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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하면 가장 많이 떠오르는 노래(캐럴) ‘징글벨(jingle bells)’미국 제임스 로드 피어폰트 작사/작곡, 1857년 가을 첫 발표 ‘우주에서 연주된 최초 노래’...악보초판본 경매, 우리나라가 구입
왕성상 언론인/가수 | 승인 2022.12.20 11:37

[여성소비자신문] 흰 눈 사이로 썰매를 타고 달리는 기분 상쾌도 하다

종이 울려서 장단 맞추니 즐거워서 소리 높여 노래 부르세

종소리 울려라 종소리 울려 우리 썰매 빨리 달려 종소리 울려라

종소리 울려라 종소리 울려 우리 썰매 빨리 달려 빨리 달리자

올 마지막 주 일요일(12월 25일)은 크리스마스다. 성탄절행사와 연말마무리로 바쁜 모습들이다. 이때 자주 들을 수 있는 노래가 있다.

‘징글벨(Jingle Bells)’이다. 남녀노소, 종교, 국경을 뛰어넘어 지구촌사람들이 다 아는 곡이다. 특히 어린이들이 좋아한다. 2015년 12월 한국갤럽조사에서 ‘겨울하면 가장 많이 떠오르는 노래’로 꼽혔다.

미국 민요인 ‘징글벨’은 4분의 4박자로 경쾌하다. 1857년 첫 발표 때의 후렴은 고전음악양식이었다. 화음은 고전음악의 일반적 주제처럼 ‘I V vi iii IV I V I’ 구조다.

마지막 두 화음만 변화가 있었다. 선율흐름은 독일음악가 파헬벨의 돌림노래형식인 ‘카논’과 같았다. 그러나 20세기 들어 다른 크리스마스노래가 나오면서 ‘징글벨’ 멜로디도 바뀌었다

원래제목 ‘말 한 마리가 끄는 썰매’

이 노래는 미국음악가 제임스 로드 피어폰트(James Lord Pierpont/1822~1893년)가 작사・작곡, 1857년 가을 발표했다. 제목은 ‘말 한 마리가 끄는 썰매(The One Horse Open Sleigh)’. 백인이 흑인분장을 하고 재미있게 보여주는 민스트럴 쇼(minstrel show)에서 소개된 게 시초다.

노래판권은 피어폰트의 친구 오티스 워터맨(Otis Waterman)이 1857년 9월 16일부터 갖고 있었다. 오티스 워터맨은 노래가 흥겹게 울리는 작은 종소리 같다며 1859년 출판된 8페이지 분량의 악보제목을 ‘징글벨’ 또는 ‘말 한 마리가 끄는 마차썰매’로 바꿨다.

그 뒤 이 노래는 퍼블릭 도메인(public domain : 저작권자가 없거나 저작권보호기간이 끝난 저작물)이 됐다. 누구나 쓸 수 있게 됐고 시간이 갈수록 ‘징글벨’로 더 유명해졌다.

작곡을 한 피어폰트가 나중에 악보표지에 크리스마스를 상징하는 방울을 그려 넣자 ‘징글벨’로 불린 것이다. 썰매 종들이 짤랑짤랑 소리를 내기위해 말을 가로질러 묶여 있었다.

그로부터 30년 후 노래가 음반에 실리면서 ‘징글벨’은 크리스마스대표곡으로 자리 잡았다. 미국 보스턴 워싱턴스트리트에서 처음 선보인 뒤 성탄절노래로 자리를 굳힌 것이다. 1860~1870년대를 거치며 후렴구도 널리 알려졌다.

1870년대엔 성탄절행사 주요 노래로 정한 합창단들이 생겨났다. 1880년대엔 중산층과 대학가에서도 크게 유행했다. 거실음악 선곡집 인기목록에까지 오른 이 노래는1889년 원통모양의 축음기음반인 실린더(Cylinder)로 첫 녹음됐다.

‘징글벨’은 우주에서 연주된 최초의 노래로도 유명하다. 1965년 12월 16일 미국 유인우주선 ‘제미니 6호’ 비행사들이 ‘제미니 7호’와 도킹(docking, 접속)하면서 하모니카와 슬레이벨(Sleigh bells/말방울)로 이 곡을 연주했다. 두 사람은 연주하기 전에 슬레이벨을 미확인비행물체(UFO)인 것처럼 묘사하는 농담을 해 뉴스거리가 됐다.

노래가 유명해지자 ‘징글벨’은 세계 각 나라 애창곡이 됐다. 프랑스에선 ‘비브 르 방(Vive le vent, 바람 만세)’, 스웨덴에선 ‘젤레르클랑(Bjällerklang, 종소리)’으로 불린다. 남반구에 있는 호주는 크리스마스가 여름으로 원래가사와 어울리지 않자 현지실정에 맞는 노랫말로 바꿨다.

우리나라에선 멜로디는 원곡대로지만 가사는 다르다. ‘우리의 소원’을 작곡한 안병원(1926년 8월~2015년 4월)이 번안해 다시 만들었다. ‘징글벨’은 나훈아, 남진, 조영남, 이선희 등 우리나라 여러 가수들이 리메이크해 불렀다.

노랫말, 4절까지로 돼 있어

‘징글벨’가사는 4절까지로 돼있다. 1절은 빠르게 달리며 썰매 타는 젊은이의 즐거움을 노래했다. 2절은 아가씨를 태우고 함께 달리는 내용이다. 3절은 썰매에서 떨어진 젊은이를 보고 웃으며 지나가는 라이벌이 나온다. 4절은 자신의 경험을 벗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다.

노래가 처음 발표 됐을 땐 첫 2개 연과 후렴이 오늘날 가사와는 달랐다. 가사를 바꾼 사람이 누구인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1절 가사는 다음과 같다.

Dashing through the snow (눈 속을 뚫고 달리자)
In a one-horse open sleigh (한 마리 말이 끄는 마차 썰매를 타고서)
O'er the fields we go (저 들판을 나가는 우리)
Laughing all the way (언제나 크게 웃지)

Bells on bob tail ring (꼬리에 달린 방울이 울려)
Making spirits bright (기분도 상쾌해)
What fun it is to ride and sing (달리고 노래하니 얼마나 즐거운 지)
A sleighing song tonight (오늘 밤 썰매 노래를 부르세)

Jingle bells, jingle bells, (종소리 울려라 종소리 울려)
Jingle all the way (내내 울려라)
Oh! what fun it is to ride (달리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가)
In a one-horse open sleigh (한 마리 말이 끄는 마차썰매를 타고)

‘징글벨’은 미국 추수감사절에 맞춰 태어났다. 우리의 추석과 같은 가을철 명절로 먹고 마시고 노래 부르며 노는 축제 때 선보인 것이다. 교회의 일요학교 어린이성가대를 위해 만들어졌다는 설도 있으나 분명치 않다.

역사가 등 전문가들은 노래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의 교회분위기를 볼 때 종교와 거리가 멀다는 견해다. 통속적인 가사와 일반인에게 흥겨움을 주는 멜로디의 노래를 교회에서 부르게 했을 리 없다는 것이다. 악보가 만들어졌을 때 노랫말에 크리스마스 언급이 없었다. 눈 위에서 썰매 타는 내용이 주로 담겼다.

이 노래는 언제 어디서 작곡됐을까. 피어폰트는 한 기록물에 “1850년 심슨 타번(Simpson Tavern)에서 작곡했다”고 밝혔다. 미국 메드포드역사협회는 “이 곡이 19세기 유행했던 썰매경주에 감명 받아 작곡됐다”고 주장했다.

미국 매사추세츠주(州)의 메드포드시(市) 19번로 중앙광장 부근 건물벽면에 붙은 노래비 명판엔 “징글벨이 만들어진 곳”이라고 적혀있다. 건물 내 선술집 심슨 타번에서 작곡된 것이다.

출판된 악보에 나온 작곡날짜엔 논란이 있다. 피어폰트는 메드포드로 오기 전 조지아주 사바나에서 자신의 형(존 피어폰트)이 있었던 유니테리언주의 교회 음악감독 겸 오르간연주자로 일할 때 작곡했다고 적고 있다. 같은 해 8월 피어폰트는 사바나시장 딸과 결혼, 노예제폐지를 주장했다는 이유로 교회가 문을 닫은 뒤에도 사바나에 살았다.

‘징글벨’ 권주가(勸酒歌)로도 쓰여

이 노래에 얽힌 재미난 에피소드가 있다. 권주가(勸酒歌)로 쓰였다는 게 점이다. 사람들은 술잔에 얼음을 채워 짤랑(Jingle)거리며 이 노래를 불렀다. 말방울소리나 술잔이 부딪히는 소리를 징글(Jingle)이라 불렀기 때문이다.

음악사학자 제임스 풀드는 “제목과 후렴구에 쓰인 징글이란 낱말은 명령어로 쓰였다”고 말했다. 동력운송수단이 없던 때 뉴잉글랜드에서 말이 끄는 썰매는 소리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방울소리로 사고를 막으려 했다.

1859년 인쇄된 ‘징글벨’ 악보초판본(8장 분량)이 경매에 나와 지난 12월 17일 우리나라의 한 크리스마스박물관이 샀다. 영국경매회사 ‘헨리 올드리지 앤 선(Henry Aldridge & Son)’이 주관한 자리에서 1만5000파운드(약 2380만원)에 낙찰됐다.

여기에 수수료를 합치면 지불 금액은 약 1만9000파운드(약 3000만원). 낙찰예상가는 8000파운드(약 1270만원)였다. 미국 보스턴 올리버 딧슨&컴퍼니(Oliver Ditson&Co)가 출판한 이 악보는 개인수집가가 갖고 있다가 163년 만에 팔렸다. 초판본은 2개밖에 없다. 나머지 하나는 뉴욕시내 한 박물관에 있다.

왕성상 언론인/가수  wss404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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