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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오는 겨울밤 돌아오지 않는 연인 그리는 '눈이 내리네'(Tombe La Neige)이탈리아출신 가수 아다모 작사/작곡, 1963년 발표 히트 김추자/이숙/이미배/이선희 등 취입...1980년 TBC 고별방송 선곡
왕성상 언론인/가수 | 승인 2023.01.09 09:22

[여성소비자신문] 눈이 내리네 당신이 가버린 지금

눈이 내리네 외로워지는 내 마음

꿈에 그리던 따뜻한 미소가

흰 눈 속에 가려져 보이지 않네

하얀 눈을 맞으며 걸어가는 그 모습

애처로이 불러도 하얀 눈만 내리네

라~라라라~ 라라라~ 라라라~

라~라라라~ 라라라~ 라라라~

 

당신이 가버린 지금 하얀 눈 내리네

당신이 떠나신 지금 하얀 눈 내리네

눈이 내리네 외로운 이 밤을

눈물을 지새는 나는 외로운 소녀

하얀 눈을 맞으며 떠나버린 길엔

하얀 눈만 내리네 소복소복 쌓이네

하얀 눈만 내리네 소복소복 쌓이네

 

사람들은 저마다 눈 오는 날의 추억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한겨울 밤 눈 내리는 날의 그리움은 독백이 되거나 때론 노래로 승화한다.

샹송(Chanson, 프랑스 대중가요) ‘눈이 내리네’는 눈 내리는 날 빠지지 않는 지구촌사람들 애창곡이다. 원곡은 이탈리아출신 가수 살바토레 아다모(Salvatore Adamo)가 부른 ‘통브 라 네즈’(Tombe La Neige). 아다모가 20살 때인 1963년 발표해 히트한 노래다.

그가 작사・작곡, 취입까지 했다. 눈 내리는 겨울밤 돌아오지 않는 연인을 그리워하는 내용이다. 눈 오는 날 찾아오길 기다리는 안타까운 마음이 가사에 오롯이 담겼다.

허스키한 아다모의 중저음이 연인에 대한 기다림으로 가슴을 적신다. 불어 특유의 부드러운 발음,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한 내레이션이 절절히 다가온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지는 물론 남미, 동남아에서도 큰 인기를 얻어 아날로그시대 유럽대중음악을 대표하는 곡으로 꼽힌다.

1945년 새미 칸 작사, 줄 스타인 작곡, 빙 크로스비와 프랭크 시나트라 등이 불러 히트한 ‘눈이 내리네’(Let It Snow, Let It Snow, Let It Snow)는 제목만 같은 뿐 결이 다른 노래다.

아다모, 우리나라에서 3차례 공연

아다모는 우리나라에서 3차례(1978년, 1984년, 1994년) 공연했다. 그는 첫 공연 때 이 노래를 정확한 우리말로 불러 관객들을 감동시켰다. “한국팬들에게 샹송의 진면목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샹송은 대중적인 가사내용이 중요시된다.

무겁지 않은 내용의 가요로 아름다운 감정과 지성으로 노래한다. 평범하고 단순함 속에서도 짙은 정서를 나타낸 것들이 많다. 콧노래로 부르는 듯한 감미로움은 아코디언이나 클라리넷 반주와도 잘 어울린다.

‘눈이 내리네’는 여러 편곡버전과 리메이크버전, 연주버전이 있다. 아다모의 원어음반(1978년 재취입)과 여러 외국어음반들이 있다. 국내・외 가수들 상당수가 취입했을 만큼 사랑 받는 곡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 노래를 좋아하는 건 부드러운 ‘트로트 발라드’에 가까운 멜로디와 잔잔히 흐르는 리듬 때문이다.

한국적 애절함이 더해진 호소력 있는 겨울철 애창곡이다. 김추자, 이숙, 이미배, 우순실, 김수희, 이선희, 최유나, 권윤경 등 주로 여자가수들이 번안해 편곡 또는 리메이크방식으로 취입했다.

나훈아, 윤수일, 태무(강병준) 등 남자가수들이 부른 것도 있다. 계은숙이 부른 일본어버전도 있다. 원곡노랫말을 번역, 개사・편곡해서 원곡과는 다른 맛이 난다.

가요계 자료와 인터넷 검색내용에 따르면 이 노래를 맨 먼저 부른 우리나라 가수는 김추자(1951년 1월~)다. 그는 1972년 번안곡 ‘눈이 내리네’를 끈적함이 녹아있는 창법으로 열창했다. 약간 빠른 템포의 춤곡분위기가 난다. 중간 내레이션이 또 다른 맛을 준다.

이숙(1947년~)의 번안곡 ‘눈이 내리네’도 크게 히트했다. 고백을 담은 세레나데로 호소력 있는 저음이 매력적이다. 아다모의 원곡보다 느린 템포에다 샹송감성에 우리나라 리듬이 묻어나 원창가수의 노래 맛이 잘 전해진다.

그는 이 노래에 앞서 1974년 길옥윤 작사・작곡의 ‘눈이 나리네’를 불러 그해 동양방송(TBC) 신인가수상을 받았다. “눈이 나리네 외로운 창가 / 하염없이 눈이 나리네~”로 나가는 이 노래는 그의 가수데뷔곡이자 히트곡이다. 아다모 노래와는 다른 곡이다.

이숙은 1979년 미국으로 건너가 10년간 머무른 뒤 귀국, 세계복싱평의회(WBC)와 세계복싱기구(WBO) 국제심판인 박동안 씨와 2008년 5월 19일 서울에서 재혼했다. 둘은 20년 지기 친구사이에서 부부의 연을 맺었다.

이미배(1951년~)의 ‘눈이 내리네’는 그림이 있는 한편의 시를 읊는 느낌이다. 한국판 샹송감성이 잘 묻어난다. 눈이 소복소복 내리는 겨울밤에 들으면 가슴을 적신다. 원곡의 감성을 그녀 특유의 목소리와 감정이 잘 버무려져 물결처럼 들린다. 이태리 노래 감성도 물씬 난다.

이선희(1964년~)의 발라드풍 ‘눈이 내리네’는 깨끗하고 아름다운 높은 음이 도드라진다. 원곡의 애절함과 샹송의 감성이 절제된 발라드버전으로 승화됐다. 트로트스타일의 최유나 버전도 있다. 에코가 들어간 스타일로 현악반주로 은은하면서도 부드럽다.

판소리창법 편곡된 ‘눈이 내리네’ 공연

아다모 내한공연을 주관했던 TBC는 1980년 11월 30일 자정 신군부에 의해 문을 닫을 때 마지막 고별방송으로 이 노래를 내보냈다. 아다모가 우리말로 부른 것이다. 더 이상 방송을 할 수 없게 된 방송사 사람들 마음을 나타낸 것으로 시청자들을 울컥하게 했다.

‘눈이 내리네’는 우리나라 국악과도 접목돼 새로운 작품으로 거듭나 이채롭다. 국립민속국악원이 2018년 2월 8~9일 서울시 서초동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판소리창법으로 편곡된 ‘눈이 내리네’를 선보였다.

평창동계올림픽 개최기념 창극 ‘춘향실록(春香實錄)-춘향은 죽었다’에서 무대 위에 내리는 하얀 눈과 함께 이 노래가 나왔다. 이 공연은 성춘향과 이몽룡에 관한 역사적 사실에 바탕을 둔 것으로 2016년 처음 선보였다. 독특한 감성을 자아내는 반주도 화제였다. 국악기와 피아노 등 서양악기가 연주돼 판소리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선율이 소개됐다.

‘눈이 내리네’는 연주곡으로도 유명하다. 악단은 물론 기타, 색소폰, 아코디언 등 연주자들이 좋아하는 곡이다. 프랑스음악인 폴 모리아(Paul Mauriat / 1925년 3월~2006년 11월)의 경쾌하고 감각적인 연주가 돋보인다.

원곡의 오지 않는 연인을 기다리는 애절함과는 많이 다른 서정적이고 눈이 오면 연인을 만날 기대와 설렘을 나타내는 연주다. 그의 이름을 붙인 악단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아다모, 광부아들로 가난하게 성장

‘눈이 내리네’ 노래원창자인 아다모는 1943년 이탈리아 시칠리아섬 코미조에서 태어났다. 그는 벨기에로 이민 간 광부의 아들로 어릴 때 가난하게 자랐다. 우울하고 슬픈 나날을 보냈지만 천성적으로 음악을 좋아해 작곡가, 작사가 겸 발라드가수로 성공했다.

그는 14세 때 자신이 쓴 시에 곡을 붙인 노래(‘만약에 고백을 듣거든’)로 주마프지역 아마추어노래자랑대회에서 1등을 했다. 18살 땐 가족들 몰래 콩쿠르에 나가 상을 받았다. 그 후 아버지 도움으로 1962년 벨기에에서 데뷔곡 ‘쌍 뚜아 마미’(Sans toi Ma Mie / 그대가 없이는)를 발표, 눈길을 모았다. 그의 나이 19살 때다.

이 곡은 유럽전역으로 퍼져 선풍적 인기를 얻었다. 이듬해 ‘눈이 내리네’로 히트가수가 됐다. 달콤하면서도 부드러운 목소리와 5개 국어를 말하는 언어감각으로 세계적 사랑을 받은 것이다.

그는 1965년엔 파리 올렝피아극장 소속으로 전성기를 맞았다. 샹송에서 강조돼온 문학성 대신 음악성, 특히 선율에 중점을 둬 인기였다. 전설적 미남가수인 그의 노래엔 향수, 따뜻한 인간미,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담겼다.

국경과 민족을 뛰어넘은 것으로 아다모 만의 스타일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프랑스 말을 이해 못하는 세계 각국 사람들도 그는 좋아하는 이유다. 그가 부른 ‘여름의 왈츠’(Valse D’ete), ‘밤’(La nuit), ‘상 투아 마미’ 등이 우리들 귀에 친숙하다.

아다모는 협심증으로 심장시술을 받았음에도 유니세프 홍보대사로 뛰고 있다. 베트남, 레바논, 보스니아, 코소보, 아프가니스탄 등지에서 자선공연을 펼치며 노년의 삶을 살고 있다. 그가 조국으로 여기는 벨기에에서 기사작위도 받았다.

왕성상 언론인/가수  wss404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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