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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랑 시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히트곡 '모란 동백'문인 겸 화가 이제하 작시/작곡/노래한 ‘김영랑, 조두남, 모란, 동백’이 원곡...2001년 5월 가수 조영남 리메이크 취입 “내 장례식때 이 노래 합창해 달라”
왕성상 언론인/가수 | 승인 2023.02.08 12:29

[여성소비자신문] 모란은 벌써 지고 없는데 먼 산에 뻐꾸기 울면

상냥한 얼굴 모란아가씨 꿈속에 찾아 오네

세상은 바람 불고 고달파라 나 어느 변방에

떠돌다 떠돌다 어느 나무그늘에

고요히 고요히 잠든다 해도

또 한 번 모란이 필 때까지 나를 잊지 말아요

 

동백은 벌써 지고 없는데 들녘에 눈이 내리면

상냥한 얼굴 동백아가씨 꿈속에 웃고 오네

세상은 바람 불고 덧없어라 나 어느 바다에

떠돌다 떠돌다 어느 모랫벌에

외로이 외로이 잠든다 해도

또 한 번 동백이 필 때까지 나를 잊지 말아요

또 한 번 모란이 필 때까지 나를 잊지 말아요

이제하(李祭夏) 작시(作詩), 이제하 작곡, 조영남 노래 ‘모란 동백’(牡丹冬柏 / peony camellia)은 잔잔히 흐르는 멜로디와 노랫말이 뭔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가요다. 가사를 찬찬히 새겨보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어느 순간 삶의 끄트머리에 와 닿아있는 느낌이다. 50대 이상 나이든 남성들이 이 노래를 특히 좋아한다.

‘모란 동백’은 가수 조영남이 아끼는 곡이다. 그는 이 노래에 의미를 담고 있다. “내가 죽으면 장례식 때 이 노래를 후배들이 합창해주면 좋겠다”는 말을 할 정도다.

그는 어느 공연무대에서 이 노래를 부르다 목이 메어 3번이나 다시 부른 일화가 있다. “세상은 바람 불고 고달파라 나 어느 변방에 떠돌다 떠돌다 어느 나무그늘에 고요히 고요히 잠든다 해도~” 대목에서 목이 메어버린 것이다. 나훈아 등 많은 가수들도 이 노래를 불렀지만 분위기와 맛이 다르다.  

조영남 은퇴음반(‘은퇴의 노래’)에 실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노래를 맨 먼저 취입한 가수가 조영남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문인이자 화가 겸 싱어송라이터(singer-songwriter) 이제하 선생이 원곡자이자 원창자다. 그의 노래를 조영남이 다시 불러 2001년 5월 9일 내놓은 은퇴음반(‘은퇴의 노래’)에 실은 것이다.

이제하는 ‘모란 동백’을 1991년 작시, 1998년 작곡해 직접 불렀다. 1998년 시집 ‘빈 들판’(나무생각 발간)을 내면서 부록으로 발매한 곡이다. 제목은 ‘모란이 피기까지’ 시를 쓴 김영랑(1903년 1월 16일~1950년 9월 29일 전남 강진태생), 가곡 ‘선구자’를 작곡한 조두남(1912년 10월 9일~1984년 11월 8일 평양태생)과 관련 있다.

노래가 태어나기까지엔 사연이 있다. 이제하는 김영랑 시인을 좋아했다. 그는 어느 날 조두남 작곡가의 ‘또 한 송이의 나의 모란’이란 노래를 듣던 중 문득 악상이 떠올랐다. 첫 멜로디가 너무 마음에 들어 김영랑 시를 접목, 작시했다.

제목은 ‘김영랑, 조두남, 모란, 동백’. 그는 시에 멜로디를 붙여 공식, 비공식자리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로 불렀다. 곧이어 자신의 노래모음집 ‘빈 들판’ 음반(CD)에 이 곡을 실었다. 1998년 6월 ‘이제하 노래 모음집’을 내놓으며 가수로서 이름을 올렸다.

음반엔 자신의 시와 서정주, 고은의 시에 직접 작곡한 노래들이 담겼다. 이제하가 김영랑, 조두남을 연모하며 글을 쓴 게 노랫말이 된 것이다. 여기에 곡을 입힌 결과물이 ‘김영랑, 조두남, 모란, 동백’ 노래다. 음반은 음악그룹 ‘동물원’의 유준열(보컬, 기타)의 녹음스튜디오에서 환갑기념으로 제작됐다.

이제하 음반이 나오자 그의 팬이었던 조영남이 어느 날 CD를 사서 들었다. 노래에 마음이 확 끌렸다. 그는 이제하를 찾아갔다. 노래를 리메이크하고 싶어서였다. “선생님, ‘김영랑, 조두남, 모란, 동백’ 곡을 제 목소리에 담아 세상에 내놓고 싶습니다. 허락해 주십시오.” 이제하는 조영남 요청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태어난 게 ‘모란 동백’이다. 멜로디는 원곡과 같지만 제목은 바뀐 것이다. 취입 때 가슴 아픈 일화가 있다. 노래반주를 맡은 김명곤 씨(음악밴드 ‘사랑과 평화’에서 건반담당)가 ‘모란 동백’작업을 마치고 일주일이 안 돼 세상을 떠난 것이다.

이제하, 밀양태생-마산고 출신 ‘전방위예술가’

이 노래를 만들어 맨 먼저 부른 원창자 이제하는 1937년 4월 2일 경남 밀양에서 1남2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그는 시인, 소설가, 화가, 싱어송라이터 등 ‘전방위예술가’다. 잠재의식과 무의식에 호소하는 작가로 이름나 있다. 회화적 문체, 시적 상징수법, 공간의 확대와 심화를 노리는 기법으로 ‘환상적 리얼리즘’이란 자기 나름의 세계를 굳혔다.

그는 1956년 마산고(15회)를 졸업, 홍익대학교 조각과에 입학했으나 중퇴했다. 제대 후 1961년 홍익대 서양화과 3학년에 편입해 다니다 연애사건에 휘말려 그만뒀다. 그는 고교졸업 후 어린이잡지 ‘새 벗’에 동화(‘수정구슬’)와 동시(‘눈 오는 날’)가 한꺼번에 당선돼 등단했다.

1957년 서정주 시인 추천으로 월간문예지 ‘현대문학’에 시 ‘노을’ 등을 발표했다. 1958년 ‘소설계’(삼중당출판사 발행 잡지)에 연애소설 ‘나팔산조’가 준당선됐다. 1959년 ‘신태양’에 소설 ‘황색의 개’가 당선됐고 ‘현대문학’ 등에 시를 싣기 시작했다. 196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소설 ‘손’이 입선된 뒤 표현주의풍의 단편 ‘축하회의 선생님’을 발표했다.

창작영역이 그림, 영화까지 넘나드는 종합예술가가 됐다. 그의 작품엔 환상과 현실이 역동적으로 작용, 우리 시대의 현실적 문제들이 여러 이미지로 담겼다. 1964년 ‘60년대 사화집’ 동인으로 시작활동을 하며 1977년 ‘소설문예’ 창간 때 이청준, 송영과 함께 편집위원으로 동참했다. 1979년 화랑협회 계간미술지 ‘미술춘추’ 주간을 맡았다.

1987년엔 이장호 감독이 영화화한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 시나리오작업과 영화주제가를 작곡하기도 했다. 1991년 한국일보와 잡지에 영화칼럼을 연재하고 개인전을 여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기표출을 꾀했다. 1999년 명지대 문예창작과 겸임교수로도 몸담았다.

조영남은 1944년 황해도 평산군(現 황해북도 평산군) 남천에서 태어났다. 1962년 한양대학교 음악대학 성악과를 다니다 후배여학생과의 스캔들로 자의반 타의반 그만뒀다. 1964년 서울대 음대에 입학했으나 1967년부터 시작한 가수활동으로 중퇴했다.

1969년 번안곡 ‘딜라일라’를 불러 가수로 데뷔했다. 대중음악과 성악을 가요에 접목해 인기였다. 히트곡으로 ‘화개장터’, ‘불 꺼진 창’, ‘최진사댁 셋째 딸’, ‘제비’ 등이 있다. 1996년 한국방송대상 가수상을 받았다. 그는 화가, 저술가, 방송인, 라디오DJ로도 활동했다.

1973년 한국화랑에서 첫 개인전을, 1978년 미국에서 두 번의 개인전을 가졌다. 1990년대부터 그림전시활동을 본격 시작, 십 수회 기획초대전을 가졌다. 저서로 ‘예수의 샅바를 잡다’, ‘태극기는 바람에 펄럭인다’, ‘맞아죽을 각오로 쓴 친일선언’, ‘놀멘 놀멘’, ‘조영남씬 천재예요!’가 있다. 성희롱, 그림대작 등 여러 사건사고로 구설수를 겪기도 했다.

모란은 봄, 동백은 겨울에 꽃 피워

노래에 나오는 모란과 동백은 대중이 좋아하는 식물이다. 모란은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하는 생활형 낙엽활엽관목이다. 속씨식물(쌍떡잎)로 목단(牧丹)이라고도 한다. 높이는 1m 안팎이며 우리나라 곳곳에서 자란다. 가지는 굵고 털이 없다. 꽃은 봄에 핀다.

색깔은 홍자색, 붉은색, 흰색이다. 꽃 턱이 주머니모양으로 씨방을 둘러싼다. 꽃받침조각은 5개, 꽃잎은 8개 이상이다. 크기와 형태가 같지 않고 달걀을 거꾸로 세운 것처럼 보인다. 수술은 많고 암술은 2~6개로 털이 있다. 꿀이 많아 벌들이 좋아한다.

꽃이 화려해 위엄과 품위 있게 보인다. 부귀화(富貴花), ‘꽃 중에 왕’이라 불린다. 신라시대 진평왕 때 중국서 들어왔다. 꽃말은 ‘부귀’. 뿌리껍질은 염증과 통증치료, 지혈 등에 쓰인다.

동백(冬柏)은 차나뭇과의 상록활엽교목이다. 우리나라, 일본, 중국 등지의 따뜻한 지방 바닷가에서 자란다. 높이는 보통 7m쯤 된다. 잎은 어긋나고 긴 타원형이다. 꽃은 가지 끝마다 핀다. 꽃 색깔은 붉은색 또는 흰색이다. 향기가 거의 없다.

꽃은 11월 말부터 봉오리가 터지기 시작, 이듬해 2~3월 활짝 핀다. 이땐 공기가 차갑고 벌이 적어 새를 통해 수정하는 조매화(鳥媒花)다. 동박새가 동백꽃 꿀을 좋아해 자주 찾는다.

직박구리도 동백꽃 꿀을 빤다. 열매는 늦가을에 맺는다. 동백열매는 좋은 약재다. 머릿기름, 등잔기름 등으로도 쓰인다. 목재는 공예재료가 된다. 집 담장 경계나무로 심기도 한다. 꽃말은 자랑, 겸손한 아름다움이다. 

왕성상 언론인/가수  wavy08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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