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재계 주요 그룹의 승계 시계가 빨라지는 모양새다. 

최근 재계에서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 신유열 일본 롯데케미칼 상무, LX홀딩스 구본준 회장의 장남 구형모 전무,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 부회장의 이름이 자주 거론되고 있다. 이들 세 사람과 각 그룹의 행보 때문이다. 

지난 수년간 공개 행보를 보이지 않던 신유열 상무는 최근 신동빈 회장의 베트남 출장에 동행하고 일본 노무라 그룹과의 교류회에 참석하는 등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올 초 승진한 구형모 전무는 지난해 12월과 올 9월 두 차례에 걸쳐 LX홀딩스 주식을 매입하며 지분율을 확대했다.

김동관 부회장은 승진과 함께 그룹 미래 사업의 전면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한화그룹이 지배 구조를 단순화하고 유통부문을 분사시키자 재계에서는 “승계 준비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는 것”이란 분석이 제기됐다.

신유열 상무, 투티엠 착공식·노무라 교류회 잇따라 참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고(故)오고 요시마사 다이세이건설 회장의 차녀 오고 미나미 여사의 장남인 신유열 일본 롯데케미칼 상무는 최근 공식석상 참석을 눈에 띄게 확대하고 있다.

5일 재계 등에 따르면 신 상무는 앞서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롯데-노무라 교류회’에 참석했다. 2006년부터 롯데그룹과 노무라 증권이 함께 개최해온 이 행사는 노무라경제연구소(NRI)가 세계 경제 전망과 롯데의 미래 등에 대해 발표하는 자리다.

그는 지난달 초 이뤄진 신 회장의 베트남 출장에도 동행했다. 베트남이 사드보복 여파로 중국사업을 접은 롯데그룹의 새로운 핵심 시장이라는 점, 현지 정·재계 인사들과의 네트워크가 형성되는 행사에 신 상무가 참석했다는 점 때문에 “신 상무의 출장 동행은 경영 수업”이란 해석이 나왔다.

이외에 신 상무가 신 회장의 족적을 비슷하게 밟아왔다는 점도 롯데그룹의 후계자임을 드러내는 부분으로 꼽힌다. 신 회장은 아오야마가쿠인의 초·중·고·대학교를 졸업하고 컬럼비아대 경영학석사(MBA)를 수료했다.

노무라증권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해 1988년 일본 롯데상사에 부장으로 입사해 유통업무부터 익혔고, 1990년 롯데케미칼 전신인 호남석유화학 상무에 오르면서 경영 전면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신 상무역시 일본 학교법인 아오야마가쿠인 재단의 유치원부터 고등학교를 거쳤다. 대학은 신 회장과 다른 게이오대를 졸업했으나 이 외에는 컬럼비아대 경영학석사(MBA)를 수료한 점까지 동일하다.

이후 2014년 노무라증권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해 2020년 10월 일본 롯데 유통기획부에 부장으로 입사하며 그룹에 합류했다. 지난해 4월 일본 롯데홀딩스 영업전략부로, 지난 5월에는 롯데케미칼 일본지사 상무로 자리를 옮겼다. 

재계는 신 상무가 신 회장처럼 유통부문에서 먼저 업무역량을 키우고 화학부문에서 경영 감각을 익혀나가며 전면에 나서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롯데그룹이 2030년까지 화학 분야 미래사업에 총 1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세운만큼 롯데케미칼 내에서 해외투자와 신사업 발굴을 담당하고 있는 신 상무의 경영 능력이 시험대에 오르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구형모 LX홀딩스 전무, 지분율 확대···경영 시험대는 ‘아직’

구본준 LX그룹 회장의 장남 구형모 LX홀딩스 경영기획부문장(전무)은 최근 LX홀딩스 지분 5만여주를 추가 취득했다. 지난해 12월 지분 취득, 올해 초 전무 승진에 이어 또 한차례 지분 매입에 나서자 재계에선 LG그룹에서 계열분리한 만큼 LX그룹도 장자승계를 이어나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앞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구 전무의 LX홀딩스 보유 주식은 지난달 5만1천543주가 추가로 늘어나 총 901만2천106주로 확대됐다. 구 전무는 지난해 12월에도 구본준 회장으로부터 LX홀딩스 주식 850만주를 증여받고 지분율을 0.60%에서 11.75%로 높였다. 당시 구 회장은 딸 구연제씨에게도 LX홀딩스 주식을 650만주를 증여했다.

구 상무는 현재 30대 중반의 젊은 나이지만 구 회장이 일흔을 넘긴 만큼 승계 속도가 빨라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구 상무는 미국 아이비리그 중 하나인 코넬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외국계 회사를 거쳐 2014년 LG전자 대리로 입사했다. 이후 신사업개발당당, 전략기획팀 등에서 7년간 근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LG그룹의 계열 분리에 따라 LX그룹 경영기획담당 상무로 이직했다.

다만 구 상무는 승계 공식화에 앞서 경영 능력을 시험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구 상무는 과거 개인회사 ‘지흥’을 설립해 연매출 1000억원대 회사로 성장시켰지만, 2014년 총수일가 사익편취 금지 규제가 도입된 후 사세가 위축돼 2018년 사모펀드에 이를 매각했다.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 주요사업 전면 나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은 지난 8월 단행된 그룹 인사에서 승진과 동시에 한화솔루션·㈜한화·한화에어로스페이스 3사의 전략부문 대표이사 직을 맡게 됐다.

지난 승진에 따라 김 부회장의 그룹 내 역할이 확대 된 점, 그룹의 주력인 방산·친환경에너지 사업을 동시에 맡게 된 점에 따라 후계 구도가 확고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최근 한화그룹이 유통부문 갤러리아와 첨단소재부문 일부사업을 분할해 에너지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단순화한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장남 김 부회장이 방산·에너지·화학을,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이 한화생명 등 금융 부문을, 삼남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상무가 호텔·리조트·유통 부문을 관할하는 승계구도가 굳어진 것으로 풀이됐다.

현재 김 부회장은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와 관련해 경영 시험대에 오른 상태다. 한화그룹이 유상증자 방식으로 2조원을 투입해 대우조선 지분 49.3%와 경영권을 확보할 계획인 가운데 절반인 1조원을 투입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김 부회장이 이끌고 있어서다. 

한화그룹은 대우조선 인수를 통해 특수선박을 건조하고 육·해·공 방산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또 대우조선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건조 사업과 한화그룹의 기존 LNG 수입·발전 사업 간 시너지도 추진한다.

방산과 에너지 모두 김 부회장이 이끄는 그룹의 주요 사업인 만큼 향후 대우조선해양의 인수 완료 여부와 시너지 창출에 재계 안팎의 이목이 모이고 있다.

이외에 김 부회장은 공식 석상에서의 존재감도 확대하고 있다. 지난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 당시에는 한화 대표로 공식 환영만찬에 참석했으며, 이어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도 참석해 글로벌 리더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특히 올해는 윤석열 대통령이 파견한 ‘다보스 특사단’ 유일한 기업인으로 참여해 민간 경제외교에 나서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신유열 상무, 구형모 전무, 김동관 부회장 모두 30대 중후반으로 과거에는 승계가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이른 나이였다. 다만 신 상무의 경우 부친 신동빈 회장도 비슷한 시기에 경영 수업을 시작한 바 있고, 구 전무의 경우 LG그룹 구광모 회장이 40세 젊은 나이로 회장직에 오른 만큼 최근에는 나이보다는 경영 능력을 살피는 분위기"라며 "특히 최근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가운데 각 그룹이 미래 전략을 세우고 새로운 먹거리를 키워가고 있는 만큼 주요 사업을 어떻게 이끄느냐가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지안 기자  hann923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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