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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에서 동부 민요의 맥을 잇다
이동한 경주대학교 부총장 | 승인 2022.12.09 12:22

[여성소비자신문] "산도산도 봄철이 왔나 허이 잎이 피서 산으로 덮고/ 우리야 임도 밤중이던가 허이 한삼 소매로 나를  덮네/ 석양은 훨훨 재를 넘고 허이 나어야 갈 길은 천리로구나/ 말은  가자고 구부로 치고 허이 님은 잡구서  낙루를 하네/ 한삼모시 시적삼에 허이 분통같은 저 젖 보소/ 많이야 보면 빙날끼고 허이 살낱만치 보고 가소/물길랑 처정청청 헐어놓고 허이 주인네 양반은 어디로 갔노/ 문어야 전복 손에다 들고 허이 첩의 방에 씨러졌네/ 밀양이라 공노숲에 허이 울뽕 따는 저 큰아가/  울뽕줄뽕 내 따주마 허이 백년 해로를 내캉 하자" 이상은 동부 민요의 '영남들 노래'의 가사다. 농경사회 서민들의 삶의 정서가 풀 냄새처럼 묻어나는 민요다.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눈을 감아도 선명하게 농촌의 풍경이 떠오른다. 

지난 10월 30일 경주시 황용동 계곡의 대한민국동부민요보존회 경주연수원에서 제13회 대한민국동부민요 전국경연대회가 열렸다.

본 행사는 함경도와 강원도, 경상도 지역의 민요인 동부민요를 보존, 전승, 보급, 발전시키고 동부 민요권에 있는 기악과 전통 춤을 발굴하여 전승하기 위해 거행했다. 해마다 단풍이 물드는 가을에 대한민국 동부민요보존회가 주최하고  경상북도와 교육청, 경주시, 상주시, 청송군 등이 후원하는 대회를 개최해 왔다.

올해도 학생부와 신인부, 일반부, 명창, 명인부 순으로 신청자들이 가설된 무대에 올라 민요를 열창했다. 6분의 심사위원이 출연자가 노래를 부르는 동안 심사를 하고 징을 쳐 멈추게 한 후 다음 신청자를 출연시켰다. 

점심 시간에는 시내에서 차로 배달해온 음식을 나누어 먹었으며 오후에는 큰 무대로 옮겨 경연대회가 계속됐다. 오후 3시에는 신라 56왕 앞에 제물을 차려놓고 신라 역대 대왕 동부소리 추앙제를 올렸다. 이어서 박수관 동부민요 예능 보유자가 소리를 하고 계현순 전 국립국악원 무용단 감독의 무용이 시작됐다.

박수관 명창의 백발가와 상여소리, 한오백년이 울려퍼지고 계현순 감독의 무용이 펼쳐지자 장내는 박수가 터져나오고 감동의 물결이 넘쳐 났다. 민요 출연자들에 대한 심사 결과에 따라 시상식과 기념촬영을 마치고 출연자와 축하객 들이 황용동 계곡을  내려왔다. 계곡의 좌우에는 단풍으로 뒤덥힌 산들이 용처럼 꿈틀거리고 있었다. 

동부민요는 태백산맥의 동쪽 지방인 경상도와 강원도 함경도의 해안지방 민요를 말한다. 동부민요의 특징은 함경도와 강원도는 한탄조, 탄식조가 많고, 경상도는 경쾌하며 빠른 곡조의 곡이 많다는 점이다. 논메기를 뜻하는 메나리와 음악어법의 대명사인 토리의 합성어인 메나리토리를 사용하며 미솔라도레의 5음계를 사용한다.

동부민요는 우리나라 서남부의 남도 민요로 서북부의 서도민요 및 중부의 경기민요와 구분하여 붙혀진 이름이다. 동부민요의 대표적인 곡으로는 경상도에 밀양아리랑, 쾌지나칭칭, 울산아가씨, 보리타작노래 등이 있고, 강원도에 강화도아리랑, 정선아리랑, 한오백년이 있으며, 함경도에 신고산 타령, 애원성 등이 있다. 

동부민요는 완전 4도 위에  단 3도를 쌓아 올린 3음 음계로 된 노래가 많다. 쾌지나 칭칭과 정선아리랑, 한오백년, 신고산 타령은 모두 미레도의 3음계로 구성된 민요다. 동부 민요는 2016년 대구광역시 무형문화재 제 19호로 지정되었다.

동부민요의 전승지는 대구광역시 서구이며 전승자는 박수관 보유자다. 박수관이 보유하고 있는 보유곡은 백발가, 영남모소리, 상여소리, 칭이야칭칭나네, 장타령 등 5곡으로 동부민요로서의 음악적, 문학적, 민속학적 특징을 잘 간직하고 있다. 박수관은 동부 민요권의 메나리토리를 가지고 소리 하는 독보적 존재로 향토소리꾼으로 지정되어 있다.

민요는 민중의 노래다. 민중에 의해 구전되어 온 노래다. 무가와 판소리, 잡가도 노래로 된 구전물이다. 무가는 무당이 하고 판소리와 잡가 등은 광대가 부른다. 그러나 민요는 일반 민중이 부른다. 민요는 민중이 일상적인 삶을 통해 불러온 노래다. 그래서 민요는 창자들의 삶과 직접적으로 맞물려 있었으며 생활의 필요에 의하여 생성되고 존속되어 왔다.

민요는 기본적으로 스스로 즐기고 만족하기 위해 불렀다. 무가와 판소리는 창자가 남에게 들려 주기위해 노래한다. 그러나 민요는 듣는 사람이 없이 혼자 부를 수도 있다. 청자가 미리부터 정해져 있지 않고 누구든지 노래하면 창자가 되고 나머지는 청자가 되어 함께 즐기는 것이며 남을 위해 봉사는 노래가 아니다.

민요에는 노동요, 의식요, 유희요 3가지 범주로 나눈다. 노동요는 민중들이 일을 하면서 불렀으며 의식요는 민중들이 의식을 치르며 불렀고 유희요는 놀이를 하면서 불렀다.

민요는 생활 노래로 자신의 노래로 삶을 의미있게 하는 노래로 문화적 폭을 넓혀 왔다. 말을 하던 인간이 노래를 하게 된 이유가 무었일가. 인간은 이성적이면서 감성적이다. 인간은 생존하면서 자연과 사회로 부터 많은 희비를 겪어야 했다. 그 충격을 노래로 풀어내면서 슬픔은 병이 되지않게 하고 기쁨은 삶의 에너지가 되게 했다. 

오랜 경험을 통해 민요를 부르는 삶의 방식을 배웠다.구전해 온 민요가 현대 문화의 물결 속에 어디로 밀려 갈지 모른다. 그러나 광복의 기쁨과 6.25참상, 한강의 기적과 세월호의 참상, 이태원 참사를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단 말인가.

우리 민족은 오래 전부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한과 원의 소리를 지니고 있었다. 우주를 덮고도 남을 수 있는 압축된 감정이 세계를 흔들고 인류를 다시 태어나게 할 수도 있다. 

이동한 경주대학교 부총장  eedh201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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