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베트남이 미중 패권경쟁 속 '탈(脫) 중국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글로벌 경제 위기에도 올해 8%대 고성장을 달성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한편 베트남 정부가 한국기업의 투자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어서다. 

한국과 베트남 정부가 수교 30주년을 맞아 양국 협력강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베트남에 진출해있는 국내 기업들의 투자에도 관심이 모인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5일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국가주석과 한-베트남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를 전략 동반자 관계에서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는데 합의했다.

이에 따라 양국은 외교 안보는 물론 방산 및 디지털 에너지 바이오 등 첨단 산업 협력 등 경제 협력, 희토류 등 핵심광물 공급망 등 경제안보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이날 정상회담 이후 양국 정상은 청와대 영빈관에서 국빈 만찬을 함께했다. 박병석 국회의장, 한덕수 국무총리, 추경호 경제부총리 등과 대통령실 참모진,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 외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 구자은 LS그룹 회장 등이 주요 그룹 총수들이 자리했다. 

이어 6일에는 양국 기업인들이 대한상공회의소 개최 ‘한·베트남 비즈니스 포럼’에서 만났다. 포럼에는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국가주석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참석해 기업인들을 격려했다.

푹 주석은 이날 “베트남에 투자하는 한국 기업들이 효과적이고 지속가능한 투자와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순조로운 여건을 조성하겠다”며 “내년에는 양국이 더 많은 노력을 통해 양국 교역 규모 1000억 달러를 달성할 것이다. 2035년도에는 양국 교역 규모 1500억 달러 달성을 위해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경제 안보를 위한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고 통상 협력 외연 확장을 위해 무역 금융 확대, 세관 통관 개선, 현지 플랫폼 강화 등 전 부처의 역량을 결집해나갈 것”이라며 “(베트남 정부와) 역내 경제·무역 규범을 선도하고, 국제 분업·공급망 협력을 강화해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날 양국 기업인들은 이날 디지털과 그린 에너지 협력 방안과 지속가능한 미래 협력 과제에 대해 논의했다.

주시보 한·베트남 경협위원장은 개회사에서 “양국간 교역규모는 지난해 약 800억 달러를 넘었고, 한국은 베트남의 대 교역국이자 최대 투자국”이라며 “세계 경제가 자국 우선주의, 경제블록화, 공급망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경제 현안에 대한 양국의 긴밀한 공동 대처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양국 협력이 추진되는 가운데 국내 주요 그룹들은 현재 베트남에서 활발한 투자에 나서고 있다. 특히 삼성은 베트남 최대의 외국인직접투자자다. 이재용 회장은 베트남을 아시아의 핵심 생산 기지로 낙점하고 2018년과 2020년 연달아 현지 사업장을 방문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1995년 호찌민에서 TV 생산을 시작한 후 스마트폰과 디스플레이, 네트워크 장비 등으로 생산 품목을 확대하고 있다. 현재는 베트남에 삼성전자 박닌 생산법인(SEV), 타이응우옌 생산법인(SEVT), 호찌민 가전복합단지(SEHC), 삼성디스플레이 베트남법인(SDV) 등 총 4개의 법인을 가동 중이다.

하노이에 건설중인 동남아시아 최대 규모의 '베트남 연구개발(R&D) 센터'도 내달 완공을 앞두고 있다. 삼성 베트남 R&D 센터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역점을 둔 초대형 프로젝트다. 1만1603㎡ 부지, 지하 3층 지상 16층, 연면적 7만9511㎡ 규모 초대형 건물인데다 삼성이 해외에 R&D를 목적으로 세우는 첫 건물이다. 이 회장이 이 센터 완공식에 직접 참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LG그룹은 1995년 베트남에 진출한 이후 현재까지 총 53억달러(약 6조9000억원)를 투자해 카메라, 전자, 가전제품 등을 제조해오고 있다.

현재 LG이노텍, LG전자, LG디스플레이 등이 베트남 하이퐁에서 공장을 가동 중이다. 스마트폰용 카메라 생산을 담당하고 있는 LG이노텍의 하이퐁 공장은 LG의 대표 해외생산 거점으로 2019년 5조1262억원, 2020년 6조4618억원 등 지속적인 매출 향상을 기록해오고 있다. 

LG전자도 베트남 하이퐁 캠퍼스 스마트폰 공장을 운영한 바 있으며, 모바일 사업 철수 후에는 생활가전 생산라인으로 전환해 운영중이다. LG전자의 베트남 하이퐁 캠퍼스에서 종사하는 고용자는 총 1만6000명 이상이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초 베트남 하이퐁 OLED 패널 모듈 공장에 8400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이에 따라 LG디스플레이의 대(對) 베트남 전체 투자 규모는 32억5000만달러(약 3조6400억원)로 늘어났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1년 베트남 탄콩그룹에 반제품 조립을 위탁하는 방식으로 현지에 처음 진출한 이후 2017년 합작 생산법인 현대탄콩(HTMV)을 설립했다. 현재 현대탄콩은 ‘i10′, ‘엑센트’, ‘투싼’, ‘싼타페’ 등을 연간 5만대 생산하고 있다. 

지난달 2020년 9월 착공한 지 2년 2개월 만에 현대탄콩(HTMV) 2공장을 준공하기도 했다. 총 50만㎡ 부지에서 1년에 10만대를 생산하는 능력을 갖췄다. 현대차그룹은 현대탄콩 1·2공장의 총 생산능력을 오는 2025년 연간 18만대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롯데그룹은 베트남 사업 확장을 통해 동남아 시장 전체에 진출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중국에서 달성하려던 그룹 연매출 100조 목표를 베트남 등 동남아 시장에서 이뤄낸다는 목표다. 

롯데그룹은 지난 9월 호찌민시 투티엠 지구에서 ‘투티엠 에코스마트시티’ 착공식을 진행했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이 자리에 직접 참석해 “이번 프로젝트를 기점으로 롯데그룹은 베트남에 대한 투자를 더 확대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롯데는 지난 1998년 롯데리아를 앞세워 베트남 시장에 진출 한 바 있다. 이후 2008년 롯데마트 사업을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하면서 중국에 8개점포, 베트남에 14개점포를 개점했다.

중국 점포들은 이후 2016년부터 2018년 사이 중국 정부가 사드 배치 보복에 나서면서 폐점 수순을 밟게 됐다. 반면 베트남 내 사업은 그간 롯데백화점 2개 점포, 롯데리아 260개 지점, 롯데면세점 다낭·나짱·하노이점, 하노이 롯데센터(63층 규모) 등으로 확장됐다.

롯데그룹은 호찌민시 뚜띠엠 에코 스마트시티 프로젝트 외에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 3300억원을 투자해 ‘롯데몰 하노이’를 건설 중이다. 또 베트남 사업 규모가 확장되는 만큼 물류 인프라도 확대해야한다고 판단, 롯데글로벌로지스를 통해 베트남 남부 동나이성에 ‘통합 스마트 물류센터’ 구축에 나섰다. 롯데는 쇼핑몰과 물류망을 통해 현지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한지안 기자  hann923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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