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스마트폰에 시도 때도 없이 날아 들어오는 광고물을 보면 요즘 부동산 시장은 오피스텔, 원룸 등 소형 거주공간의 분양과 매매가 대세인 것 같다. 판교 신도시 상업지구나 송파구 문정동의 가든파이브 대형유통단지는 물론 천안 근처를 지나며 어마어마한 규모로 지어지고 있는 1인 가구용 건축물들을 보면서 속칭 싱글(single)이나 솔로(solo) 또는 나홀로족들에 의한 1인 가구 시대의 도래를 실감할 수 있다.

통계청 또는 사회복지학 사전에 1인 가구를 "1인이 독립적으로 취사, 취침 등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가구"로 정의하고 있다. 우리나라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1990년에는 전체 가구 중에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9%에 불과 했으나 2010년에는 29.6%, 2035년에는 무려 34.3%로 우리나라 전체 가구 중 3분의 1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그리고 이처럼 빠른 1인 가구 증가는 우리나라만의 특이한 사회현상이 아니고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변화라고 볼 수 있다. 즉 북유럽 4개국에서는 이미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40% 가량이고 일본도 약 30%, 미국 역시 28%이며 중국에서도 연평균 1.5%씩 증가한다고 하니 참으로 놀라운 시대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변화의 주요인으로는 여성의 사회적 지위향상, 대도시의 발달, 평균 수명의 연장이 손꼽히고 있다. 우리나라 여성 1인 가구가 66.8%로서 남성 33.2%의 두 배이상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서도 수긍이 가는 분석이다.

연령별로는 15~39세의 젊은층 독신 가구가 무려 39% 그리고 65세 이상 노인층이 26%인 것으로 보아서 결혼의 기피나 이혼 또는 사별로 인하여 독신생활을 하게 되고 이렇게 해서 형성된 1인 가구의 증가로 이제는 혼자 사는 것이 자연스럽고 보편화된 사회현상이 되어가는 것 같다.

이러한 사회적 변화에 따라 국가의 정책은 물론 경제, 사회, 문화적인 대응이 발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다. 1인 가구를 위한 소형주택 건설과 함께 소형가구, 가전제품이 하루가 다르게 쏟아져 나오고 있고, 대형마트나 편의점에 가보면 1인용, 1회용 생활용품이 즐비하다. 특히 먹거리에 대해서는 가히 나홀로족의 천국이라 할 만하다.

수많은 일회용 즉석 간편식, 길거리의 수많은 식당들의 화려한 변신, 여기저기 나붙어 있는 음식점들의 주문배달 광고전단지 등을 보면 혼자 산다는 것에 불편함이 없을 뿐만 아니라 독신을 즐기는 사회로 변화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렇다면 이러한 독신자들의 변화된 먹거리 문화에 문제는 없는 것일까? 나 혼자만 먹기 위해 식재료를 사고 요리를 한다는 것은 번거로울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별로 이득이 없어 보이는 만큼 편리하고 오감을 자극하는 편의 식품에 의존하거나 식품회사의 현란한 마케팅에 따르기 십상이다.

게다가 1인 가구의 증가와 함께 독신자들의 소비성향이 자기 지향적이어서 자연스레 여행, 레저, 여가, 취미 등이 확대되고 있기에 주어진 소득에서 이러한 소비가 커짐에 따라 상대적으로 식품비는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즉 문화생활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 만큼 먹거리나 영양관리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줄여나갈 수밖에 없게 되므로 먹는 것은 간편하고 값싼 것을 찾는다는 것이 마케팅 전문가들의 1인 가구 소비성향 분석이다.

게다가 미혼, 이혼, 사별 등으로 인한 독신생활은 크나큰 스트레스이며 정신적인 불안요인을 동반하기 쉽다. 따라서 식욕저하, 폭식, 불규칙한 식사습관을 기르기 쉽고 정신적인 갈등이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서 탄산음료, 주류, 당도가 높은 빵이나 떡 등 다과류와 가공 육류의 과다섭취로 나타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최근 농협 경제 연구소가 조사 발표한 자료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즉 1인 가구의 증가와 함께 식료품으로 지출되는 비용 가운데 연평균 비용 증가율이 높게 나타난 것들은 육류와 육류가공품, 빵 및 떡류, 주류, 커피와 차 등이었고 소비 감소추세를 보이는 것들로는 해조류 및 해조류 가공품, 신선 수산물, 기타식품, 주스 및 기타 음료 등이었다.

즉 1인 가구의 증가와 함께 간편식, 외식, 가공식품의 소비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곧바로 영양소 섭취의 불균형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평균 수명의 증가와 함께 노인들의 건강은 젊었을 때부터 준비해야 하는데 이러한 편의식품이나 외식, 가공식품의 소비 증가는 자칫 훗날 대사성 질환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못한 식습관 및 영양관리로서 우려되는 바가 크다.

통계자료에 나타난 영양섭취 수준을 볼 때 칼슘, 비타민B₂비타민C와 A의 섭취량이 권장량에 크게 못 미치고 단당류와 소금의 섭취량은 매우 높게 나타났다. 특히 이들 결핍 영양소들은 신경을 안정시켜주고 스트레스 완화에 도움이 되는 것들로서 신체는 물론 정신적인 건강을 위해서도 충분히 섭취해야만 하는 것들이다.

게다가 소금과 단당류의 장기적인 과다섭취는 당뇨병, 고혈압, 심장질환 등 중년기 이후에 많이 나타나는 만성질환의 사전적 예방을 위해 젊은 날부터 가장 조심해야 할 건강관리 사항이 아닌가? 어차피 1인 가구 수의 증가가 세계적인 추세이고 사회적 현상 이라면 이에 따른 여러 가지 대응책이 필요할 것이고 그 중에서도 평균 수명의 증가 측면에서 건강관리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리고 건강유지의 핵심요소인 영양관리가 최우선 되는 게 마땅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정부는 물론 사회 전반적으로 이에 대한 인식은 아직 미흡해 보인다. 병원에 가보면 당뇨나 순환기 질환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영양 및 식습관에 대한 교육프로그램이 있으나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인 만큼 사후약방문겪이어서 시기적으로 너무 늦고 이미 개인이나 사회적으로 치루어야 할 비용이 매우 크다.

보건소에 가보면 혈당치와 혈압은 물론 체성분 검사까지 무료로 제공되며 개별적인 운동 및 식이요법에 관한 설명까지 상세히 이야기해준다. 그러나 정작 이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이용률은 그리 높지 않은 것 같으며 상담원 앞에 앉아 있는 이용자는 노약자나 민원처리를 위해 방문한 가정주부들이 대부분이다.

이처럼 훌륭하고 유익한 영양관리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으나 젊은 층의 독신자나 나 홀로 족들은 별로 눈에 띄이지 않는다. 지방자치 단체에서 운영하는 문화센터나 대학교의 평생교육원의 교육프로그램에도 1인가구를 위한 식품이나 영양관리에 관련된 과목은 찾아보기 힘들다. 전문 요리사 양성이나 결혼을 앞둔 이들을 위한 요리과정은 있지만 이들의 교육이나 훈련목적은 바쁘게 생활하는 독신생활자들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그렇다면 이들 독신생활자들 개인은 물론 사회적인 측면에서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할 영양관리를 위해서 해야 할 것들이 어떤 것들이 있을까? 무엇보다도 이들의 중년 이후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서 영양관리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

식품회사나 마케팅 전문가들이 어떠한 식품을 어떻게 팔 것인가에 대해서 연구하고 조사하는 것 이상으로 정부나 학계의 관심과 조사연구가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조사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정부나 사회단체가 독신생활자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할 것인데 이러한 프로그램은 여가나 레저와는 다른 시간과 장소가 고려되어야만 실효성 있는 교육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고등학교나 대학에서 영양과 식품에 관한 기초적인 교과과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직장과 사업에 바쁜 독신생활자들을 위해서는 이들이 많이 집결해서 살고 있는 오피스텔이나 단지에 저녁 교양프로그램을 개설하고 이 분야 전문가나 재능기부를 통해서 나 홀로 족들의 영양관리의 맹점과 개선점을 제시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리고 독신생활자들을 주요 고객으로 하는 식품회사들은 자기 제품의 홍보와 판촉에만 많은 투자를 하기보다는 이러한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도 장기적인 고객확보 차원에서 효과적이 아닌가 여겨진다. 아무튼 1인가구 시대의 도래와 함께 독신 생활자들의 좀 더 건강하고 밝은 삶을 위하고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정부는 물론 학계 그리고 식품 산업체에서도 좀 더 이들 삶의 특수성을 고려한 영양관리 대응책과 교육프로그램을 강화 했으면 좋겠다.
 

강창원 명예교수  건국대학교 동물생명과학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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