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모모는 철부지 모모는 무지개

모모는 생을 쫓아가는 시계 바늘이다

모모는 방랑자 모모는 외론 그림자

너무 기뻐서 박수를 치듯이 날개짓 하며

날아가는 니스의 새들을 꿈꾸는 모모는 환상가

그런데 왜 모모 앞에 있는 생은 행복한가

인간은 사랑 없이 살 수 없다는 것을

모모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모모는 철부지 모모는 무지개

모모는 생을 쫓아가는 시계 바늘이다

모모는 철부지 모모는 무지개

모모는 생을 쫓아가는 시계바늘이다

우~ 우~ 우~

박철홍 작사·작곡 김만준 노래 ‘모모(Momo)’는 호남지방 대학가요제에서 처음 소개돼 히트한 대중가요다. 철학적인 노랫말에 이국적 도시와 사랑의 메시지가 담겨 인기를 끈 것이다.

1978년 광주(光州) 전일방송(라디오)이 연 ‘제1회 전일대학가요제’ 때 조선대학교 화학공학과 1학년생 김만준이 불러 대상(大賞)을 받은 곡이다. 꺼먼 뿔테안경을 쓰고 통기타를 치며 별 표정 없이 노래를 불렀던 모습이 떠오른다.

‘모모’는 가요제 수상 후 인기바람을 타고 서울에까지 알려져 전국적으로 히트했다. 독특한 노래제목에다 뭔가를 생각하게 하는 노랫말, 가수의 가창력 덕분이었다. 4분의 4박자로 되풀이 되는 리듬도 가요 팬들에게 먹혔다.

1970년대 말 선풍적 인기를 끈 ‘모모’는 트로트풍이 대세였던 가요계에 새 바람을 일으켰다. 대학생 가요제 수상곡 중 최초로 MBC ‘금주의 인기가요’에서 5주 연속 1위에 올랐다. 

‘모모’는 소설의 주인공 이름

‘모모’ 노랫말은 프랑스작가 에밀 아자르(Émile Ajar)의 소설 ‘자기 앞의 생’(한국말 번역 용경식)에서 음악적 영감을 얻어 만들어졌다. 노래제목 ‘모모’는 소설의 주인공 이름이다. 주인공 모하메드의 애칭이기도 하다.

14살 아랍소년인 그는 프랑스 빈민가에 사는 고아였다. 허름한 아파트에 살며 자신의 뿌리를 찾을 겨를도 없이 하루하루 생활에 허덕이며 삶, 사람, 사랑의 가치를 깨달아간다.

프랑스 현대문학 대표작가 에밀 아자르는 2차 세계대전 후 세계 각지에서 외교관으로 일하며 1956년 로맹가리(Romain Gary)란 이름으로 소설 ‘하늘의 뿌리’로 공쿠르상(Le Prix de Goncourt)을 받았다.

가명으로도 여러 소설을 발표한 그는 에밀 아자르란 이름으로 1975년 발표한 두 번째 소설 ‘자기 앞의 생’으로 그해 공쿠르상을 또 받았다. “한 번 타면 다시 탈 수 없다”는 공쿠르상의 규칙 때문에 에밀 아자르란 가명으로 응모했던 것이다. 같은 상을 두 번 받은 사람은 그가 유일하다. 러시아 이민자출신의 유태인으로 휴머니즘작가다.

24살 아래 여성 진세이버그와 결혼한 그는 이혼 후 1979년 아내가 약을 너무 많이 먹고 숨진 1년 뒤인 1980년 “에밀 아자르와 로맹가리는 같은 사람이다. 나는 마침내 나 자신을 완전히 표현했다”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로맹가리는 권총을 입에 물고 방아쇠를 당기며 향년 66세의 생을 마감한 것이다.

소설 ‘자기 앞의 생’은 처음엔 주인공 어린이이름인 ‘모모’란 제목으로 발표됐다. ‘모모’ 노랫말에 나오는 ‘니스(Nice)’는 지중해를 품은 프랑스의 도시다. 소설 속의 양탄자행상인 80대 아랍인 하밀할아버지가 주인공 모모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위한 대화 때 나오는 지명이기도 하다.

“새들이 날아가는 것처럼 해변이 있는 니스에 가면 절망이 사라진다”고 말한 대목을 따온 것이다. 소설에서 모모는 “사람은 사랑 없이 살 수 있어요?”라고 묻는다. 부모로부터 버림받는 어린이의 물음에 말문이 막힌 이웃주민 하밀할아버지는 “그렇단다”고 답했다.

그러자 모모는 그만 엉엉 운다. 그를 길러준 유태인창녀 로자아주머니가 병석에 누웠을 때 곁을 지킨 사람은 모모뿐이었다. 아주머니는 힘겹게 기도하며 사랑하던 사람들 이름을 부르고 숨지자 모모는 하밀할아버지를 찾아가 “사람이 사랑 없이 살 수 있어요?”라고 또 묻는다.

그때 할아버지가 머뭇거리자 모모는 한동안 생각하며 더 이상 울지 않았다. “할아버지가 노망이 들기 전에 한 말이 맞는 거 같다. 사람은 사랑할 사람 없이 살 수 없다. 사랑해야 한다”는 얘기를 듣는다.

‘모모’ 노래엔 또 다른 에피소드가 있다. 작사·작곡가와 노래를 취입한 가수가 고등학교 시절 크게 다쳤다는 사실이다. 가사를 쓰고 곡을 붙인 박철홍은 광주일고 3학년 때(1974년) 등교 중 시내버스 교통사고로 중증장애인이 됐다. 스스로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는 몸이 된 것이다.

친구들 도움으로 바깥바람을 쐬는 몸이 된 그는 자연히 책과 음악을 가까이 하게 됐다. ‘모모’ 노래는 그가 병석에서 읽었던 소설 ‘자기 앞의 생’에 공감해 만들었다. 몸을 제대로 쓸 수 없었던 그는 침대에 누워 작사·작곡했다. 사람은 사랑 없이 살 수 없다는 것을 모모가 잘 알고 있었듯이 자신도 벗들의 사랑으로 삶을 이어올 수 있었음을 가사에 담았다.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노래사연을 들려줬다. “제 이야기였어요. 고아로 산 모모와 장애를 입은 저의 처지가 닮았잖아요. 그래서 더 절실히 와 닿았습니다. 그 책이, 주인공 모모의 이야기가요. 예나 지금이나 인간은 사랑 없이 살 수 없다는 건 불변의 진리고요.”  

작사·작곡가 박철홍(67)은 전남 무안군 삼향읍에서 태어났다. 학교졸업 후 기업체에서 일하다 정계로 뛰어들었다. 그는 전남장애인론볼연맹 회장을 거쳐 제10대 전남도의회 의원으로 변신했다. 2014년 6월 지방선거 때 새정치민주연합 비례대표 2번으로 당선됐다.

전남지역 장애인을 대표해 의원이 된 만큼 장애인들 행복을 위해 힘쓰고 싶어서였다. 틈나는 대로 장애인 편의시설 확충을 외치는 그는 목포에서 라이브카페(‘모모는 철부지’)를 운영 중이다. 손님들 요청으로 가끔 ‘모모’를 부른다. 2015년 12월엔 자신의 회갑연도 열어 노래로 답했다.

그는 소설 ‘자기 앞의 생’ 국내 번역본 뒤표지 홍보문구인 ‘모모는 쓰레기, 모모는 위조지폐, 모모는 말라비틀어진 눈물자국’을 개사해 매스컴을 타면서 화제가 됐다. 2012년엔 ‘현대문예’ 신인문학상을 받아 수필가로도 등단했다.

가수 김만준도 장애의 몸…캐나다 이민

노래 ‘모모’를 부른 가수 김만준도 고등학생 때 태권도를 하다 다쳐 장애를 갖게 됐다. 1975년 이 노래 발표회를 열어 이름을 알리고 3년 뒤 전일대학가요제에서 대상을 안았다. 그는 1989년까지 국내에서 ‘간이역’ 등 신곡 음반을 내는 등 열심히 뛰었으나 재미를 못 보고 캐나다로 이민 가 살고 있다.

지방에서 중앙으로 진출, 큰 사랑을 받은 ‘모모’ 노래가 히트하자 1979년 ‘모모는 철부지’란 하이틴영화(주연 전영록·이미숙 / 감독 김응천)까지 개봉됐다. 대학가요제를 배경으로 청춘남녀의 사랑을 그렸다. 가수 전영록의 군 제대 후 첫 영화출연작이자 이미숙의 데뷔작이다.

영화에서 모모(전영록)는 귀엽고 덤벙대는 대학 식품공학과 3학년생이다. 강변가요제에서 만난 기악과 3학년 말자(이미숙)와 빨리 가까워지지만 그녀에겐 약혼자가 있었다. 모모는 말자의 약혼자가 자신보다 나은 조건을 갖고 있어 그를 이길 수 없음을 알고 말자와 헤어진다.

사랑의 상처를 달래려고 방랑길에 나선 모모는 떠오르는 해를 보는 순간 악상이 떠올라 말자가 쓴 노랫말에 곡을 붙여 대학가요제에 나간다. TV중계를 본 말자는 모모의 진실한 사랑을 마음속으로 느끼며 약혼자와 외국으로 떠나는 내용이다.

이 영화는 1960~1970년대 우리나라 청춘영화계보를 잇고 있다. 힘든 삶을 살고 있었던 20세 안팎의 청소년들에게 대학가요제는 꿈을 이룰  등용문이었다. 이 영화는 그들의 삶을 대리체험하게 했다.

독일 바이에른주 태생 아동문학가 미하엘 엔데가 1973년 발표한 같은 제목의 소설 ‘모모’도 덩달아 인기였다. 소비중심의 문명을 비판한 내용이다. 1986년 독일, 이탈리아 영화사가 영화로도 만들었다. 우리나라에선 1977년 9월 차경아가 번역한 책이 청람문화사에서 나왔다.

번역본엔 미하엘 엔데의 ‘한국 어린이에게 부치는 말’이 추가로 들어갔다. 이렇게 볼 때 ‘모모’ 관련소설이 처음엔 2개 있었던 셈이다. 그 바람에 에밀 아자르와 미하엘 엔데 작품이 ‘모모 선풍’을 일으키며 한동안 인기였다. ‘모모’를 소재로 한 연극까지 공연됐을 정도로 소설은 대중의 큰 사랑을 받았다.

2021년 9월 29일 오후 7시 광주광역시 동구 장동 ‘책과생활’서점에선 ‘모모’ 관련 비대면 릴레이 북토크(‘광주면면’)가 열렸다. 그해 5월 지역책방 ‘책과생활’이 출간한 ‘모모는 철부지 : 전일방송 대학가요제의 기억’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였다.

책은 전남대 호남학연구원 최유준 교수와 장상은 프리랜서방송작가가 함께 썼다. 1978년부터 3년간 짧고 강렬했던 ‘전일방송 대학가요제’ 추억을 담은 내용이다. 북토크 때 장 작가는 전국을 강타했던 광주발 히트곡들을 소개하고 그 무렵 주류음악과는 다른 모습으로 인기를 얻었던 로컬대중문화의 ‘오래된 미래’에 대해서도 들려줬다.

왕성상 언론인/가수  wss4044@hanmail.net

<저작권자 © 여성소비자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