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오피니언 칼럼
[행복한 시 읽기] 허형만 ‘1월의 아침’
구명숙 숙명여대 명예교수 | 승인 2023.01.27 13:39

[여성소비자신문] 세월의 머언 길목을 돌아

한줄기 빛나는 등불을 밝힌

우리의 사랑은 어디쯤 오고 있는가.

 

아직은 햇살도 떨리는 1월의 아침

뜨락의 풀뿌리는 찬바람에 숨을 죽이고

저 푸른 하늘엔 새 한 마리 날지 않는다.

 

살아갈수록 사람이 그리웁고

사람이 그리울수록 더욱 외로워지는

우리네 겨울의 가슴,

 

나처럼 가난한 자

냉수 한 사발로 목을 축이고

깨끗해진 두 눈으로

신앙 같은 무등이나 마주하지만

나보다 가난한 자는

오히려 이 아침 하느님을 만나 보겠구나.

 

오늘은 무등산 허리에 눈빛이 고와

춘설차 새 잎 돋는 소리로

귀가 시린 1월의 아침

우리의 기인 기다림은 끝나리라

어머니의 젖가슴 같은 땅도 풀리고

꽃잎 뜨는 강물도 새로이 흐르리라

우리의 풀잎은 풀잎끼리 서로 볼을 부비리라.

 

아아, 차고도 깨끗한 바람이 분다

무등산은 한결 가즉해 보이고

한줄기 사랑의 등불이 흔들리고 있다.

 

1년 열 두 달 사이에도 세상은 많은 변화로 출렁인다. 올해도 안팎의 소용돌이 속에서 새해가 밝았다. 사람들은 엉킨 시간을 풀어내며 생명을 키우고 지키기에 분주한데 1월이 육중한 새 문을 하나 열어 제친다.

누구나에게 눈처럼 깨끗한 은빛 백지를 선물해준 것이다. 그리 새로울 것도 없건만 그저 새로움에 설렌다. 마음 끝까지 온 힘을 다해 새하얀 백지위에 밝고 기쁜 희망을 그리며 새 문을 연 1월에게 시인은 묻는다.

“한줄기 빛나는 등불을 밝힌/우리의 사랑은 어디쯤 오고 있는가.” 수많은 인연 속에서 만물이 영원하지 않으니 사랑도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는 것인가?

“춘설차 새 잎 돋는 소리로/귀가 시린 1월의 아침” “한줄기 사랑의 등불이 흔들리고 있다.” 고 시인은 귓속말로 알려준다. 그 상황인 즉, 춘설차 새 잎 돋는 왕성한 생명력에 귀가 시릴 정도라 한다.

얼음을 녹이며 새 생명이 돋아 오르는 1월의 추운 아침에 멀리서 한줄기 사랑의 등불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사랑을 찾고 사랑을 꿈꾸는 곳에 새 생명이 꿈틀대는 모양이다. 생명은 사랑으로 피어난다. 많이 사랑하고 두루 감사하는 한 해가 되기를 바라는 1월의 새 아침이다.

구명숙 숙명여대 명예교수  k9350m@hanmail.net

<저작권자 © 여성소비자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