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누구나 혼자 가을로 간다

누구나 혼자 조용히 물든다

가을에는 혼자 감당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그대 인생의 가을도 그러하리라

몸을 지나가는 오후의 햇살에도

파르르 떨리는 마음

저녁이 오는 시간을 받아들이는

저 노란 잎의 황홀한 적막을 보라

은행나무도

우리도

가을에는

혼자 감당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이번 가을에도 수확이 풍성한가? 고향에 내려가서 농사를 짓겠다고 오르락내리락 바쁜 친구에게 묻는다. 사과 밭은 작은 나무에도 사과가 주렁주렁 열려 꽃밭을 이루고 그 옆에선 고구마가 주렁주렁 넝쿨 째 딸려 나온다.

바라만 보아도 뿌듯하다. 그 열매들이 가을의 절정에 이르기까지 봄과 여름은 얼마나 노심초사하며 기도했을까. 열매들을 건강히 튼실하게 키워온 가을의 골목들이 노랗게 익어 있다.

시인은 말한다. “누구나 혼자 가을로 가고 혼자 조용히 물든다”고 그렇게 “가을에는 혼자 감당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고 말이다. 노랗게 물들어 떠나야 하는가 하면, 겨울을 인내하며 또다시 푸른 생명의 봄을 맞는 일도 결국 혼자 감당해내야 하는 시간들이다.  

여름이 강렬하고 요란했다면, 가을은 비바람 햇볕에 익어 온 열매들을 말없이 따내며 조용히 삶을 음미해 보게 한다. 결실의 풍성함을 맛보는 한편 시들어 떨어져 흩어지는 낙엽을 바라보며 우수에 젖기도 하고 어딘가로 떠나가는 뒷모습에 쓸쓸함을 느끼기도 한다.

그렇게 흘러간다. 가을비를 너무 많이 맞으면 감기에 걸려 단풍도 곱게 물들지 못한다. 가을이 건강히 잘 지내야 겨울을 맞게 된다.

역경을 이겨내며 혼자 크고 혼자 익으며 혼자 감당해온 결실들이 가을이다. 우리의 삶도 순간순간 결국 혼자 감당해야 한다. 시인의 말대로 “그대 인생의 가을도 그러하리라.”

구명숙 숙명여대 명예교수  k9350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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