

김씨는 이 사실을 긴급하게 시공사인 GS건설에 알렸고, 오전 11시께 직원이 찾아왔다. 직원들은 "배관이 잘못돼 그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김씨는 "아이가 죽을 뻔했는데 사과나 상세한 설명을 하지 않고, '큰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얘기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사기당한 느낌이 든다, 큰돈 내고 산 새 아파트에서 목숨을 담보하고 사는 것은 큰 고통"이라고 밝혔다. 천장이 무너진 날은 김씨 가족이 입주한 지 5일째 되는 날이었다.

당시 '청라자이 입주 계약자 협의회'는 청라자이의 부실공사와 고분양가 문제를 지적하며 입주 거부를 하고 있는 상황으로 소송을 진행했다.

반면, GS건설 쪽은 "부실공사가 아니라 실수다, 최대한 빨리 복구했다"며 "집값이 떨어져 입주예정자들이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만큼, 집값이 오르면 문제가 모두 해결될 것"이라는 태도를 보였다. 

청라자이 아파트의 지하주차장의 결로(이슬 맺힘) 현상은 심각한 수준이다. 비가 며칠째 오지 않았는데도 이슬이 맺히거나 물이 고이고 지하주차장 입구 천장에는 곰팡이가 피어 있는 모습이었다.

공급면적 123~278㎡형 884세대로 이뤄진 청라자이는 지난 2007년 12월 인천경제자유구역 청라지구에서 최초로 분양돼 화제를 모은 아파트로 당시 3.3㎡당 1350만 원대라는 인천지역 최고 수준의 분양가였는데도 평균 5.1대1의 경쟁률로 청약이 마무리됐다.

청약자들은 대형 건설사가 짓는 아파트에 큰 기대를 걸었다. 공사 도중 아파트를 찾은 입주예정자들은 "조경이 좋다"고 칭찬했다. 하지만 지난 5월 입주자 사전점검일에 아파트를 찾은 입주예정자들은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곳곳에서 바닥재 불량, 내벽 균열 등의 하자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입주를 거부하자"고 했지만, 입주예정자 다수는 6~9월 입주기간에는 하자가 모두 보수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하자는 계속 늘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입주민 오형석(가명·35)씨는 "천장에서 물이 새어나오는 세대가 있었고, 또 여러 세대의 거실벽 아트월이 갑자기 떨어져 입주예정자가 다칠 뻔해서 아트월 전수검사가 진행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지하2층 주차장의 결로(이슬 맺힘) 현상이 심각했다. 기자가 지난 19일 입주예정자들과 지하 2층 주차장을 찾았을 때, 곰팡이 냄새가 코를 찔렀다. GS건설에서 대형 선풍기를 틀어놓고 바닥을 연신 닦았지만, 바닥과 벽면의 물기는 마르지 않았다. 심지어 물이 고인 곳도 있었다.

오형석씨는 "지하주차장에서 자동차가 천천히 움직이고 있는 상태에서 브레이크를 밟으면 한 바퀴 돌 정도로 매우 미끄럽다, 비가 일주일 동안 거의 내리지 않은 상황에서도 이렇다면 장마철에는 목숨을 담보로 주차를 해야 한다"며 "하지만 GS건설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런 가운데 지난 13일 지하주차장 입구 붕괴사고가 일어나자, 많은 입주예정자들은 인터넷 카페에 GS건설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한 입주예정자는 "어떻게 준공검사가 났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지적했다. 또  "몇몇 사람들이 집회를 연다고 했을 때 '집값 떨어져서 그런가보다'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고 밝혔다.

고분양가·과장광고 논란으로 입주민-건설사 소송전

청라자이에서는 하자·부실 논란뿐 아니라, 고분양가와 과장광고로 인해 입주예정자와 GS건설 사이에 소송전이 벌어졌다. 입주예정자 194명은 2009년 7월 GS건설을 상대로 인천지방법원에 부당이득반환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입주예정자들은 우선 GS건설이 청라자이를 지으면서 과도하게 많은 이윤을 얻었다고 지적했다. 이들이 소장에 증거로 제출한 '청라지구 총사업비 비교표' 자료에 따르면, GS건설은 공사비에 139억2670만 원의 이윤을 포함시켰다. 같은 시기 같은 지구에 분양된 501가구의 중흥S클래스가 공사비에 포함시킨 이윤 34억3841만 원의 4배에 달한다는 주장이다.

간접비 명목으로 분양가에 포함된 분담금 및 부담금 항목 역시 다른 아파트에 비해 많았다. 청라자이의 분담금 및 부담금은 142억8700만 원으로, 751가구의 호반 베르디움(35억1237만 원)의 4배 수준이었다.
이와 관련, 입주예정자들은 소장에서 "이윤, 분담금 및 부담금, 기타 사업비성 경비 항목에서 청라자이의 금액이 다른 곳에 비해 비합리적으로 많다"며 "분양가에 포함시키면 안 되는 학교용지부담 110억 원을 분양가에 포함시킨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입주예정자들은 또한 GS건설에서 청라지구가 국제금융도시로 개발되고 이곳에 인천지하철 2호선이 들어선다고 과장광고를 했다고 강조했다. 실제 GS건설이 제공한 안내책자에는 국제금융도시와 인천 지하철 2호선 건설 계획이 나와 있다. 하지만 이후 이 계획들은 유야무야됐다.

당시  청라자이 입주율은 15% 수준이다. 특히, 200세대가량은 잔금을 치르지 않고 입주를 거부한 상태였다. 입주예정자들과 그 가족 300여 명이 서울 역삼동 GS타워 앞에서 집회를 벌이는 과정에서 입주민 2명이 연행됐다. GS건설과 입주민·입주예정자 간의 관계는 급속히 악화되었다. 이렇게 인천경제자유구역 청라지구에서 가장 먼저 입주를 시작한 청라자이 아파트는 부실공사와 고분양가 논란으로 건설사와 입주예정자 간에 분쟁이 격화되어 한 차례 홍역을 치렀다. 

이에 대해 당시 기자와 통화한 GS건설 관계자는 "천장이 무너진 것은 부실공사가 아닌 실수"라며 "향후 아파트 가격이 올라가면 입주예정자와 갈등을 빚고 있는 문제는 모두 해결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아파트 옥상에 모인 빗물을 외부로 나가게 하는 파이프관이 빠져 천장이 무너진 것"이라며 "사람이 하는 일이다보니 점검하는 과정에서 누락된 것으로 부실공사가 아닌 실수일 뿐이다, 신고를 받고 바로 복구했다"고 밝혔다.

지하주차장 결로 현상과 관련, 이 관계자는 "여름철 결로 현상은 습한 공기가 차가운 구조물과 만나 생기는 물리적인 현상"이라며 "앞으로 입주가 많이 돼 지하주차장에 사람과 차가 많이 드나들면 저절도 없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당시  오마이뉴스측이 국책연구기관 연구원에게 자문한 결과, 이때 지어진 새 아파트들은 환기와 단열재 처리로 물이 고일 정도의 결로 현상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GS건설 관계자는 당시 과장광고 논란에 대해 "청라지구에 인천 지하철 2호선이 지나간다는 내용의 안내책자를 계약 시점에 제공한 적이 있는데 제작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던 것"이라며 "이 안내책자 때문에 청라자이를 청약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과장광고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학교용지부담금 110억 원이 부당하게 분양가에 포함됐다는 주장에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향후 청라자이 아파트 가격은 올라갈 것이다,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그때가 되면 입주예정자들의 불만은 사라질 것"이라며 "입주예정자들은 자기 책임 하에 청라자이를 분양받았기 때문에 GS건설이 분양가의 일부를 환원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전했다. 
 

김희정 기자  penmoim@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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