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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시 읽기] 임영준 '12월, 우리는'
구명숙 숙명여대 명예교수 | 승인 2022.12.13 11:19

[여성소비자신문] 돌아보지도 않고

숨 가쁘게 달려왔는데

갈등으로 파국으로

뒷걸음쳐 다시 제 자리구나

정월에 심었던 기둥뿌리가

송두리째 뽑혀 처참히 누웠구나

갈 길은 멀고 식솔은 각각이고

고난의 변경이 멀지 않았구나

환골탈태하는 인걸이 없어

또 비감한 겨울을 지내야 하는구나

 

언제나 우리는

개운하고 찬란한 12월을 만나게 될까

과연 우리에게 

개운한 12월이 있기나 한 것일까 

 

12월이다! 마지막 한 장 남은 달력을 넘기며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 우리는 다시 새해를 꿈꾸게 된다. 지나간 일들이 기쁨보다 슬픔을 더 많이 남겨주었다 하더라도 “정월에 심었던 기둥뿌리가/송두리째 뽑혀 처참히” 누워있어도 이 12월을 절망의 12월로 끝낼 수야 있겠는가.

12월은 해마다 오지만 또 한 해를 떠나보내는 마음은 공허하고 쓸쓸하다. 나이 한 살을 더 먹게 되는 일도 반갑지 않다. 하지만 가야할 때를 아는 나뭇잎들과 새봄을 준비하는 앙상한 나무들을 보며, 우리도 12월을 아름답게 보내야 한다.

한 번 뿐인 인생에 갈 길이 멀어도 어깨를 움츠리지 말고 쉬지 않고 달리며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잘 챙겨야 한다. 용서와 나눔, 베풂, 그리고 어울림이다. 무엇보다도 서로 이해하고 보듬어주는 마음을 잃어버리지 말아야 한다.

시인은 “과연 우리에게/개운한 12월이 있기나 한 것일까” 외치지만 무한 사랑으로 개운한 12월을 채우라는 역설로 들린다. 그리하여 새해에는 더욱 “개운하고 찬란한 12월을 만나”라는 격려와 위로가 아닐까. 

비록 미약할지라도 12월의 불씨가 살아있어야 빛나는 1월을 맞게 되는 것이다. 폭풍우 몰아쳐도 이파리를 왕성히 키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풍성히 맺은 자연의 12월을 돌아보면, 우리의 갈등과 상처는 한 해를 잘 마무리하겠다는 큰 의지로 느껴진다.

“환골탈태하는 인걸(人傑)이 없어 또 비감한 겨울을 지내야 하는구나” 한탄하는 시인의 목소리는 무엇을 뜻하는가.

우리에겐 나라가 있고 가족이 있고 이웃이 살고 친구도 건강하다. 그러니 두루 어울려 살며 자신의 때를 씻고 허물을 벗으려 노력하는 한 해를 만들자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다.

날마다 변화 속에서 새로운 기술이 사회를 지배해도 예술이 우리 곁을 포근히 지켜주지 않는가. 아쉽고 안타까운 12월에, 우리는 모두 자신을 들여다보며 환골탈태하는 불굴의 힘을 내야겠다. 

구명숙 숙명여대 명예교수  k9350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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