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전국 아파트 시장이 냉각되고 있다. 집값 하락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매수 심리가 움츠러들었다. 신규 물량에 대해서도 미분양 주택이 증가하고 있다. 한편 전세 시장에선 매물이 증가하고 전세가격이 하락하면서 역전세난, 깡통전세 등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KB부동산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하락세 이어가...0.19% 하락”

KB부동산이 발표한 주간 주택시장 동향 자료에 따르면 이번 주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0.19% 하락했다. 서울에서 상승한 지역없이 대부분 하락했고 경기, 인천 등 수도권 낙폭이 컸다. 이에 따라 매수우위지수도 하락하며 침체 상태가 이어지고 있음을 드러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주보다 0.18% 떨어졌다. 지역별로는 도봉구(-0.68%), 강서구(-0.31%), 양천구(-0.26%), 성북구(-0.23%) 등의 하락폭이 컸고, 대부분 지역이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경기도 아파트 매매가는 지난주 대비 0.30% 하락했다. 수원 영통구(-1.24%), 화성(-0.69%), 광명(-0.68%), 고양 덕양구(-0.60%), 성남 중원구(-0.49%), 양주(-0.49%), 성남 수정구(-0.48%), 과천(-0.43%) 등 대부분의 지역이 하락했다. 인천도 0.30% 하락했다.

이 가운데 KB부동산이 집계한 서울의 매수우위지수는 지난 23.9보다 낮아진 20.4를 기록했다. 매수우위지수는 0~200 범위 이내이며 지수가 100을 초과할수록 '매수자 많음'을, 100 미만일 경우 '매도자 많음'을 의미한다. 서울의 매수우위지수는 부동산 시장이 과열됐던 지난해 7월 100을 초과하며 112.3까지 치솟기도 했다. 다만 최근에는 부동산 침체가 이어지며 매도 우위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에 이어 인천(13.2)을 제외한 5개 광역시에서는 울산(13.9)이 가장 높았다. 이어 부산 13.7, 대전 13.1, 광주 12.1, 대구 9.3 등 모두 100 미만의 '매도자 많음' 상황이다.

한국부동산원 “서울 아파트 가격 10년만에 최저”

한국 부동산원의 조사결과도 유사하다. 집값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서울 아파트 매수 심리가 위축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조사’ 자료에 따르면 이번 주(26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20% 하락했다. 지난 5월 마지막 주 이후 18주째 하락세다. 특히 이번 주 하락폭은 2012년 9월 마지막 주(-0.21%) 이 10년 만에 가장 큰 내림 폭이다. 부동산원이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2년 5월 이후 최대 하락폭을 나타낸 지난주 기록을 뛰어넘었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지역별로 강북권에서 노원구 0.33%, 도봉구 0.32%, 서대문구 0.28% 각각 하락했다. 강남권에서는 송파구가 0.23%, 강남구가 0.10%, 서초구가 0.05% 떨어졌다.

수도권 전체의 내림폭도 -0.23%에서 -0.25%로 확대하며 부동산원 조사 이래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지방도 지난주(-0.15%)보다 하락폭이 커진 -0.16%를 기록했다. 세종(-0.40%), 대전(-0.29%), 울산(-0.24%), 부산(-0.20%),  광주(-0.18%) 등이었다.

국토부 “8월말 전국 3.2만 가구 미분양”

가격하락·매도 우위에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고 금리가 상승하자 미분양 주택도 쌓이고 있다. 이날 국토교통부는 지난 8월 말 기준으로 전국 미분양 주택이 총 3만2722가구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전월 3만1284가구 대비 4.6%(1438가구) 증가한 것으로 지난 4월 이후 4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역별로 수도권 미분양 물량은 5012가구로 전월 대비 10.7%(483가구) 증가했고, 특히 인천 미분양 물량이 7월 말 544가구에서 8월 말 1222가구로 두배 넘게 급증했다. 서울에서도 한 달 전에 비해 18가구 늘어 610가구를 기록했다.

지방은 2만7710가구로 전월대비 3.6%(955가구) 늘었다. 지방에서는 대전 미분양 물량이 509가구에서 669가구로 31.2%(159가구) 늘었고, 부산(19.7%), 대구(10.3%), 강원(8.8%) 등도 평균 이상의 증가율을 보였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은 전월보다 소폭 줄었다. 전국 기준 8월 말 준공 후 미분양은 7330가구로 전월 대비 0.8% 감소했다. 다만 서울은 151가구에서 188가구로 한달 사이 24.5% 증가했다.

한편 올해 1~8월 누계 주택 매매 거래량은 38만5391건으로 전년 동기(73만7317건) 대비 47.7% 급감해 국내 부동산 시장 거래절벽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은 4015건으로 전월(4858건) 대비 17.4% 감소했고, 수도권은 1만3883건으로 전월 대비 17.0% 감소했다. 지방도 2만1648건으로 전월 대비 5.3% 감소했다. 

서울 아파트 전세시장, 물량 증가하고 가격 하락

이 가운데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년2개월 만에 4만건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대차2법(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 시행 이전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다. 

이날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지난 29일 기준으로 서울의 아파트 전세 매물수는 4만12건을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수가 4만건을 넘어선 것은 임대차2법 시행 전인 2020년 7월25일(4만324건) 이후 약 2년2개월 만에 처음이다. 

다만 이는 매매 감소세에 보유 주택을 전세로 내놓은 집주인이 늘어난데 더해 전세 이자를 감당하지 못한 이들이 월세를 선택한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로 KB부동산의 9월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93.3으로 8월(108.9)보다 15.7포인트 떨어졌다. 서울 전세수급지수가 100아래로 떨어진 것은 2019년2월 이후 처음이다. 전세수급지수는 기준선(100)보다 낮을수록 세입자보다 집주인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세 매물이 입주 희망자보다 늘어나면서 전세가격 역시 약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집계 결과 9월 넷째주(26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0.18% 떨어져 지난주(-0.16%)에 비해 하락폭이 확대됐다.  

시장에서는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동안 전세시장 약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있다. 다만 전세시장 약세가 심화할 경우 역전세난이 일어날 수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집주인이 나가는 세입자에게 돌려줘야 하는 전셋값이 이전에 받았던 전셋값보다 낮을경우 차액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매매가 낙폭이 전세가 낙폭보다 커 깡통전세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계약 종료 때 보증금 미반환 사고 발생 가능성이 있는 깡통전세가 늘고 있다”며 “수도권에서도 입주 10년이 넘는 구축을 중심으로 전세가율이 80%를 초과하는 아파트들도 있어 세입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한지안 기자  hann923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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