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의 정식 명칭은 제2롯데월드. 지난해 6월, 거푸집 장비가 낙하해 작업 중이던 근로자 1명이 사망하고 5명이 다쳤다. 올해 2월 16일에는 공사장 44층에 있던 컨테이너 박스에 화재가 일어나 25분 만에 꺼졌다.

이달 들어 8일, 사고는 또 터졌다.  이와 같은 사건들을 모두 합치면 4차례에 달한다.

송파경찰서에 따르면, 8일 오전 8시 40분 경 제2롯데월드 엔터테인먼트 12층 옥상에서 배관작업을 하던 황모씨가 사고로 사망했다.

황모씨는 배관 설비 작업 중, 배관이 이어진 부분이 압력에 폭발하며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지난 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종훈 의원이 “응급처지를 받지 못해 죽어가는 노동자가 계속 나오고 있다”며 성토했다.

롯데건설 측은 사고 직후인 8시 20경, 서울아산병원에 연락을 취해 구급차를 불렀다. 그러나 구급차는 사고 발생 22분이 결과한 후에야 도착했다.

이에, <여성소비자신문>이 롯데건설 측과 통화한 결과, “잠실의 경우 교통 체증이 심하기 때문에 차가 많이 막히는 구조”라며, “당사의 경우 인부 사고 시, 산재지정병원에 인부를 바로 이송하는 매뉴얼 지시에 따르고 있다”며 해명했다. 
 
그러나 이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구급차의 도착은 늦어졌다. 인부들이 서둘러  8시 38분경 119에 도움을 요청했다. 신고 7분 만에 119가 현장에 도착했다.

이미 황씨가 구급차에 실려간 뒤였다. 황씨는 이송 중, 세상을 떠났다.

(사진) 8일 사건 공사장 현장사무소에서 브리핑 중인 김종식 상무

이의원은 "건설업체를 비롯한 다수의 사업장에서 산재를 은폐하기 위해 119를 부르지 않는 것은 관행처럼 자리 잡고 있다"며 지적했다. 119에 신고를 하면 산업재해로 접수되지만, 민간 병원 구급차를 부를 경우 공상 처리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회사에서는 우선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회사 자체의 응급차량 등을 통해 부상자를 지정병원으로 이송하고 공상처리를 한다.

산재 건수가 적을수록 회사의 산재보험은 감면된다.

이의원은 산재보험 요율특례지도인 개별실적요율제는 산재사고 시 보험처리를 하지 않으면, 다음해 보험료가 할인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며 지적했다.

이 같은 보험 제도를 악용해 감면되는 보험료 규모는 한 해에 1조 1376억원에 달하는 실정이다.

롯데건설 측은, 산재율 줄이기 의혹에 "사실무근"이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공사현장 안전망 ‘부실’
근로자 죽음 불러

이어 롯데건설 사업장에서도 지난 2월, 사망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 중구 운서동 영종도에 위치한 물류창고 신충공사에서 인부가 추락한 것.

지붕에 판넬을 설치하던 근로자가 추락해 그 역시 세상을 떠났다. 작업자는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았고 현장 또한 안전망을 설치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들은 ‘롯데 건설 측에 안전관리 시스템의 근본적인 문제가 분명히 존재할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서울시, 저층부 조기개장… ‘곱지 않은’ 시선

잦은 사고로 서울시 역시, 롯데건설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안정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조기개장에 대한 입장이 부정적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앞서, 서울시는 롯데월드타워 조기개장 확정 보도에 유감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입정이 예정된 업체 등이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롯데건설이 하청업체가 저렴한 수준으로 도급을 제공하고 안전관리를 소홀하게 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새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롯데건설 관계자는 “안전매뉴얼을 따르는 등 인부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관리체계가 부실하지 않다"는 입장을 끝까지 고수했다.

개인 과실 돌리는 롯데건설 "산재율 제로 조례 제정해야"

한편, 지난 10일 건설노동자 출신 기초단체장과 지방의원 후보 등이 ‘제2롯데월드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건설노동자들을 애도하며’ 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정태흥 의원은 ‘산재율 제로 조례’를 제정해 인부들의 죽음을 개인 과실로 돌리는 건설사들의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하고 설계상 안전과 안전 관리에 대한 감독, 현장출입 등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내다봤다.

의원들의 거센 지적과 업계 근로자들의 성토가 이어지는 와중에도 시간은 흘러 2016년 12월, 롯데월드타워가 준공된다.

하늘까지 치솟아 오른 신식 건물에 시민들은 아이와 손을 잡고 세상을 달리한 노동자의 피로 얼룩진 시멘트 위를 거닐며 지갑을 열 것이다. 누구를 위한 나들이일까.  누구를 위해 소비자는  땀 흘려 일군 월급을 탕진해야 할까. 당국은 건설업계의 안전 불감증을 신속하게 진단해야 할 것이다. 

최문희 기자  moon@wsob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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